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세포 역분화 장벽 낮추다...생명연, 새로운 조직배양 기술 개발

침수처리가 식물 절편체의 미분화 세포 형성을 유도하는 과정에 대한 모식도.

국내 연구진이 식물 체세포 역분화 효율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조직배양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은 이효준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박사팀이 식물을 물에 침수 처리하면 세포 역분화를 촉진할 수 있는 원리를 최초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통해 향후 세포 분화 조절을 통한 복제식물 및 GM(생명공학) 식물 제작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세포가 분화하며 성장한다. 세포 분화란 분화되지 않은 세포가 특정 조직 및 기관을 구성하는 고유 구조와 기능을 가진 세포로 변환되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분화가 일어난 세포는 그 형질을 영구적으로 유지하지만, 호르몬 처리 등을 통하면 역분화해 미분화 세포로 되돌릴 수 있으며, 호르몬 처리를 하면 뿌리, 줄기, 잎, 나아가 온전한 식물체로까지도 재분화할 수 있다.

이렇게 제작된 식물체는 체세포와 유전적으로 같아 이론적으로는 잎 한 장에 있는 체세포에서 복제식물을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유전자가 교정된 식물체에 적용하면 모든 체세포가 교정된 새로운 식물체를 보다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체세포의 분화 조절이 어렵고 제작 효율이 낮아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힘든 것이 실정이다.

식물 체세포 역분화에는 식물 호르몬 일종인 옥신(auxin)이 필수적인데, 대부분 체세포에는 옥신을 인식하는 수용체(auxin receptor) 양이 적어 인식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또 역분화를 위해 식물 절편에 옥신을 처리하면 상처 부위 주변 세포에서는 일어나지만, 상처에서 멀리 떨어진 세포 대부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분화장벽이 존재한다. 이러면 역분화된 세포의 수가 적어 식물체로 재분화시키는 효율이 낮아지는 한계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역분화 이전에 짧게 침수처리를 하면 분화장벽이 낮아져 모든 부위 식물 체세포에서 역분화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식물체에 침수처리를 하게 되면 세포 내 식물 호르몬 일종인 에틸렌(ethylene) 신호가 활성화되고, 활성화된 에틸렌 신호가 옥신 수용체의 양을 증가시켜 옥신 반응성을 높여 역분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뿐만 아니라 배추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용하는 것을 확인하며 작물까지로의 적용 영역을 넓혔다.

연구팀은 나아가 침수처리를 통해 유도된 미분화 세포도 식물체로 재분화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밝혀 실제 복제식물 및 GM 식물제작에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이효준 박사는 “국소 부위에만 체세포 탈분화가 유도되는 기존 조직배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것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발전시킨다면 향후 어떤 종에서도 식물 체세포 분화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12월 5일 발간된 생물학 분야 세계적인 저널인 Molecular Plant(IF 21.949) 최신 호에 게재됐으며, 과기정통부 신진연구자지원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농진청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 생명연 주요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