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세자' 신승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환혼의 세자님이네?"
tvN 예능 '출장 십오야2 X 스타쉽: 가을 야유회'에서 밥차 사장님이 신승호를 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즐거웠다. 우리 세자 저하, 역시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 'D.P'에서 군필자에게 PTSD를 일으키던 인간말종 '황장수'가 '환혼'의 세자 '고원'으로 이토록 사랑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 엄청난 간극을, 신승호는 자연스러운 연기와 자신의 매력으로 메워 버린다.
'환혼'에서 가상의 나라 대호국 세자인 고원은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왕의 뒤를 이어받을 고귀한 신분이요, 술력으로는 '환혼' 시즌1에서 '집수-류수-치수'의 단계 중 류수 끝자락으로, 스승 진무(조재윤)가 세자 연배에서는 서율(황민현)을 제외하곤 이 정도 실력자가 없을 거라 단언하는 정도다. 그러나 왕의 운명을 짊어진 제왕성의 별을 타고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그는 아버지인 왕 고순(최광일)이 제왕성의 별을 타고난 후계자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후궁을 들이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신분도, 실력도 갖췄지만 그의 마음 속이 얼마나 타들어 갈지 십분 이해되는 대목.
시즌1에서,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법적 어머니인 왕비 서하선(강경헌)이 자신의 스승 진무와 손을 잡고 음모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추적하던 그는 어머니이자 스승을 의심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못내 괴로웠을 것이다. 게다가 제왕성의 별을 타고난 자가 '창자가 꼬일 것처럼, 간이 타들어 가도록 싫고 밉던' 장욱(이재욱)이란 사실을 알았다. 시즌2에서 얼음돌을 품에 안고 환혼인을 잡으러 다니는 장욱 대신 제왕성의 주인이라 칭송받아야 하는 고원은 장욱을 손톱 밑에 낀 가시처럼 거슬려 하면서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진무를 과감히 내치지 못하고 곁에 두고 있는 것도 존재만으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장욱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가졌으나 결정적으로 주인공 롤이 아닌 인물은 필연적으로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기 쉽다. '환혼'의 세자 고원도 전형적인 빌런처럼 그려질 수도 있는 캐릭터. 장욱과 처음 맞설 때만 해도 장욱의 기세를 꺾고자 되도 않는 시비를 걸었고, 자신의 옷자락에 똥물을 튀긴 무덕이(정소민)를 진검으로 내리치려 했을 때는 정말 빌런이겠구나 싶었다(물론 왕족에게 똥물을 튀긴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일 테지만). 그러나 이내 고원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물러나는 모습을 보일 줄 알고, 무덕이의 능청스러운 아부 덕분이긴 하지만 이내 무덕에게 '똥무더기'란 이름을 내리며 용서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즌1에서 장욱과 맞서며 결론적으로 장욱을 성장하게 돕는 역할도 고원이었고, 장욱이나 무덕과 '케미'를 이루며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도 그였다. 생각해 보라. 음양옥으로 인해 두근두근거리며 장욱과 고원이 마주쳤던 순간을. 단언컨대 시즌1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진 순간 중 하나였다. 무덕이를 송림 하인에 들이기 위해 서율, 박당구(유인수)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다가 한순간에 그들에게 배척당하고 샐쭉하는 모습도, 시즌2에서 자신이 기르는 거북을 장욱이 돌봐준 것을 듣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기대하는 모습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니 대중이 고원을 대호국 금쪽이, 환쪽이(환혼+금쪽이)라 부르며 눈에 들일밖에.
고원을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완성한 신승호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학교 2학년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는 신승호는 187cm의 큰 키와 그에 어울리는 다부진 체격, 선 굵은 얼굴과 중저음의 목소리 등 타고난 피지컬로 그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낸다. 그 때문인지 데뷔작 '에이틴' 시리즈에서 농구부 출신 남시우로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영화 '더블패티'에선 고교 씨름왕 출신인 씨름선수, 드라마 '계약우정'에서 일대 고등학생들 사이에 전설로 추앙받는 주먹 등 압도적인 체격을 활용한 캐릭터들이 많았다. 신승호의 얼굴을 똑똑히 알린 'D.P'의 황장수도, 운동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그 피지컬 때문에 후임들에게 더욱 악랄한 고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니까.
동시에 피지컬로 인해 역할에 따라 '멍뭉미'를 자아내는 순정남 역할이나 소년미 뿜뿜한 캐릭터에도 퍽 잘 어울린다. '에이틴' 시리즈나 '좋아하면 울리는'의 장일식, 그리고 무덕이에게 나름 절절한 연정을 보였던 '환혼' 시리즈를 보라. 덩치는 크지만 장난꾸러기 어린애 같은 모습이 삐죽삐죽 새어 나온다. 옛날로 따지면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고백 못하고 고무줄놀이하는 그 애의 고무줄을 끊어 먹고 도망칠 것 같고, 경상도 식으로 "오다 주웠다"며 선물을 던지고 내뺄 것 같은 그런 소년스러운 순정미가 신승호에겐 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선 굵은 피지컬과 중저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커리어 안에 교복을 입은 역할이 많았던 것은, 그 덕분인 듯.
물론 압도적인 피지컬로 위압감을 주는 모습과 지극히 소년스러운 역할이 동시에 어울리는 건 신승호의 부단한 노력에도 공을 돌려야 할 것이다. '환혼'에서 고원이 특히 귀여울 때는 이따금 음이탈을 내듯 삑사리 톤으로 대사를 칠 때인데, 이는 특유의 중저음 때문에 국한된 캐릭터로 굳어지는 것을 고민하던 신승호의 다양한 시도로 인한 것이라고. 예능 '출장 십오야2 X 스타쉽: 가을 야유회'에서도 뭐든 열심히 하려는 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게임 최약체로 보이며 '어남신(어차피 남는 건 신승호)'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기어코 최종 문제의 답을 맞혀 팀을 승리를 이끄는 모습이나 산만한 덩치에도 손끝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춤추는 모습을 보면, 그가 앞으로 보일 다채로운 캐릭터들에 더욱 기대를 품게 된다. 1995년생,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이 파릇파릇한 반전 매력의 청년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기대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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