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비 130% 폭등한 영국···'난방 은행' 3000곳 생겼다

김태영 기자 2022. 12.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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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추위를 피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난방 은행(warm bank)'이 수천 곳 생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파로 가스요금이 1년만에 129% 폭등하면서 지역사회가 난방비를 낼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해 교회·도서관 등의 공간을 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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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내기 어려운 영국 시민들,
3000여곳 '난방 은행'에 몰려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웜 웰컴’ 프로젝트 홈페이지. 웜 웰컴 홈페이지
[서울경제]

영국에서 추위를 피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난방 은행(warm bank)'이 수천 곳 생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파로 가스요금이 1년만에 129% 폭등하면서 지역사회가 난방비를 낼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해 교회·도서관 등의 공간을 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의 에너지 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각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의 ‘웜 웰컴(Warm welcome)’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는 3723개의 난방 은행이 등록돼 있다. 난방 은행은 각 지역의 교회,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등이 시민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주거지에서 난방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은 난방 은행을 찾아 차와 다과를 이용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영국 동부 노리치시의 한 복지 단체에서 일하는 그레이스 리처드슨은 CNN에 "이번 겨울엔 사람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생활비를 아끼도록 돕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난방 은행 이용자들이 대부분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도 난방비를 제대로 낼 수 없다는 것이 (이전 생계비 위기와의)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리처드슨의 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난방 은행에는 매일 수십 명의 이용객이 찾아오고 있으며 이들은 젊은 부모, 20대 학생, 연금 수급자 등으로 다양하다.

실제로 영국의 에너지 가격 폭등세는 심각한 상황이다. 영국의 11월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129%, 65%나 올랐다. 가계들의 연간 평균 에너지 요금은 올 가을 2500파운드(약 390만원)를 기록해 1년 전보다 9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유럽 국가가 전기요금 인상을 제한하는 등 에너지 공급자에 대한 직접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영국은 규제가 비교적 약하고 지원 방식도 소비자의 가스세 인하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에너지비 상승폭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영국의 '연료 빈곤(Fuel poverty)'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영국 요크대는 올해 8월 연구에서 내년 1월까지 영국 가구의 4분의 3 이상 혹은 5300만 명이 연료 빈곤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연료 빈곤은 순수입의 10% 이상을 연료에 소비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마이클 마못 건강 형평성 연구소장은 "잘 기능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적어도 식사를 할 수 있고,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고, 안전한 주거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안전한 주거에는 '따뜻한 주거'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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