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우의 시론]‘푸틴 러시아’ 몰락과 한국의 기회
이신우 논설고문
러시아, 전쟁 이겨도 미래 암울
중국의 封臣國 추락 예측 많아
극동 러시아 지배권 박탈 우려
국가재건 카드는 한-러 간 협력
인류의 마지막 노다지 북극항로
양국, 최적 파트너십 발휘 가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의외로 장기화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전쟁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러시아가 서방 세계를 뒷배로 삼는 우크라이나에 패배를 당하든, 아니면 상처뿐인 승리를 거두든 러시아의 미래는 극히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이번 전쟁 전만 해도 러시아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군사 강국이었다. 러시아인 스스로도 유라시아의 패권을 손에 쥐고 있다고 믿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이자 지정학자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중국조차 러시아 생활권의 일부로 취급했다. 그는 심지어 ‘유라시아 구상’을 위해 중국은 해체돼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다. 만주와 신장(新疆)위구르, 티베트, 몽골은 러시아 신제국의 보호령에 편입돼야 마땅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러시아의 운명은 머지않아 중국의 봉신국(封臣國)이 되리라고 믿는 국제정치학자들의 글이 속출하는 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러시아의 중국 의존 속도는 놀랍기까지 하다. 중국 해체는커녕 중국 생활권으로의 편입을 걱정할 정도다. 중국은 그동안 서방 세계의 소비시장이었던 러시아를 자신의 시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러시아 천연자원의 최대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러시아 국민은 이제 중국 제품 없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다. 양국 교역 규모가 확대될수록 결제통화는 중국 위안화로 대체된다. 러시아는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좋든 싫든 새로운 거인인 중국에 공손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중국의 요구사항은 점차 구체화할 것이다. 북극항로 개방, 러시아 군사 무기 기술 이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2인3각 행보 등을 넘어 인도·베트남과의 단절도 요구받을 것이다.
구소련권 국가들도 러시아의 몰락을 눈치채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양국 회담에서 먼저 입장한 푸틴을 엉거주춤 기다리도록 만들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에서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푸틴에게 자기네를 속국 취급하지 말라고 공공연히 요구했다. 서방 세계 역시 러시아의 ‘에너지 배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서방의 최첨단 기술 수입은 언감생심이다.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미래는 완전히 끝난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러시아가 한국이라는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국가 재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태유·이대식 등이 공저한 ‘한국의 선택’에서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류 문명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때, 비로소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북극을 둘러싼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북극항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들 북극항로는 인류 문명이 지구상에서 맞이할 마지막 새로운 길이다.” 저자들은 지금 우리 앞에 새로운 물류가 열린다면서 가시적으로는 북극항로이며, 비가시적이지만 더 큰 의미가 있는 데이터 유통이라고 지적한다. 이 두 가지 새로운 물류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는 유력한 조력자가 바로 러시아라는 것이다.
우선, 한국은 북극항로 상용화에 필수적인 쇄빙LNG선박 건조에서 세계 최강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다 위의 LNG 터미널’이라고 불리는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FSRU)의 건조 실력도 독보적이다. 부산항은 신북방과 신남방을 잇는 북극항로 최단거리에 위치한 전략적 거점이다. 두 번째, 데이터 물류를 장악하기 위한 최고의 원천 기술은 결국 수학이며, 이 부문에서 러시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다음으로 러시아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중국이라는 존재다. 저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장기적으로 과거 청(淸)의 땅을 포함한 광대한 극동 러시아 지역을 두고 러시아와 지배권을 다투게 될 것이다. 반면 한국과 러시아는 영토분쟁이 없으며, 강점을 지닌 분야가 서로 달라 국제협력을 위한 최적의 전략적 파트너다. ‘한국의 선택’은 철저히 한국의 입장에서 서술한 책이다. 하지만 주어를 러시아로 바꾼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역시 마지막 선택은 한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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