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로 머리 찍어 죽인다"…올 한해 폭언 시달린 직장인들

직장갑질119 제보 1151건이 직장 내 괴롭힘
고용노동부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중 폭언이 가장 많아
심각한 폭언은 폭행죄로 신고할 수 있어

#1. A씨는 괴롭힘으로 퇴사 의사를 밝혔다. 상담 중 상사는 "그런 걸로 힘들면 다른 사람들 다 자살했다", "네가 어려서 그렇다. 멘탈(정신력)이 약하구나"라고 했다. A씨는 정신과 진료 사실까지 말하며 그만두고 싶다고 했지만, 상사는 "약 먹으면 괜찮은 거 아니냐? 정신병원 입원할 정도냐?"며 조롱했다.

#2. B씨는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상사는 "너 자신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그리 조언을 해줬건만 그 정도면 개도 알아먹을 텐데" 같은 지속적인 폭언을 이어갔다. B씨는 퇴사했다.

올 한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고, 그중 폭행과 폭언에 상당 부분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765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은 1151건(65.2%)이었다고 26일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중 사례 중 폭행·폭언이 512건(44.5%)으로 부당지시(558건, 48.5%)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는 512개 폭행·폭언 사례 중 5대 폭언을 꼽았다. 사례로는 △"그런걸로 힘들면 다른 사람들 다 자살했다" △"그 정도면 개도 알아먹을 텐데" △공구로 머리 찍어 죽여버인다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녀? 너 같은 새끼 처음 본다 △나에 대해 쓰레기같이 말을 해? 날 X같이 봤고만 등의 폭언이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16일부터 올해 8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유형 중 폭언이 8,841건(34.2%)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 119는 직장 상사의 심각한 폭언은 폭행죄로 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법원(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도 5716) 판례에 따르면 "피해자의 신체에 공간적으로 근접하여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동시에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는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될 수 있다"며 폭행죄 성립 범위를 규정한 바 있다.

직장갑질119 정현철 사무국장은 "폭언은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행위이며 동시에 정신적 고통을 주는 고문과도 같다"며 "한국사회 특유의 권위주의 문화에서는 폭언을 거친 조언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폭언 문제에 대한 진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체는 "여러 사람 앞에서 폭언을 했다면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신고할 수 있다"며 녹음의 필요성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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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fores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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