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심’ 말고 ‘민심’ 보고 정치합시다

2022. 12. 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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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당 내 당권주자 사이에선 어떻게 하면 대통령에게 잘 보일까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당 내엔 "윤심(尹心)이 안 보인다" "내가 진짜 윤심" "윤심은 너 떠난 지 오래" "그 사람은 윤심도 뭣도 아냐" 등의 말이 공공연히 오간다.

여당이 기껏 왕실의 내전에 불과하고, 당대표는 왕의 간택을 받는 내전의 주인, 그쯤에 불과하단 말인가.

대통령실의 '교통정리'를 받기보다 대통령에게 '주행 안내'를 해줄 수 있는 여당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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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당 내 당권주자 사이에선 어떻게 하면 대통령에게 잘 보일까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당 내엔 “윤심(尹心)이 안 보인다” “내가 진짜 윤심” “윤심은 너 떠난 지 오래” “그 사람은 윤심도 뭣도 아냐” 등의 말이 공공연히 오간다. 심지어 “용산에서 곧 교통정리를 할 것” 이라는 말은 이미 여의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회자된 관용어가 됐으니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겠다.

윤심, 곧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라니, 표현도 참 낡다 못해 고색창연하다. 신념과 철학, 제도와 절차에 의해 이뤄지는 정당민주주의의 시대에 최고통치자의 ‘마음’이 우리나라 최고권력 엘리트층의 ‘화두’라니. 더구나 “용산에서 교통정리를 한다”니, 이건 숫제 당대표선거가 아니라 봉건시대 제왕의 중전 간택을 하는 꼴이다. ‘왕의 마음을 얻는 자, 내전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여당이 기껏 왕실의 내전에 불과하고, 당대표는 왕의 간택을 받는 내전의 주인, 그쯤에 불과하단 말인가.

여당이고, 야당이고 입만 열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입에 달고 다니던 게 무색하다. 스스로 대통령을 군왕처럼 받들고 그 권력을 무한으로 여기니 말이다.

여당의 당권주자들은 윤심이 아니라 민심을 보고 정치해야 한다. 대통령의 마음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더 살펴야 한다. 충성경쟁 대신에 바른말 경쟁을 해야 한다. 대통령 귀에 달콤한 소리보다는 쓰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대와 희망은 언제나 실낱같다. 앞뒤 상황을 보니 당권주자들의 충성경쟁은 심하면 심해졌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난망하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전했을 때도 ‘친윤’를 자칭하는 뭇 주자들이 쓴소리, 바른소리 한 마디 못했는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지금에서 달라질 이유가 없을 듯하다. 게다가 국민을 위해 대통령에 때로 ‘악역’도 할 수 있다는 의지는 애초 ‘당원 100%’ 당대표선거 룰을 정할 때 이미 글러버린 것이 아닌가.

당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이야 시대와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나 정당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들어선 안 되고, 객관성과 안정성, 예측가능성을 잃어선 안 된다. 특정 세력의 이해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져선 안 된다는 말이다. 이번 ‘당원 100% 결정’이 과연 그 요건을 만족시켰는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당원 100%’는 우리 정치에도 ‘정체성 정치’ ‘정치의 양극화’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생긴다. 강성지지층이 주도하는 정당질서 속에선 양당정치와 양자택일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당원 100% 결정은 반가울 수 없되, 다행인 것은 여당의 당원 중에서 20~40대 젊은 세대와 수도권 유권자들의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당원의 구성이 다양화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이들을 포함한 당원들이 윤심 대신 민심을 두려워하는 당대표를 선출해주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놓치고 가는, 대통령실이 애써 외면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과감하게 꺼내 놓고 대담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여당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대통령실의 ‘교통정리’를 받기보다 대통령에게 ‘주행 안내’를 해줄 수 있는 여당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총선이 머지않았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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