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 韓스태프 "제임스 캐머런과 작업 행운…퀄리티 타협안해" [N인터뷰]①

'아바타: 물의 길'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12월 연말 극장가 최대 흥행작은 단연 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캐머런/이하 '아바타2')이다. '아바타2'는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아바타'(2009)에 이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아바타2'는 지난 14일 개봉 이후 7일 만에 300만 관객수를 돌파한 데 이어 크리스마스 당일이기도 한 12일째에 500만 관객수를 넘어서며 압도적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아바타2'의 작업을 함께 한 한국 스태프들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나봤다. 웨타 FX의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아바타2'의 황홀한 비주얼을 함께 완성한 스태프들이다. 최종진은 프랫 인스티튜트 아트&디자인 스쿨 출신으로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ILM)과 소니 픽처스 이미지 웍스에서 일하다 지난 2010년 웨타 FX 입사한 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과 '호크아이'에 참여했다. '아바타2'에서는 CG의 전반을 책임졌다. 이외 참여 작품으로는 '어벤져스' '아이언맨3' '호빗' '정글북'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저스티스 리그' 등이 있다.

황정록은 '아바타2'에서 CG 캐릭터 제이크 설리와 키리, 토노와리의 얼굴 작업을 담당했다. 그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스트 출신으로, 웨타 FX 입사 전에는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마찬가지로 ILM에서 경력을 쌓았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워 크래프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트랜스포머3' '말레피센트' '랭고' '지. 아이. 조' 등 작품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및 크리처 ·캐릭터 모델러로 참여하며 다수 캐릭터를 남겼다. '아바타2'에 참여한 것에 대해 두 사람 모두 "큰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이들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아바타2' 작업기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봤다.

'아바타: 물의 길'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바타2'가 흥행 중이다. 작품에 참여한 소감과 한국 관객들에게 이를 선보인 소감이 궁금하다. 각자 맡은 역할도 답변해달라.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라는 자리에서 '아바타2'를 마쳤다. CG 슈퍼바이저는 CG의 전반적 퀄리티를 책임지는 자리다. 13년 만에 최대 규모의 속편에 참여하게 됐는데,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눈물도 흘리고 자녀들도 무슨 영화를 하는지 관심있게 봐줬는데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가족들이) 무슨 영화를 하는지 잊을 정도로 일로서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아바타2'를 한다고 하니까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하더라.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처음 일을 같이 하게 됐는데 큰 예산의 제약 없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비주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였다.

▶(황정록) 저는 7년 전에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 '아바타2'에 합류하게 됐다. 저는 제이크와 키리, 토노와리의 얼굴을 담당했다. 사실감 있는 표정은 감정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인간의 눈은 예민해서 조금의 어색함이 있어도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를 어색함 없이 최대한 잘 구현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역할을 했다. 또 제임스 캐머런 감독님과 같이 작업한 건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작업하면서 작업의 질을 타협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티스트로서 만나기 힘든 작업 환경이다.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그런 작업 환경을 만들어준 것에 대해 존경한다. 수평적인 위치에서 일할 수 있었고, 그래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생각한다.

▶(최종진) 이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아티스트 분들의 영혼이 깃들어있다. 영화에는 멋진 샷들이 있고 이를 연결하는 덜 멋진 샷들도 있다. 하지만 '아바타2'는 한샷 한샷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인 만큼, 덜 멋지다고 할 수 있는 샷이 딱히 없다. 모든 샷이 멋진 샷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성을 들인 영화다.

▶(황정록) 속편이 13년 만에 나오게 됐는데 코로나19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극복했다. 그 덕분에 아티스트들 입장에선 영화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 같다. (흥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돼서 아주 기쁜 마음이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보실 때 가상 캐릭터들의 살아있는 얼굴에 신경 써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웨타에서는 페이셜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기존 시스템 한계를 극복하고 작은 미세한 표정까지 연기자와 한몸으로 구현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아바타2'는 13년 만의 후속편인데, 그만큼 CG 등의 작업도 굉장히 오랜 시간 걸렸을 것 같다.

▶(최종진) 후속편까지 13년이 걸렸다고 알려졌는데 사실 감독님이 '아바타2'를 구상하시고 스토리를 디벨롭하고 새 캐릭터와 환경 이런 부분들을 개발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중에서 모든 CG 작업 기간은 2년이 조금 넘는다. 저는 작업을 2020년부터 시작했고, 작업 시간은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짧지 않았다. 다른 작품들은 길어야 1~2년이 준비 기간이고 CG만 봤을 때 작업 기간은 1년 이내라 '아바타2'는 매우 긴 기간의 작업이었다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티스트 개개인분들이 하고 싶던 프로젝트라 열의를 갖고 참여해주신 게 아닌가 한다.

▶(황경록) 긴 시간동안 '아바타2'로 일하면서 제게 제일 큰 도움이 됐던 것은 긴 시간동안 캐릭터의 얼굴에 대해 더욱 연구, 개발할 수 있었던 점에서 좋았다. 아티스트 입장에선 얼굴만 갖고 3년 동안 일을 한다는 건 오랜 시간 작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제이크 설리, 키리, 토노와리 캐릭터별로 각각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

▶(황정록) 모든 배우들의 얼굴 표정을 미리 만들게 되는데 이를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배우와 캐릭터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싱크하는 작업이었다. 그게 가장 중요한 베이스다. 나비족의 특징은 눈은 인간보다 크고 코 부위는 동물 같은 구조다. 배우를 그대로 대입하면 나비족 특징을 살릴 수 없는 밋밋한 얼굴이 됐다. 제이크 설리가 분노하는 장면에선 호랑이를 참고했다. 또 70세가 넘는 시고니 위버가 14세의 키리를 연기했는데 나이 차를 메우면서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가이드 쉐입을 젋은 시절 모습을 레퍼런스로 참고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싱크하는 것이 가능했다. 시고니 위버가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 지는데 70세가 넘는 그녀가 웃어도 키리에 자연스럽게 블렌딩됐다. 토노와리 등도 실제 모습에 가깝게 결합해 베이스를 먼저 만드는 데 신경을 섰다.

<【N인터뷰】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