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정희태 "진도준 배신? 글쎄요...'항재야' 소리 좋아요" [인터뷰 종합]
[OSEN=연휘선 기자] "항재야".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마름'의 마음을 대변한 인물이 있다. '진양철 회장' 이성민의 옆을 우직하게 지킨 배우 정희태를 만나봤다.
정희태는 지난 25 종영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이성민 분) 회장의 하나 뿐인 오른팔, 비서실장 이항재 역으로 열연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 분)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김강훈, 송중기 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16회(마지막 회)에서 26.9%(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리에 방송됐다. 이에 26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정희태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저희 가족들은 뉴질랜드 여행을 가 있는데 처갓집 식구들과 같이 봤다. 특이한 경험이었다. 마지막 회고 하니까 본방송을 보려고 했다. 하와이에서 온 처형이 있는데 가족들끼리 모여서 시청했다. 끝나고 박수치고 그런 건 없었다. 제가 16회에는 출연하지 않았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재벌집 막내아들'을 떠올렸다.
특히 정희태는 작품의 결말에 대해 "사실 대본을 읽었을 때 윤현우가 기사회생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데 윤현우와 다른 사람인 진도준을 기억하고 극을 이끌어가면서 변해가는 성장해가는 모습이 배우로서 인상적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이기도 했다"라며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 있는데 사실 드라마의 시작은 윤현우였다. 결국 돌아올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어떻게 돌아올지가 궁금했다. 15회에서 윤현우와 진도준이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윤현우가 자기도 모르게 공범이 되는 과정이 충격이었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또한 "극이 그렇게 나온 이상 최선을 다하는 게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이 고심해서 쓰셨을 테니까"라며 "엔딩 나왔을 때 배우들 반응은 약간 놀랐다. '어?' 이런 반응이었다. 주위에서 지인들이 도준이 죽으면 드라마 안 본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쭉 도준이를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다 보니 그런 마음도 이해를 할 것 같더라. 결과적으로 도준이가 계획된 살인에 당했다는 걸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1년 가까이 참여한 긴 여정의 작품인 '재벌집 막내아들'. 정희태는 "제작 PD님 중에서 '허쉬'라는 드라마에서 황정민 선배님 역할로 잠깐 특별출연한 걸 인상적으로 봐주신 분이 계셨다. 그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 아무래도 여러가지 작업들에 어떻게 참여할지 고민했다. 항재가 뭔가를 했다라기 보다 주변에 좋은 연기자들이 많아서 거기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게 좋았던 것 같다. 다들 너무 출중하셔서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주위에서 반응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드라마를 처음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좋아해주시더라. 싸인을 해달라던지 받아달라는 분들도 있더라. 드라마가 잘됐다는 걸 실감했다"라고 웃었다. 이어 "초반 대본을 재미있게 보긴 했다. 흔히 드라마를 보면서 고구마, 사이다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2부 나오면 사이다가 또 나오고 통쾌하기도 했다. 시청자 입장으로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데 기분 좋은 리액션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잘 될 거라고 확신은 가졌다. 저 같은 경우엔 난독증이 약간 있다. 처음 읽을 때는 넘어가고 분석을 하면서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깊이 와닿았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개인적으로 이성민 선배님의 연기, 송중기 배우가 진도준과 윤현우 역할을 오가면서 소화해낸 게 큰 것 같다. 인지도 면에서 송중기 배우가 널리 알려지게 했고 이성민 형님이 채워주는 역할을 하셨고. 또 둘의 케미스트리가 좋았다. 정심재 안에서도 다들 사람들이 즐겁게 작업에 임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또 집중해서 도와주는 게 컸다. 굳이 내가 실수하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게 많았다. 그런 고비가 많이 보였다"라고 강조했다.
