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왜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 축구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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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는 크리스마스에 경기를 하고, 유럽 대부분의 축구 리그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휴식을 취한다.
왜 영국만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 축구를 하는 것일까.
잉글랜드 축구 협회 입장에서도 더 이상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내내 경기를 개최할 이유가 없었다.
1957년에는 1부 리그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라운드가 개최됐고, 1965년 블랙번 로버스와 블랙풀의 경기를 끝으로 57년 넘게 크리스마스에는 축구를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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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희준]
미국 스포츠는 크리스마스에 경기를 하고, 유럽 대부분의 축구 리그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휴식을 취한다. 왜 영국만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 축구를 하는 것일까.
영국에는 ‘박싱데이’라는 전통적인 휴일이 있다. 중세시대 왕과 귀족들이 크리스마스가 끝난 다음 날 남은 음식과 물건들을 빈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관습이 시초다. 빅토리아 시대에 이르러 귀족들이 크리스마스 다음 날 하인들에게 선물상자를 주는 관례가 정착되며 박싱데이라는 용어가 자리매김했다. 이후 1871년 영국의 국경일로 지정되며 공식적인 휴일이 됐다.
이때부터 크리스마스 연휴는 영국 사람들에게 최대 이벤트 중 하나가 됐다. 이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행사가 열렸다. 영국 ‘BBC’는 “주거가 불편하고 매력적이지 않았던 서민들에게 휴일은 집에서 쉬는 날이 아닌 거리로 나서는 이유였다”고 설명한다. 이는 ‘아마추어리즘’에서 출발한 축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크리스마스에 진행된 최초의 리그 경기는 1989년에 열렸다.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 아스톤 빌라의 맞대결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박싱데이에도 경기는 진행됐다. 원래는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크리스마스 경기는 사라져갔다. 한 가지 이유는 크리스마스가 기차와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쉴 수 있는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디 애슬래틱’은 “크리스마스 축구 인기의 하락은 기차와 버스 운전사들에게 (크리스마스) 휴일이 주어지면서 교통편이 줄어든 것이 한 가지 이유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유는 경기장에 투광 조명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환하게 비출 수 있는 수단의 등장은 곧 축구가 반드시 낮에 열려야하지 않음을 의미했다. 잉글랜드 축구 협회 입장에서도 더 이상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내내 경기를 개최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크리스마스 경기는 사라졌다. 1957년에는 1부 리그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라운드가 개최됐고, 1965년 블랙번 로버스와 블랙풀의 경기를 끝으로 57년 넘게 크리스마스에는 축구를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박싱데이 전통’은 살아남았다. 아직도 박싱데이에는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영국의 리그 경기가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에도 26일 오후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브렌트포드와 토트넘 훗스퍼의 경기를 시작으로 숨가쁜 리그 일정이 진행된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노동자들에게 축구의 기쁨을 선사하던 영국 축구의 관습은 현대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김희준 기자 juny66@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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