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같지만 다른 ‘소수와 다수’ ‘선과 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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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운행이 5분 넘게 지연될 경우 번번이 500만원을 내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지연을 목적으로 한 시위에 대해 최근 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지하철 지연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는 별로 강한 처벌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소수 약자'임을 내세워 다수의 불편을 의도적으로 초래했던 행위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유죄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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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운행이 5분 넘게 지연될 경우 번번이 500만원을 내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지연을 목적으로 한 시위에 대해 최근 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지하철 지연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는 별로 강한 처벌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소수 약자’임을 내세워 다수의 불편을 의도적으로 초래했던 행위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유죄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다.
전장연이 1년 넘게 출퇴근시간 지하철에서 탑승 및 지연시위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약자=선’이라는 우리 사회의 선입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핸디캡이 있는 약자들의 주장과 시위는 나름 이유가 있는 것이고, 또 이들의 행위에는 선한 목적이 깔려 있기에 불편을 초래하는 시위도 다수가 이해해야 한다는 선입견이다.
실제 드라마, 영화, 뉴스 등 미디어와 학교, 사회 교육에서도 ‘약자는 선’이라는 선입견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소설 ‘레미제라블’ 속 장발장을 감싸안았던 사제처럼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또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교육받은 다수 사람이 약자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다. 이들 약자를 배려하고 또 각종 정치·경제·사회적 행위에서 우대해야 한다는 것에 대다수의 사람이 동의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상당수를 이들을 위한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법원의 판결도 같은 범죄라 해도 가해자가 사회적 약자라면 처벌 수위를 대폭 낮추기도 한다. 사회적으로도 약자를 위한 배려는 지속성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다. 노력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핸디캡, 이 핸디캡이 가져오는 사회적 격차 확대를 방치할 경우 그 사회는 언젠가 패망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는 동서양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약자의 정의, 또 정당성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상대적인 개념인 ‘약자와 강자’는 절대적 개념의 ‘선과 악’과 결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애초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정치·사회에서는 많은 경우 ‘선과 악’ ‘약자와 강자’를 등치시키곤 한다.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밀어붙여 사회적 낭비, 불편을 가져오거나 심지어 촉법소년 범죄나 성범죄 무고죄 같은 범죄를 유도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1년 넘게 출근길 지하철을 붙잡아두며 하루에도 수만명에게 불편과 피해를 가져온 전장연의 시위에 대한 여론이 언제부터인가 비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처음에는 정치가, 미디어가, 또 시민이 다소 불편해도 장애인들의 시위를 이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내에 한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전장연의 시위 현장에서 고성으로 항의하는 탑승객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공공연하게 나온 것도 평범한 다수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는 방증이다.
일단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시위는 ‘휴전’에 성공했다. 이제는 전장연은 진짜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고, 정부와 서울시는 그 주장의 타당성을 하나하나 따지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하철테러’라는 비판까지 나왔던 탑승시위가 또다시 이어진다면 약자를 선으로 여겼던 우리 사회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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