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재건축추진위, 한남동 민폐 시위 재개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2022. 12. 26. 11:09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부 주민이 법원의 시위 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시위 경로와 현수막 문구 등을 일부 변경한 채 상가 등이 밀집한 서울 한남동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법원은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 재건축 추진위 등을 상대로 낸 시위 금지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의 주거지인 기업인 자택 반경 100m 내에 확성기 등을 통한 소음 유발 및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 게시 금지, 반경 250m 내 근거 없는 비방성 문구 등이 기재된 현수막 등의 게시 또는 이를 부착한 차량 이동 등도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추진위측은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 현수막 문구를 부분 변경하고, 기업인 자택에서 최소 약 260m 떨어진 도로변으로 시위 장소를 옮겨 지난 13일 차량 시위를 재개했다.
시위가 재개된 한남동 도로변은 상가 등이 밀집한 곳으로 추진위측 차량 10여대는 인도 쪽 차로 2개를 점거하는 등 자신의 시위 준비를 위해 일반 시민의 안전 운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은 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아무런 상관없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법원 명령도 사실상 이들의 불법 시위를 막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위 탓에 유턴 차량이 시위 차량에 가로막혀 여러 차례 앞뒤를 오가며 애를 먹는 등 운전자 안전이 위협받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또 추진위측은 조수석에 확성기를 싣고 시위 구호를 큰 소리로 반복 재생해가며 차량을 운행 중이다. 변경된 시위 구간이 2.6km에 이른다는 점에서 인근 시민의 불편은 법원 가처분 결정 이전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는 우려다.
추진위측은 시위가 열리는 도로를 따라 가처분 이전 볼 수 없었던 20여개의 현수막도 새로 설치했다. 주민 등의 신고로 한차례 모두 철거됐지만, 곧바로 다시 내걸리면서 이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측이 GTX-C 노선 변경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나 GTX-C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한남동에서 이처럼 민폐 시위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법원 가처분 결정의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한남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추진위측 시위 영상에 “불법 현수막에 대해 모두 민원을 넣어놓았다”며 “왜 여기 와서 이 난리를 치느냐”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도 최근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가 출근길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시위가 벌어지는 역은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무정차 통과’ 방침을 발표하자 전장연측이 시위 장소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게릴라 시위’로 맞섰기 때문이다.
첫날인 지난 19일 전장연측은 1호선 시청역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고, 열차 운행이 40여분간 지연되며 현장 시민들은 “이걸 어떻게 피해 가란 말이냐”, “우리도 출근 좀 하자” 등 불만을 터뜨렸다. 사회적 반발에 전장연은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의 ‘휴전 제안’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게릴라 시위 개시 하루 만인 지난 20일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잠정 중단했다.
해외의 경우 이처럼 다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진행되는 무분별한 민폐 시위는 발붙이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는 공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어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행진 소음은 10m 거리 측정 기준 최대 81데시벨(dB)을 넘어서는 안 되고, 시위 단속 기준으로 ‘배경 소음도’를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시위 소음은 배경 소음보다 주간에는 5dB, 야간에는 3dB을 초과할 수 없다.
대로변 등 인파가 몰려 평소에도 소란스러운 장소보다 주택가 등 평소 소음이 작은 곳에서는 집회 소음 또한 더욱 규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스페인은 2015년 무분별한 시위를 막기 위해 제정된 ‘시민안전법’에 따라 공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끼치면 한화 약 4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사전 허가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집회 장소를 벗어나 행진하면 약 82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시민안전법이 통과된 2015년 집계된 공공 무질서 범죄는 총 261건에 달했지만, 이듬해에는 174건, 2017년 181건, 2018년 149건, 2019년 150건, 2020년 163건으로 줄었다.
지난 2020년 특정 정당 지지자들이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당시 부총리 자택 앞에서 냄비와 팬을 두드리고 확성기를 통해 “스페인을 떠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4개월간 거친 시위를 벌이면서, 공과 사의 구분 없이 타인에 피해를 주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금 확산하기도 했다.
미국은 일괄적인 연방 법규가 아닌 각 주의 법률 또는 조례로 집회·시위를 규제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주에서 공공 도로에서 시위나 행진을 하려면 경찰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보행자 또는 차량 이동에 지장이 크면 행진을 금지할 수 있다.
