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효리 브랜드를 의심하는 사람 있습니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효리 콘텐츠에는 늘 메시지가 있다. 자신의 모습과 일상에서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측면에선 여타 관찰예능의 문법과 큰 차이가 없지만, 캐나다로 입양 보낸 개들을 보러 동네 친구와 가는 김에 촬영까지 했다는 <캐나다 체크인>의 기획처럼 오리지널리티, 라이프스타일 제안, 진정성 측면에서 늘 두어 발 앞서간다. 제주에 내려간 이후 10여 년째 꾸준히 보여주는 이효리의 일상은 그래서 늘 화제가 되고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다. 이번에도 1회 만에 유기견 임시보호와 이동봉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반가움과 기대치가 높은 이효리의 행보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김태호 PD와 함께하는 '체크인'이란 새로운 브랜드 때문이다. 이효리는 <서울 체크인>의 파일럿부터 스튜디오 테오와 파트너십을 이루고, 다음 시리즈로 인도 편을 예고하는 등 간판으로 활약 중이다. 연속성과 진정성도 이어진다. <서울 체크인>에서 이미 유기견을 보러 캐나다에 갈 계획을 언급했었고, <캐나다 체크인>의 또 다른 출연자인 고인숙은 실제로 <서울 체크인>에서 제주 친구 중 한 명으로 함께 서울 나들이를 했던 멤버다. 또한 당시 함께 서울 여행을 한 다른 제주 친구들도 1회에서 잠시나마 반가운 얼굴을 내비친다.
제주의 전원생활, 캠핑, 요가, 서핑, 유기견 보호 등 이효리의 일상과 말과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 프로그램은 그동안 여러 편 있었다. 하지만 티저에서 언급한 이효리의 가장 사적인 기록은 이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콘셉트다. <서울 체크인>에서는 본투비 연예인의 면모와 세속에서 벗어난 수더분한 라이프라는 단층을 가진 인간적 매력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번에는 캐나다의 멋진 풍광 속에서 이효리 브랜드를 이루는 키워드 중 하나인 '유기견 구조 및 보호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이효리가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기록해왔던 구조 모습부터 임시 보호 기간, 해외 입양까지 일련의 순간들을 기록한 영상들이 더해지면서 정서적 공감, 감동의 진동은 더욱 커진다.
소규모 촬영 팀을 꾸려 떠난 <캐나다 체크인>에는 제작진의 인위적인 기획이 없다고 한다. 철저히 이효리와 고인숙이 계획한 여정을 담아낼 뿐이다. 그래서인지 덕분에 비교적 담백했던 초창기 관찰예능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또한, 소규모 스텝과 다소 빡빡한 일정, 이효리를 제외하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비연예인이며, 직접 촬영한 영상들이 더러 나와서 그런지 다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신, 그런 만큼 활동가로 살아온 이효리의 진정성이 두드러진다. 캐나다로 떠나는 것부터, 캠핑하고, 서핑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등 캐나다 구석구석을 다니는 명분이 이효리로부터 비롯된다. 바로 이 지점.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하는 목적보다 출연자들이 무언가를 보기 위한 목적이 앞선 여정이란 점이 <캐나다 체크인>과 여타 여행 예능, 관찰 예능의 결정적인 차이다. 입양된 개들이 평화롭게 지내는 안정된 가정환경, 목줄 없이 뛰어 놀 수 있는 공원, 대자연을 반려견과 함께 보내는 일상 등 이효리가 보고 싶거나 보이는 볼거리가 반복되는 단점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세월이 빚어낸 이효리와 고인숙의 눈물이 '특별한 감정'으로 전달되어 시청자들의 눈시울에서 공명한다.
이러한 진정성과 정서적 유대는 이효리만이 가진 힘인 동시에 예능 프로그램에 정서적 유대와 메시지를 담아온 김태호 PD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지상파 예능을 벗어나 선보인 <먹보와 털보>, '체크인' 시리즈에서 드러나는 김태호 PD의 재미는 웃음의 추구보다 새로운 스타일의 확립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번 <캐나다 체크인>은 오히려 투박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효리의 콘텐츠에 무언가를 더한다기보다 빼는 쪽을 택했다. 2회까지 큰 욕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진정성 있는 마음이라는 자세로 편성시간부터 힘을 뺀 듯하다.
그 자리에 유기견 문제를 환기하고, 이타적인 사람들의 존재, 선진화된 반려견 문화가 일상화된 캐나다의 모습을 반복해 보여준다. 잘 지내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느끼는 안도, 개와 사람 사이에도 진심은 남는다는 뭉클함, 유기견 구조 및 보호 활동의 동기부여까지 이효리의 개인적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숙제가 남는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만드는 소탈하면서도 멋진 언니의 모습은 이효리가 가진 영향력의 근원이다.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기꺼이 자기 브랜드를 제공하는 것도 멋지다. 다만, 더 이상 의심하는 사람도 없는데 이효리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다지는 방향은 효율이 떨어진다. 게다가 감정의 감가상각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총 6화의 호흡 동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remember me?"의 감정씬을 보좌해줄 더욱 더 깊거나 색다른 이야기의 보조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이 아니라면 최소한 다음 체크인에서라도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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