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의 막판 자가당착이 못내 아쉽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자가당착(自家撞着) 이다. 스스로 쳐내기도 하고 붙기도 한다는 말이다. 모순과도 뜻을 같이한다. 결국 말이 안된다는 얘기다.
매회 반전에 반전을 배치하며 시청 몰입도를 끌어올려온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마침내 끝났다. 마지막회까지 숨돌릴 틈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근데 결말이 황당하다.
진도준(송중기 분)은 2004년 죽었다. 그리고 그 20년 후라니 2024년의 어느 날 튀르키에 해안 절벽에서 윤현우(송중기 분)는 총을 맞는다.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윤현우는 1987년 진도준의 몸으로 깨어난다. 그리고 2004년까지 진도준으로 산 후 교통사고로 죽었다. “나(진도준)를 죽인 건 나(윤현우)였다”는 독백을 남기고.
진도준이 죽고 난 후 2024년의 윤현우는 총 맞은 지 7일 만에 깨어난다. 총 맞은 후 생사를 오간 7일간 진도준의 인생 17년을 경험했던 것으로 스스로 이해한다.
자가당착의 문제는 14화 마지막 부분에서 시작됐다. 진도준의 허울을 쓴 윤현우가 대리운전하며 힘들게 살고 있던 윤현우를 만나면서.
현실이 고달팠던 윤현우는 임시직 순양맨으로서 김주련(허정도 분)에 의해 본의 아니게 진도준 고통사고 위장 살해에 미끼로 동원된다. 그리고 그 눈 앞에서 진도준이 죽는다. 윤현우는 김주련에게 따져보지만 순양맨이 되고 싶어 그 살해현장에 대해 침묵하고 미래전략관리팀장까지 승승장구하다가 진성준에게 토사구팽 당한다.
시청자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진도준 죽음의 현장에 있었던 덕에 미래전략관리팀장까지 됐던 윤현우다. 그런 윤현우가 4-2 진도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는 설정을, 윤현우로선 까맣게 지우고 싶었던 기억이었을테니 이해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또 진도준이 이미 죽기 전 진양철 유산 7,000억원을 기부했는데, 아무 맥락없이 그 돈이 2024년까지 남아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니 화 날 수 밖에 없다.
웹소설 판타지장르를 설명할 때 ‘회·빙·환’이란 표현을 쓴다. 회귀, 빙의, 환생을 의미한다. 작가는 여기에 참회를 하나 더 넣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의 영혼은 하나다. 빙의의 경우 몸주 영혼이 잠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 영혼 두 몸을 다룬 작품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스토리가 분열될 뿐 아니라 자가당착의 함정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진도준)를 죽인 건 나(윤현우)였다.”는 독백에서도 나타난다. ‘죽인’으로 쳐내고(撞), ‘나’로 붙인다(着).
드라마 결말이 꼭 그런 식이다.
진양철(이성민 분)로 하여금 반도체 덩치를 키우게 하고, 비행기 폭발 사고 피하게 하고, 대가로 분당 땅 5만평 얻어 240억 벌고, 그 돈으로 해외 투자 성공하고, 천재 투자가 오세현(박혁권 분) 만나고, 월드컵 4강 특수 이용해 아폴로 신차 최단 기간 최다 판매 기네스 기록을 얻는 등등 드라마가 다루었던 수많은 에피소드 끝에 순양물산 회장 취임을 앞두었던 이는 누군가? 진도준이다. 미래를 살다 온 윤현우의 영혼을 쓴. 그리고 그는 진양철 유산 7,000억원을 기부했다.
그런데 그 7,000억원이 튀르키에 은행에 비자금으로 2024년까지 여전히 남아있다면? 진도준의 행위는 없던 일이 되므로 앞서의 모든 에피소드들 역시 없던 일이어야 마땅하다. 시청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흥미진진 관람했던 그 다이내믹한 스토리 전체가 날아가 버린다.
반대로 2004년에 7,000억원이 기부됐다면, 그래서 튀르키에 은행이 등장할 이유조차 없다면 윤현우 역시 총 맞고 토사구팽 당할 이유도 없는 게 된다.
그런데 제작진은 7000억도 살려놓고 무수한 에피소드들도 살아남길 바랐다. 개연성은 한타령으로 맞물려 유지된다. 아무리 판타지여도, 아무리 제작진여도, 입맛 맞는 포인트만 뽑아서 개연성을 유지할 순 없다.
‘재벌집 막내아들’, 잘 된 드라마가 막판에 갈 길 잃은 모양새를 보여 아무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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