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환자 자기부담 늘어난다…車 보험 새해엔 어떻게 바뀌나

이인혁 2022. 12. 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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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부터 자동차사고로 가벼운 부상을 입은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무조건 전액 보상을 받지 못하고 본인 과실에 비례해 자기분담금을 내야 한다. 4주 넘게 장기간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보험사에 진단서 등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1월1일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주요 내용을 26일 발표했다. 과잉진료를 통한 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경상환자 등에 대한 보상기준을 합리화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과실책임원칙서 보행자는 제외”

현재는 자동차사고 발생 시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100:0 사고는 제외)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부턴 경상환자의 대인Ⅱ 치료비 중 본인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보험(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 또는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경상환자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상 상해 정도가 12~14급인 환자를 일컫는다. 척추 염좌나 골절을 동반하지 않은 단순 타박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최소 한도의 보험금을 100% 지급하도록 규정한 법의 취지 등을 감안해 내년에도 대인Ⅰ 치료비에는 과실책임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인Ⅰ 보상한도는 상해 12급이 120만원, 13급은 80만원, 14급은 50만원이다. 즉 대인Ⅰ 치료비(50만~120만원)를 초과하는 치료비에 대해 본인 과실 비율에 따라 ‘자기 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차량운전자를 제외한 보행자(이륜차와 자전거 포함)는 본인 과실이 있더라도 현재와 같이 치료비를 전액 보장받게 된다. 금감원 측은 “보행자와 차량의 위험 차이, 영국 등 해외 사례, 자동차보험으로 보상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병원급 이상만 상급병실료 인정”

경상환자가 4주까지는 진단서 없이도 치료비 보장을 받을 수 있지만, 4주를 초과할 경우 진단서상 진료기간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바뀐 것도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사고발생 시 입증자료 제출 없이도 기간제한 없이 치료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가능하다. 이로 인해 장기간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보험사에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누수 사례’가 적지 않다는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경상환자가 4주 초과 치료를 원하는 경우, 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제출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경상환자는 최대 4주의 치료비만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소비자와 의료기관 등에 변경사항에 대한 안내가 충분히 이뤄지도록 홍보물 발간 등에 나설 계획이다.

상급병실 입원료 지급기준도 개선된다. 현행 표준약관은 교통사고 환자가 ‘병실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한 경우 7일 범위 안에서 입원료를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급병실은 1~3인실, 일반병실은 4~6인실을 뜻한다. 일부 의원급에선 이를 악용해 상급병실로만 입원실을 설치하고 고가의 병실료를 청구하고 있다. 내년부턴 병원급 이상(의원급 제외)에 대해서만 상급병실료가 인정된다.

 ○“긁힘·찍힘 손상시 교환수리”

불필요한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들도 마련된다. 현재 표준약관은 차량 경미손상에 대해 교환수리 대신 복원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코팅 손상(제1유형)이나 색상 손상(제2유형)이 아닌 긁힘·찍힘 손상(제3유형)의 경우 소비자가 신품으로 교환을 요구해 수리비 갈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긁히고 찍힌 손상은 퍼티 도포 및 샌딩 등 고난이도 작업이 필요해 교환보다 복원비용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금감원은 이에 내년부터 대물배상, 자기차량손해 담보에서 제3유형 차량 수리시 신품인 품질인증부품을 이용한 교환수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차량모델에 맞는 품질인증부품이 없다면 원칙대로 복원수리만 가능하다.

또한 대물배상에서 정비공장까지 사고차량을 운반하는데 드는 견인비용도 보상하도록 표준약관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현재 대물배상은 수리비용, 교환가액, 대차료, 휴차료, 영업손실, 시세하락손해 등 6개 항목으로 구성돼 견인비용에 대한 명확한 보험금 산정 기준이 없어 분쟁이 다수 일어나고 있다.

 ○“친환경차량 보상기준 현실화”

친환경차량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발맞춰 관련 보상기준도 현실화한다. 현행 표준약관상 대차료 지급 기준은 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설계돼 배기량과 연식만 고려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운사이징엔진이나 전기 배터리를 장착한 친환경차량 차주는 상대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론 친환경차량에 한해 판단기준으로 ‘차량 크기’를 고려할 수 있도록 대차료 기준을 명확하게 바꿔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로 했다.

대물배상 보상시 감가상각이 적용되는 중요 부품에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의 모터 및 구동용 배터리가 추가된다. 친환경차량의 고전압 배터리는 차량가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부품이라, 사고시 실손보상 원칙에 따라 피해자는 배터리 교체비용의 일부(감가상각분)를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현행 표준약관은 대물배상에서 감가상각이 되는 중요 부품의 예시를 엔진이나 변속기 등 내연기관차 위주로 들고 있어, 그동안 친환경차량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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