드라마가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만큼 원작과 다른 드라마의 이야기도 시청자들의 화제를 모았던 바. 특히 이항재는 원작과 달리 진도준을 배신하는 듯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배신은 진짜 배신일까, 연막일까. 정희태는 "뭐라고 꼬집어서 얘기하기 그랬다. 이야기를 감독님과 많이 나누기도 했는데 일단 큰 그림 쪽으로 비춰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욕망이 없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성준(김남희 분)에게 보여준 모습은 일종의 연기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있었다. 배신 자체가 큰 맥락 안에서 시청자들도 충격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행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봤다. 그런 부분에 염두를 두고 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끔 세련되게 하고 싶었다. 흔히 알고 있는 클리셰라고 불릴 만한 모습은 자제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희태는 이어 "이항재에게는 조력자 이미지가 제일 큰 것 같다. 단순화시킨다면. 실제 비서실장 출신으로 부회장까지 역임한 분이 계시지 않나. 워낙 원작 소설부터 실존인물들과 비교가 많기도 했고 제작진이 알려주기도 해서 그런 분들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다.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이미지로 보이는 모습과 깐깐하면서도 절대 내 입으로는 이 집안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입모양이 읽혀져야 한다고 봤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몰입한 덕분일까 정희태는 극 중 심복으로 호흡한 이성민과의 이야기를 묻자 눈물부터 보였다. 그는 "월드컵 때 진양철(이성민 분) 회장님과 만났을 때 신경 썼다. 형님하고 좋은 케미스트리로 했고"라며 눈물을 훔쳤고 "회장님이 거기에 있는데 빨간 양말을 신고 있다. 도준군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 장면을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들이 있는데 그날이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이 났다. 촬영도 회장님하고 마지막 촬영이었다. 찍을 때도 울컥했다. 앞에서는 안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 돌아서서 울컥하는 게 있었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도 서로 토닥토닥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성민 형님과는 '미생'에선 대립하다가 '형사록'도 만나고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함께 하게 됐는데 회장님과 극 속의 관계처럼 성장한 것 같다. 오 차장과 장과장으로 만났을 땐 많이 싸웠다. 그때는 거리를 두신 것 같았다. 이번에 작품 하면서 형과 밀도 있게 가까이 있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김 실장과 이 실장을 비교해보면 어려웠을 때부터 같이 창업도 같이 했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믿음직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방송 보고도 서로 '고생했다'라고 메시지 주고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송중기와는 어땠을까. 정희태는 "송중기도 해외 프로모션 때문에 바빠서 연락하고 지냈다. 열애도 전혀 몰랐다"라고 놀라면서도 "쭉 느낀 건데 정말 훌륭한 청년 같다. 멋있다. 연기라는 게 사람을 대하고 어떻게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걸 크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 어떻게 만나서 연기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항재가 열렬한 반응을 얻은 것과 관련해 그는 "시청자 반응은 촬영하고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봤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못한 것 같다. '왜 배신했냐'라고 하는데 예상한 사람도 있더라. 처음엔 교통사고 낸 게 항재라는 이야기도 있었다"라고 웃으며 "아마 '배신'이라는 생각은 하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성준이에게 말도 안 되게 당한다고 믿기 어려울 거라고 봤다. 진양철 회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 성준이에게 쉽게 당하는 걸 믿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로서는 이렇게까지 항재를 환영할 줄 몰랐다. 긴 시간 준비를 많이 하긴 했다. 여러가지 레퍼런스도 인용하고 영화적인 이야기도 많이 했다. 성민이 형님이 작품 하실 때 영화에서 많이 하고 드라마에서는 잘 안 하는 게 씬 바이 씬이라고 한다. 그걸 이번에 같이 참여하면서 조금 더 깊이 있게 했다. 작품이 세련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흔히 우리가 아는 재벌집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데 항재를 환영해주셔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이 차지하는 의미에 대해 "지금 현실에 충실하고 잘 듣고, 잘 보고, 잘 말하는 게 연기라고 하는데 의도하고 기획하는 게 보이게 되면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잠재의식을 조금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한다. 사전에 캐릭터에 대해서 그 역할에 대해서 연구하고 만들었던 것들을 익히 담아놓고 이걸 비웠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것들이 이번에 작업하면서 나온 성과라고 본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뭔가 알아가게 된다. 창의적인 작업이다. 이런 작업들이 어렵다. 새로운 걸 만든다는 게. 그런 것들을 한 가지씩 깨우치려고 한다. 연기를 게을리 했다는 느낌을 이번에 받기도 했다. 매 작품마다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고백했다.
작품의 인기 만큼 배우들의 사소한 정보도 화제를 모았던 바. 정희태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진화영 역의 배우 김신록이 서울대학교 출신인 점 등도 화제를 모았다. 이에 드라마 팬들은 '학벌집 막내아들' 소리를 하기도. 정희태는 이에 "재미있게 봤다. 갑자기 기사가 나와서 너무 웃겼다. 주변에서 다들 서울대 나오면 연기 잘하냐고 한다. 어디를 나왔다는 것보다 진정성이 중요하지 않겠나. 사실 학벌 얘기 나오면서 나도 있을까 싶었다. 처음에 명단을 잘 못 보고"라고 웃으며 "학교를 간 건 연기하고는 거리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막연하게 영화배우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런 동경이 연기를 하게 만들어줬다. 그냥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그는 "인생 2회차 회귀를 한다면 조금 더 빨리 연기를 할 것 같다. 돈 생각은 못했다. 제가 아직은 카메라, 무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고 현실에 집중할 수 있는 연기를 조금 더 젊었을 때 유연하게 익히고 더 나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희태는 또한 "첫 작품으로 알려진 2000년 영화 '가위'는 영화 아카데미에서 졸업 작품으로 출연한 거였다. 연극은 그 전부터 계속해왔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정식 데뷔했다. 20년 됐는데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어릴 때 영화를 찍고 '대망'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 임현식 선배님이 같이 출연하셨는데 그 분처럼 꾸준히 하는 배우가 돼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려면 잘 돼서 연락을 받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일에만 전념하는 게 중요하더라. 그러기 위해 꾸준히 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힘주어 밝혔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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