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말뿐인 평화…군비 경쟁 불붙은 전 세계

황경주 2022. 12. 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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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럽 각국이 경쟁적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인구 천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나라 벨기에도 30년 만에 병력을 확대한다고 하는데요.

밖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안에서는 무력을 키우는 유럽의 실태를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벨기에는 징병제도 폐지할 만큼 군사력을 축소하던 국가였는데, 전쟁을 지켜보면서 기조가 달라지고 있다고요?

[기자]

벨기에는 인구가 천2백만 명 정도밖에 안 되고, 나토의 집단 안보체제 속에서 작지만 강한 군대를 추구해온 국가입니다.

그래서 1993년 징병제도 없앴고, 그동안 전체 병력도 50% 넘게 줄였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런 벨기에마저 병력을 키우고 있는데요.

벨기에 정부는 지난 22일 현재 2만 5천 명 정도인 상비군 규모를 2030년까지 2만 9천 명 수준으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또 군사기지를 폐쇄하려던 계획도 전면 취소하고, 새로운 기지를 최소 두 개는 더 짓기로 했습니다.

[앵커]

유럽연합은 합동군 창설도 계획하고 있잖아요?

[기자]

유럽연합은 2025년까지 유럽 합동군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인데요.

육·해·공군을 모두 포함한 5천 명 규모로 작전 통제와 군수품 보급 등 독자적인 작전 능력을 보유한다는 계획입니다.

빠르면 내년부터 정기 합동 군사 훈련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데,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군 창설에 특히 적극적입니다.

독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일회성 국방비 예산으로 135조 원가량을 책정하기도 했죠.

지난해 독일 국방비 예산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한 번에 책정한 겁니다.

[올라프 숄츠/독일 총리 :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것을 포함해, 유럽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영국도 지난 6월 2020년대 안에 방위비 지출을 GDP의 2.5%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앵커]

이번 전쟁에서 군비와 군사력 부담이 큰 미국은 이런 유럽의 변화를 내심 반기고 있다고요?

[기자]

지난주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을 전격 방문했을 때 패트리엇 미사일을 더 달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의존할 만큼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전력 부담은 상당합니다.

이미 전쟁 이전부터 유럽의 안보가 지난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왔죠.

북미와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에서도 미국의 부담률이 크기 때문인데요.

2020년 기준으로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GDP 대비 방위비 지출은 평균 1.7% 정도인데, 미국은 3.7%나 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EU 자체의 군사력이 생기면 나토군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앵커]

안보 강화, 군사력 확대가 추세로 자리 잡다 보니, 세계 경기 악화 속에서도 홀로 웃고 있는 업계가 있죠?

[기자]

네, 바로 군수업체들이죠.

미국과 동맹국들의 폭발적인 수요로 올 한해 미국 주요 군수업체들의 주가는 크게 뛰었습니다.

미 의회가 초당적 합의로 내년도 국방 예산도 확대하면서, 군수 업체들은 더 큰 호황을 누릴 전망인데요.

미 국방부는 최근 자국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에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사일 9억 5천만 달러, 우리 돈 1조 2천억 원 어치를 주문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유럽과 아시아 등 미국의 동맹국에서 더 많은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팬데믹 여파 속에서도 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은 7년 연속 늘어나 우리 돈 2천5백조 원을 넘겼습니다.

[앵커]

무력과 전쟁으로 평화를 얻을 수는 없을 텐데요.

방위력 경쟁이 군수업체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그래서 더 효과적인 갈등 해결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스페인 시민 : "무기와 사람들을 죽이는 이 사업에 신물이 납니다. 그들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더 많은 무기와 전쟁이고, 우리는 항상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어요."]

특히 이번 전쟁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던 유엔 안보리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큰데요.

유엔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강제력을 갖는 결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지만, 5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가 있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탓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도 이를 규탄하는 성명조차 채택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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