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8개월 백혈병 아기, CAR-T 치료로 희망 살렸다

백영미 기자 2022. 12.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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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생후 2개월 진단…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
기대여명 '수개월'…CAR-T치료로 '완전 관해'
서울아산병원 “치료경험과 여러과 협진 결과”

[서울=뉴시스]이주아 아기가 외래진료 중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임호준 교수에게 조그만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2022.12.26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생후 두 달도 되지 않아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재발해 생명이 꺼져가던 한 아기(생후 18개월 여아)가 개인별 맞춤형 항암제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로 생명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 아기는 국내 최연소 CAR-T 치료 환자로 기록됐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CAR-T 센터(주치의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임호준 교수)는 백혈병이 재발한 만 1세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아 이주아 아기에게 지난 10월 CAR-T 치료를 시행한 결과, 골수 검사에서 백혈병이 ‘완전 관해’됐고 현미경으로 보기 힘든 백혈병 세포를 검사하는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도 백혈병 세포가 0%로 측정됐다고 26일 밝혔다.

아기가 세상에 나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지난해 7월 초 아기의 부모는 아기 얼굴과 몸에 푸르스름한 멍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소아자반증이라는 질환과 증상이 비슷했다.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동네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사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며 큰 병원으로 가볼 것을 권유했고, 큰 병원에서조차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말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아기는 백혈병의 한 종류인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었다. 태어난 지 45일째였다. 백혈병은 우리 몸에서 피를 만들어내는 기관인 골수의 정상 혈액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고 증식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기의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임호준 교수는 항암 치료를 한 후 건강한 피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를 엄마로부터 아기에게 지난 1월 안전하게 이식했다.

이식 후 부작용은 없었지만, 반 년 쯤 뒤인 지난 8월 백혈병은 재발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률은 약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백혈병이 재발하면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다시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심각한 이식 관련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 또 기존 치료법으로는 남은 수명이 길어야 수 개월에 불과했다.

임호준 교수팀은 지난 10월 아기에게 CAR-T 치료를 시행했다. CAR-T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집한 T세포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을 붙여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만 1세 미만의 백혈병 환아에게 CAR-T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 대한 보고가 전 세계 학계에서 드물었지만, 아기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 다행히 지난 4월부터 국내에서 CAR-T 치료제에 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해 치료비가 기존 수억 원에서 수백만 원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소아청소년신경과, 소아중환자실, 감염내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은 협력해 아기에게 CAR-T 치료제를 주입한 후 신경계 독성, 사이토카인방출 증후군 등 아기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살폈다. 그 결과 CAR-T 치료 한 달 후인 11월에 시행한 골수 검사와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 백혈병이 ‘완전 관해’된 것으로 나타났고, 아기는 현재까지도 부작용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임 교수는 “국내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5건 중 1건을 시행하면서 쌓아온 소아혈액암 치료 경험과 CAR-T센터의 다학제 클리닉을 통해 안전하게 치료한 결과"라면서 "CAR-T 치료로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아가 계속 안전하게 치료받으며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기의 아빠 이병훈 씨는 “웃음을 잃지 않고 견뎌 준 주아에게 매우 고맙다"면서 "건강이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는데, 항상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 치료 과정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는데, 주아를 위해 헌신해주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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