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룩셈부르크 CBDC 이용한 채권 발행...한국은 세계 최대 실험 진행중
한은, 15개 금융기관과 협력 추가 실험
가상자산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각국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특히 루나·테라사태를 비롯해 FTX 사태 등 연이은 악재가 터지고 있는 가운데 CBDC가 안전한 가상자산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전 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 CBDC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확인한 뒤 국내 금융기관과 추가 실험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CBDC 채권까지 발행하는 유럽...세계는 지금=26일 한대훈 SK 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와 룩셈부르크는 최근 CBDC를 이용한 1억 유로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유럽투자은행(EIB), 골드만삭스, 산탄데르, 소시에테 제네럴 등의 금융기관이 해당 실험에 참여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이번 실험을 금융 시장내 분산원장기술(DLT) 적용 사례로 설명했으며, 잘 설계된 CBDC는 안전한 토큰화 금융 자산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역시 소매용 CBDC 실험을 이달 시작했다. 초기 4개 은행과 협력해 뉴델리, 뭄바이 등 4개 도시에 적용 후 점진적으로 협력 은행과 실험 지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 나라의 경우 영내 가상자산 거래에는 보수적이지만 CBDC 도입에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초 디지털 루피 발행 계획을 공표했으며 현재 도매용 CBDC 실험도 추진 중이다.
이미 CBDC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주요 이슈별 글로벌 논의 동향’ 보고서를 올해 초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바하마와 동카리브, 그리고 나이지리아는 지난 2020년부터 CBDC 도입을 완료했다. 특히 바하마의 경우 서로 멀리 떨어진 30개의 섬에 분포하고 있는 39만 인구에 대한 금융포용을 주된 목적으로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2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CBDC 공개 시범운영을 확대 실시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선전, 12월 쑤저우, 이듬해 2월 베이징 등 주요 도시들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CBDC 공개 시범운영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홍콩 주민을 대상으로 역외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2018년 중 소규모의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모의실험 단계에 있는 국가는 스웨덴·유럽·일본이다. 스웨덴은 지난 2016년 말 현금이용 감소 등을 이유로 주요국 중 가장 먼저 CBDC 도입 논의를 진행해왔으며, 지난해부터는 가상환경에서 CBDC를 개발·테스트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본의 경우 CBDC 발행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기술 타당성 검증 계획을 발표하는 등 CBDC 관련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과 유사하게 모의실험을 통해 CBDC가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특징이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CBDC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CBDC를 우선 순위 과제로 검토하는 한편, 기술적 측면에서의 연구개발을 추진중이다. 지난 1월 CBDC 토의보고서를 발표하고 120일간 공개 의견수렴에 착수했으며, 이와 별도로 보스턴 연준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가 공동 개발 중인 CBDC 시범모형도 공개할 예정이다.
한대훈 연구원은 “FTX 붕괴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각국의 경계심은 한층 더 높아졌음에도 블록체인 및 토큰화 기술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며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일부 국가들에서 빠르게 기술 도입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주요국에서도 CBDC 실험을 확대 중이며 특히 국가간 결제·채권 발행 등을 위한 도매용 CBDC 검증이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15개 금융기관 불러모은 한국은행=한은도 이에 발맞춰 추가 CBDC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달 7일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2단계를 진행한 결과 오프라인 구현, 이자지급과 환수, 동결 및 추심, 국가 간 송금 등 다양한 정책지원 및 지급서비스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현재는 이미 구축된 CBDC 모의시스템의 기능과 성능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기 위해 14개 은행, 금융결제원 등 15개 기관과 협력해 추가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다만 한계점도 발견했다. 한은은 CBDC 모의시스템이 최대 초당 20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측정됐지만, 최대 성능치에 도달할수록 응답대기시간이 지연됐다. 이에 따라 점심시간 및 납부 마감일 등 평상시보다 3∼4배 거래가 집중되는 때나 대량거래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소액결제시스템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응답대기시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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