뉴욕의 경우 확성기를 사용한 시위 개최를 위해서는 집회 신고와 별개로 하루 단위의 소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할 경찰서는 주최 측이 이전에 유발한 소음의 정도, 소음 기구의 종류, 집회 장소, 인근 주민의 불편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만일 소음이 타인의 건강 또는 편안함을 해치면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한 전문가는 “해외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 우리도 다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은 민폐 시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소음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외국과 같은 과태료 부과 방식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법원은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 재건축 추진위 등을 상대로 낸 시위 금지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의 주거지인 기업인 자택 반경 100m 내에 확성기 등을 통한 소음 유발 및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 게시 금지, 반경 250m 내 근거 없는 비방성 문구 등이 기재된 현수막 등의 게시 또는 이를 부착한 차량 이동 등도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추진위측은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 현수막 문구를 부분 변경하고, 기업인 자택에서 최소 약 260m 떨어진 도로변으로 시위 장소를 옮겨 지난 13일 차량 시위를 재개했다.
시위가 재개된 한남동 도로변은 상가 등이 밀집한 곳으로 추진위측 차량 10여대는 인도 쪽 차로 2개를 점거하는 등 자신의 시위 준비를 위해 일반 시민의 안전 운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은 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아무런 상관없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법원 명령도 사실상 이들의 불법 시위를 막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위 탓에 유턴 차량이 시위 차량에 가로막혀 여러 차례 앞뒤를 오가며 애를 먹는 등 운전자 안전이 위협받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또 추진위측은 조수석에 확성기를 싣고 시위 구호를 큰 소리로 반복 재생해가며 차량을 운행 중이다. 변경된 시위 구간이 2.6km에 이른다는 점에서 인근 시민의 불편은 법원 가처분 결정 이전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는 우려다.
추진위측은 시위가 열리는 도로를 따라 가처분 이전 볼 수 없었던 20여개의 현수막도 새로 설치했다. 주민 등의 신고로 한차례 모두 철거됐지만, 곧바로 다시 내걸리면서 이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측이 GTX-C 노선 변경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나 GTX-C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한남동에서 이처럼 민폐 시위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법원 가처분 결정의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한남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추진위측 시위 영상에 “불법 현수막에 대해 모두 민원을 넣어놓았다”며 “왜 여기 와서 이 난리를 치느냐”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도 최근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가 출근길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시위가 벌어지는 역은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무정차 통과’ 방침을 발표하자 전장연측이 시위 장소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게릴라 시위’로 맞섰기 때문이다.
첫날인 지난 19일 전장연측은 1호선 시청역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고, 열차 운행이 40여분간 지연되며 현장 시민들은 “이걸 어떻게 피해 가란 말이냐”, “우리도 출근 좀 하자” 등 불만을 터뜨렸다. 사회적 반발에 전장연은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의 ‘휴전 제안’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게릴라 시위 개시 하루 만인 지난 20일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잠정 중단했다.
해외의 경우 이처럼 다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진행되는 무분별한 민폐 시위는 발붙이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는 공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어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행진 소음은 10m 거리 측정 기준 최대 81데시벨(dB)을 넘어서는 안 되고, 시위 단속 기준으로 ‘배경 소음도’를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시위 소음은 배경 소음보다 주간에는 5dB, 야간에는 3dB을 초과할 수 없다.
대로변 등 인파가 몰려 평소에도 소란스러운 장소보다 주택가 등 평소 소음이 작은 곳에서는 집회 소음 또한 더욱 규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스페인은 2015년 무분별한 시위를 막기 위해 제정된 ‘시민안전법’에 따라 공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끼치면 한화 약 4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사전 허가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집회 장소를 벗어나 행진하면 약 82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시민안전법이 통과된 2015년 집계된 공공 무질서 범죄는 총 261건에 달했지만, 이듬해에는 174건, 2017년 181건, 2018년 149건, 2019년 150건, 2020년 163건으로 줄었다.
지난 2020년 특정 정당 지지자들이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당시 부총리 자택 앞에서 냄비와 팬을 두드리고 확성기를 통해 “스페인을 떠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4개월간 거친 시위를 벌이면서, 공과 사의 구분 없이 타인에 피해를 주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금 확산하기도 했다.
미국은 일괄적인 연방 법규가 아닌 각 주의 법률 또는 조례로 집회·시위를 규제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주에서 공공 도로에서 시위나 행진을 하려면 경찰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보행자 또는 차량 이동에 지장이 크면 행진을 금지할 수 있다.
뉴욕의 경우 확성기를 사용한 시위 개최를 위해서는 집회 신고와 별개로 하루 단위의 소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할 경찰서는 주최 측이 이전에 유발한 소음의 정도, 소음 기구의 종류, 집회 장소, 인근 주민의 불편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만일 소음이 타인의 건강 또는 편안함을 해치면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한 전문가는 “해외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 우리도 다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은 민폐 시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소음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외국과 같은 과태료 부과 방식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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