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채널로 단골 엄청 늘렸어요“...전통시장의 화려한 변신
기사내용 요약
[르포]카카오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 진행 중인 '월곡시장' 가보니
3명의 디지털 튜터 상주하며 상인들에게 카톡 활용한 마케팅 교육
점포 QR코드 접속해 '카톡 채널' 추가해 단골과 온라인 소통
직접 사진·동영상 포스팅 게시부터 메시지 활용한 홍보까지
"코로나19로 타격 입은 전통시장에 능동적 디지털 DNA 체화"
[광주=뉴시스]최은수 기자 = 지난 19일 기자가 찾은 광주 광산구 전통시장 ‘월곡시장’. 언뜻보면 제철 농수산물부터 축산물, 반찬 등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여느 전통 시장과 다를 바 없지만, 이 아담한 시장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각 점포마다 QR코드가 인쇄된 노란색 종이가 비치돼 있다. 가장 먼저 찾은 영광점포에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에 접속해봤다. 해당 점포가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톡 채널이 나온다. 이 채널에는 갈치조림, 제육볶음 등 점포 상인이 판매하는 음식들이 소개돼 있다.
단골 손님들이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해 ‘친구’를 맺을 수 있고, 영업시간과 예약 방법, 오는 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때론 상품에 대한 할인 정보를 얻기도 하고, 채팅을 통해 상인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거나, ‘택배’ 배송 문의도 할 수 있다.
건어물 점포인 동호상사 주인 박미영씨(55)는 월곡시장 사인 가운데 가장 많은 카카오톡 채널을 확보한 디지털 마케팅 ‘모범생’이다. 11월 중순부터 열심히 홍보한 결과 카카오톡 채널 친구가 147명이나 된다. 평소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사진 편집은 물론 동영상까지 직접 편집해 포스팅하고 있다. 아울러 방문 손님들에게 카카오톡 채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24년째 이 시장에서 곡류와 참기름 등을 주문·판매하고 있는 임은숙씨(62·복있는 사람들)도 카카오톡 채널로 매일매일 상품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올리고 있다.
"단골 손님들이 대부분 50대에서 70대로 연령이 높지만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되니 홍보하기가 수월했습니다. 벌써 119명 이상의 친구가 생겼어요. 튜터가 매일매일 시간날 때 마다 돌아다니면서 손님이 없을 때 가르쳐 준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죠.“ 임은숙씨의 말이다.
커피 판매점 '하워짓커피랩'도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마케팅에 적극적인 점포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슈퍼바이저 출신인 젊은 부부는 월곡 시장에 둥지를 튼 후 커피, 드립백, 원두 등을 판매하며 성공한 청년 상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 개설 이후에는 채팅을 통해 고객들이 원두커피 종류 추천을 요청하는 등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시장에 상주하는 디지털 튜터들…일대일로 직접 카카오톡 활용 마케팅 교육
코로나19로 위기 닥친 전통시장…"전국 메신저 '카카오톡' 활용해 디지털DNA 체화"
튜터 1인당 17개 상점을 맡는데 일주일에 1~2회 이상, 많으면 매일 장사가 한가한 오후 시간대에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교육을 일대일로 진행한다. 오프라인 교육 8주를 마치면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온라인 교육 4주 과정을 거쳐 총 12주간 진행된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카카오가 추진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카카오가 소상공인 대상으로 5년간 총 1000억원의 상생기금을 집행하는 ‘소신상인 프로젝트’의 디지털 전환 사업 중 하나다. 카카오와 카카오 임팩트, 소상공인진흥공단이 함께 진행하며, 전국 10개 시장을 대상으로 지난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국 시장 상인들이 카카오톡 채널로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모바일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카카오는 선정된 시장에 디지털 튜터 교육 외에도 ▲카카오톡 채널 웰컴키트 ▲단골 고객이 채널 추가 시 지급되는 쿠폰 비용 지원 ▲채널 메시지 발송을 위한 무상캐시 등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 월곡시장내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에 참여한 점포는 모두 33곳. 총 1123명 카카오톡 친구가 생겼으며 172개 포스팅이 쌓였다. 포스팅이 많이 쌓인 뒤에는 상인들이 직접 카카오톡 채팅 메시지를 발송하는 마케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조작에 비교적 서툰 50~60대 상인들이 디지털 마케팅을 배우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곳에서 활동 중인 정옥선 디지털 튜터는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포스팅, 채팅 등 점점 이해도가 올라가다 보니 사진 편집부터 동영상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인들이 많아졌다“라며 ”아무리 어르신들이라도 카카오톡은 기본적으로 쓰시고 있어 접근성이 낮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세은 디지털 튜터는 ”싱싱야채 사장님은 나이가 지긋하고 핸드폰으로 트로트만 듣던 분이지만 바쁜데도 늘 교육에 귀를 기울여줬다“라며 ”교육을 하고 돌아가면 숙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해 감동 받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형마트와 할인점에 밀려 어려움을 겪던 전통시장은 코로나19가 닥치며 위기를 맞았다. 유통시장이 급속히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면서다. 점포는 점점 줄어들고, 단골들은 발길을 돌리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점포들도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카카오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대상을 전통 시장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단골 손님 위주로 상권이 형성된 시장을 최우선 순위로 정했다. 시장에 오지 않아도 상인들이 단골 손님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래서 프로젝트명도 ‘우리동네 단골시장’이다.
카카오임팩트 전경호 선임 매니저는 ”전통시장이야 말로 소상공인 그룹 중 가장 오프라인 중심이어서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만큼, 디지털 전환이 시급했는데 고객들과 보다 손쉽게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플랫폼이 상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시장 상인들의 참여도 상당히 적극적인 편이다. 전 매니저는 ”10곳 시장 모두 점포 참여율이 50%를 넘는다“며 ”전통시장 상인들이 온라인으로 자기 고객을 관리하는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 대상 시장을 내년 20곳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이 끝나도 오픈 채팅을 활용한 질의응답 창구를 마련하는 등 후속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능동적으로 상인들이 카카오톡을 지속 활용하며 자연스럽게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게 카카오의 궁극적인 목표다. 소상공인들의 자생력 및 경쟁력을 끌어올려 매출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상인들이 디지털DNA를 체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0%라도 습득한다면 이게 시장에 전파가 되고 디지털 전환의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월곡시장은 이번 디지털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정미경 월곡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카카오 프로젝트 덕분에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며 ”월곡시장을 디지털 전환 1등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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