[방민준의 골프세상] 현명한 골퍼의 겨울나기
[골프한국] 골퍼들에겐 혹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년에 맞는 봄의 모습은 천당과 지옥으로 갈린다. 기량이 녹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또는 기량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한겨울에도 열심히 연습장을 찾는 사람과 한동안 필드 나갈 일이 없다며 골프 백을 베란다에 모셔두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봄이 같을 수 없다.
요즈음엔 필드에 못 나가면 스크린골프로 대신하기도 해 한겨울이라고 아예 골프와 담을 쌓는 경우는 드물지만 혹한기에도 연습을 계속하는 사람과 소홀히 하는 사람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프로선수들이 겨울철에 다투어 따뜻한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것도 기량의 퇴보를 막고 한 차원 높이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함이다.
최근 근래 보기 드문 한파가 이어지자 연습장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평소 주차난을 겪던 연습장도 텅텅 비었다. 골수 열성파들만 몇 명 나와 타석과 히터 곁을 오가는 정도다.
그럼 혹한기에도 빠지지 않고 연습장을 찾는다고 행복한 봄이 보장될까. 그런 일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 부풀었던 기대는 산산 조각나고 골프에 대한 저주가 입에서 튀어나온다. 극히 예외적으로 환희를 맛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잔인한 봄의 가혹함을 경험한다.
원인은 많다. 우선 연습장 환경과 실제 필드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연습장에선 반듯이 놓인 매트 위에서 공을 때려내기 때문에 스윙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미스샷의 확률이 매우 낮다. 그러나 현장은 다르다. 잔디의 상태도 다르고 지면도 편편한 곳이 거의 없다. 연습장에서의 스윙이 그대로 통할 리가 없다.
여기에 겨우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자만감에 따른 높은 기대심리가 방해물이 된다. 욕심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터무니없는 미스샷은 한두 번에 그치지도 않는다. 되풀이되는 미스샷에 분노와 혼란이 몸과 마음을 휘감는다. 열심히 연습장을 찾는다 해도 개선은 꾀하지 않고 습관대로 연습하는 것은 고질병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새봄의 환희는 연습장의 매트와 현장의 차이를 냉철히 인식하고 지나친 기대감을 억누를 줄 알며 문제를 고쳐 나갈 줄 아는 극히 소수의 몫일 뿐이다.
내가 나가는 연습장에도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를 무릅쓰고 개근하는 사람이 꽤 있다. 참 열심히 연습한다. 그러나 제대로 연습하는 사람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부분 그동안 해오던 대로 타성에 젖은 스윙을 되풀이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여느 겨울마다 그랬던 것처럼 문득 이 겨울을 정말 보람있게 보내자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보낸 겨울은 근력을 키우고 중심축을 지키고 힘으로 때려내려는 스윙을 고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올겨울은 스윙에서 군더더기를 더 없애고 스윙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부드러움을 터득하기를 희망한다.
어찌 보면 골퍼들에게 겨울은 기회의 기간이다. 무질서한 나의 '골프 창고'를 질서정연하게 정리할 기회다. 수확한 쌀에서 뉘와 돌을 골라내듯 나의 골프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할 기회다. 험하게 다뤄온 나의 골프 기계를 점검하고 고효율을 낼 수 있도록 다시 세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결점이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나의 골프가 추락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이 겨울임을 명심하자.
타성에 젖은 연습으로 이 귀한 겨울을 그냥 보낼 것인가.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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