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안받는 사업자대출…내년 부동산시장 폭락 뇌관되나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2. 12. 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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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이 3분기 말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두자릿 수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강변에 나와 있는 시민 모습. [매경DB]
자영업자 대출이 3분기말 현재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두자릿 수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자영업자의 부실위험 규모가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며 부동산 침체의 골을 더욱 악화시키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어난 101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비은행대출은 398조40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은행(6.5%)보다 비은행(28.7%)에서 큰 폭으로 확대됐다.

또한 자영업 대출에서 부동산담보 대출 비율은 69.6%로 임금근로자의 담보대출 비율(55.3%)보다 높았다. 이는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비은행권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자(법인·개인) 주담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담보인정비율(LTV) 등 가계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이 보유한 사업자 주담대는 2020년 6조9000억원에서 올해 3월 기준 12조4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자영업자대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15.5%, 2분기 15.8%, 3분기 14.3% 등 두 자릿 수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1분기(5.2%), 2분기(2.7%), 3분기(0.7%)로 증가세가 축소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출 증가율은 차주별로는 취약차주가 18.7%로 비취약 차주(13.8%) 보다 가팔랐다.

집값 하락폭이 커지면서 자영업자의 사업자대출이 내년 부동산 경기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업종별 대출비율을 보면 부동산업 비율이 32.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사업자대출 만기가 내년을 기점으로 도래한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개인사업자 주담대 규모는 10조3000억원이며, 전체평균 LTV는 75%로 나타났다. 80%를 초과하는 LTV 사업자 주담대가 6조원으로 전체의 48.4%를 차지했다. 90%를 초과하는 경우도 15.3%에 달했다.

문제는 개인사업자 주담대의 대출 만기가 짧다는 점이다. 최소 10년에서 최장 40년 만기인 가계 주담대와 달리 개인사업자 주담대는 통상 3~5년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집값이 하락하면 한도가 대폭 줄거나 재연장이 안 될 가능성도 높다.

만기 짧고 금리상승 취약, 차주 부담 가중
특히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2020~2021년 받은 개인사업자 주담대의 만기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이들 물량이 대거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부의 계획과 달리 침체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 갱신 주기도 1년으로 짧아 올해 기준 금리인상 분이 내년에 반영되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개인사업자 주담대 금리(8~17%)는 가계 주담대 금리(6~8%)보다 훨씬 높은 중금리 상품인 만큼 부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은도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금융지원정책 효과까지 소멸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위험률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연체가 시작됐거나 세금 등을 체납한 차주가 보유한 대출을 부실위험이 높은 대출로 보고, 이 대출이 전체 자영업자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부실위험률로 파악한다. 이에 따르면 내년 말 취약차주의 부실위험률은 기본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4.7%지만, 금리상승과 경기 부진시 16.8%, 금리상승과 경기부진에 정책효과까지 소멸되면 19.1%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영업자대출이 코로나19 이전 추세대로 증가한다는 가정 하에 내년 말 자영업자의 부실위험규모는 대출잔액 102조원 주 취약차주는 15조(기본 시나리오)~19조5000억원(금리상승, 경기부진)으로 추정됐다. 비취약차주는 대출잔액 1028조원 가운데 부실위험규모가 16조1000억~19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른 전체 부실위험 규모는 31조1000~39조2000억원이다.

금리상승에 경기부진까지 겹칠 경우 자영업자의 부실위험 규모가 최대 39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대출회수 압박과 고금리라는 이중고에 투매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호금융이나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 등 다른 제 2금융권의 사업자 주담대 현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대출 규제 정책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다주택자 중심으로 제2금융권의 개인사업자 주담대가 성행했다”면서 “2금융권의 사업자 주담대를 모두 합하면 그 규모가 10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연체·상환 등에 문제가 생길 겨우 집값 낙폭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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