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아이들의 미래 “난 꿈을 믿어요” [이순간]

백소아 2022. 12. 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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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마이크를 잡은 지민이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미래를 앞당겨주고 싶었다"고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는 밝혔다.

카메라 앞에서 쭈뼛대던 아이들은 꿈꿨던 미래의 나로 변신하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꿈을 꾸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별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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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간]휠체어 아동들 ‘꿈의 달력’
좋아하는 가수는? 영탁! 좋아하는 노래는? 찐이야! 영탁바라기 정지민은 가수를 꿈꾼다. 무대를 올라가기 전 가수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부탁에 끼가 폭발한다. 영탁과 한 무대에 서기 위해서 재활도, 물리치료도, 작업치료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외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분홍색 마이크를 잡은 지민이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쑥스러워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발광하는 카메라 플래시에 맞춰 맘껏 재량을 뽐낸다. ‘꿈의 달력’ 모델로 무대에 선 지민이의 꿈은 가수다. 영탁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이 소원이다.

지난 가을 휠체어 이용 아동들이 ‘미래의 내 모습’을 찍어 달력을 만드는 ‘꿈의 달력’ 행사가 서울 송파구 키자니아에서 열렸다. 이동의 제약으로 생기는 세상의 모든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토도웍스’와 직업체험테마파크 ‘키자니아’가 함께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미래를 앞당겨주고 싶었다”고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는 밝혔다.

카메라 앞에서 쭈뼛대던 아이들은 꿈꿨던 미래의 나로 변신하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멋있어 소방관을 꿈꾸는 영훈이,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고 싶은 민하, 빨간색 페라리를 모는 레이서 건이, 경찰관이 되고픈 성인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가장 첫번째 원칙은 모든 아동이 인종, 성별, 장애 여부, 태생, 신분 등과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종류의 차별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비차별의 원칙이다. 어떤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꿈꾸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다. 그리고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일 것이다.

꿈을 꾸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별처럼 반짝인다. 사진 촬영을 마친 지민이는 “노래랑 춤이 좋아요. 영탁 삼촌이랑 꼭 같이 노래할 거예요. 그래서 재활도, 물리치료도, 작업치료도 열심히 받을 거예요. 그때까지 엄마 아빠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라며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 받고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지민이의 눈 또한 반짝이고 있었다.

김수인의 꿈은 소아과 의사다. 어린이들을 치료해주기 때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의사 선생님이 무섭거나 미웠던 기억은 없냐는 질문에 “그런 건 기억나지 않아요”라며 웃었다. 백소아 기자
“엘지 트윈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한마디에 쭈뼛거리던 채강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스포츠아나운서를 꿈꾸는 강산은 야구를 사랑한다. 카메라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오지환 선수가 9회말에 만루홈런을 쳐서 경기를 이긴 뒤 인터뷰하는 것이라고 상황을 정해주자 그는 허리를 펴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오지환 선수!” 백소아 기자
경찰 제복을 입자 조성인의 얼굴이 밝아진다. 자신이 꿈꾸던 그 모습이다. 폴리스라인이 쳐진 촬영 현장을 보자 두 눈망울에 기대감이 가득 찬다. 성인은 나쁜 사람을 잡는 경찰이 되고 싶다. 백소아 기자
전다윤은 장래희망에 아이돌을 적었지만 정작 일곱살 꼬마는 아이돌을 잘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을 뿐이다. 모든 어린이들의 애창곡 ‘슈퍼참치’를 언급하자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수줍음 가득하지만 빨간 마이크를 잡자 포즈가 절로 나온다. 백소아 기자
송예준의 꿈은 조종사다.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것을 꿈꾼다. 조종사가 된다면 꼭 가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는 질문에 ‘미국’을 꼽았다. 조종사 자리에 앉은 예준은 사뭇 진지하다. 안전 비행을 다짐하며 엄지 척을 해본다. 백소아 기자
귀엽게 앞니가 빠진 7살 박선율의 꿈은 화가다. 노래 부르는 것보다, 만화영화를 보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것이 좋다. 유명한 화가가 되면 가장 그리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엄마 아빠의 얼굴이라 답한다. 백소아 기자
임은후의 꿈은 경찰관이다. 비록 사진 촬영이지만 출동 전 사건 브리핑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새내기 경찰관을 대하는 베테랑 같아 보인다. 백소아 기자
박민하의 꿈은 요리사다. 평소에도 종종 빵을 굽는다. 세계 최고로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게 된다면 엄마 아빠 친구들에게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노영훈이 소방관이 되고 싶은 이유는 단 세 글자다. ‘멋져서’. 소방관 제복을 어색해하던 영훈은 실제로 물을 이용한 직업 체험을 마치자 한껏 들떴다. 자연스럽게 경례를 하는 모습에서 늠름함이 느껴진다. 백소아 기자
“빨간색 페라리를 타고 부산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요.” 단 한 문장으로 레이서 김건의 모습이 그려진다. 백소아 기자
김서정의 휠체어는 우주로 채워져 있다. 우주에서는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서정의 마음이 담겼다. ‘조종사’를 꿈꾸는 서정과 예준이 안전 비행을 다짐하며 손뼉을 부딪친다. 백소아 기자

2022년 12월26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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