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새 행정수도 600만 인구 채울 수 있을까
기사내용 요약
중산층 적은 이집트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기업·외국공관 등 정부 부처 이전 지켜볼 예정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집트 카이로에서 동쪽으로 60㎞ 떨어진 곳에 수백억 달러를 들여 건설하고 있는 행정수도에 거주자를 채우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정부는 약 700 평방㎞에 들어서는 새 행정수도의 인구를 600만 명으로 상정하고 있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집트 정부는 내년 1월중 4만 명의 공직자를 이주시킬 예정이다.
새 행정수도 건설은 수에즈 운하 확장, 새 고속도와 교량 및 터널 건설, 지중해 연안 휴양 도시 건설 등과 함께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야심적인 이집트 현대화 계획의 일환이다. 현대화계획에 투입되는 자금은 수천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집트는 외채가 앞으로 수년 새 1조 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새 행정수도에는 인민광장, 대형 모스크 사원, 대통령궁 등을 포함한 정부 부처의 대부분이 이전할 예정이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 10월 이집트 모든 지역을 새 수도처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새 행정수도 건설은 2015년에 본격 시작됐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세계 최고 높이의 부르즈 칼리파 빌딩을 지은 모하메드 알라바르의 자문을 받으면서다. 시시 대통령이 알라바르와 함께 새 행정수도 건설을 발표했다. 그러나 알라바르와의 협력은 합작 투자금 비율에 대한 이견으로 금방 무산됐다.
이후 이집트 군부가 계획을 떠맡았고 이집트 건설업자들이 관청가와 상업지역, 주거지역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도시 설계를 다시 했다.
새 도시에는 길이 32㎞의 공원과 자체 공항 및 대학들도 들어선다. 주 상업지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78층 등 고층 건물이 다수 들어설 예정이다. 이 건물은 현재 절반쯤 지어진 상태다. 인근의 금융구역에서는 이집트 중앙은행과 다른 국영은행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9월 정부가 개최한 관청가 탐방 당시 도로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버스 몇 대가 다니고 야자수가 도로에 심어져 있었지만 인민광장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카이로대 도시계획 담당 교수 마메 엘 알라일이는 ”정부가 새 수도를 건설하면서 두바이 같은 현대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고층건물만 들어설 뿐 국가에 필요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새 수도 건설기획단 고문 아이만 이스마일은 기업들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따라 인구 유치가 달라진다면서 수에즈 운하에서 가깝고 계획적으로 지어진 도시여서 기업 유치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금융가에서는 회사와 종업원들을 새 행정수도로 옮기기까지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과 이집트 증권시장이 옮겨가는 지를 보고 이전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다. 현재 투자은행 대부분이 몰려 있는 카이로의 서부에 금융당국과 증권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또 외국 대사관들이 새 수도에 부지를 마련할 것으로 자신한다. 그러나 외국 외교관들은 이집트 정부 부처들이 먼저 이전하는 것을 보고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다. 또 새 수도에 공관을 마련하려면 금융 및 유통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이로의 도시설계사 데이비드 심스는 새 행정수도가 일반 이집트인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가처분 소득이 높은 중산층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새 수도에는 학교와 병원, 식당 등이 아직 들어서지 않고 있으며 들어서더라도 가난한 이집트 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부부가 공무원인 아메드 살라는 카이로에서 살면서 새 수도까지 출근하는데 자동차로 2시간 반이 걸리지만 새 수도에 아파트를 장만할 여력은 없다. 살라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와 식품가격이 폭등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수십억 달러를 회수함에 따라 이집트의 달러 부족이 심해지고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이집트 정부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석유부국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아직은 지불정지 상태가 아니지만 갈수록 상환기일이 임박한 외채가 증가하고 있다.
이집트 국영 매체들은 2015년 새 행정수도 건설비가 450억 달러(약 574425억 원)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새 행정수도 건설 책임자 칼레드 압바스는 비용이 크게 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집트가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이 200억 달러를 넘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건설 비용이 10~15% 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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