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나무에 사는 오랑우탄은 자음을 쓴다

송복규 기자 2022. 12.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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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사는 유인원이 땅에서 생활하는 유인원보다 더 복잡한 언어와 의사소통 방식을 쓰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무에서 생활하는 유인원이 더 다양한 자음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간 언어의 기원을 유추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연구팀은 오랑우탄이 어미와 새끼의 소통에서 자음을 써서 호출하는 등 다양한 소통방식을 활용한 반면 주로 땅에서 생활하는 고릴라와 침팬지는 일부 개체만 자음을 사용하거나 특정한 상황에서만 자음을 쓰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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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인류 언어 기원 알아낼 수 있어”
“수목 생활하는 유인원, 음성 레퍼토리 더 많아”
입술로 오렌지 껍질 제거… “구강 구조 발달”
젊은 침팬지 수컷과 어린 침팬지. /조선DB

나무에서 사는 유인원이 땅에서 생활하는 유인원보다 더 복잡한 언어와 의사소통 방식을 쓰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무에서 생활하는 유인원이 더 다양한 자음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간 언어의 기원을 유추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아드리아노 라메이라 영국 워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목 생활을 하는 유인원인 오랑우탄이 땅에 서식하는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유인원보다 다양한 자음을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인지과학 트렌드(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이달 20일 소개했다.

대부분의 영장류는 모음으로만 이뤄진 소리를 내 의사소통을 하지만, 인간과 유사한 유인원은 자음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수목 생활을 하는 유인원과 주로 땅에서 서식하는 유인원의 자음 구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오랑우탄이 어미와 새끼의 소통에서 자음을 써서 호출하는 등 다양한 소통방식을 활용한 반면 주로 땅에서 생활하는 고릴라와 침팬지는 일부 개체만 자음을 사용하거나 특정한 상황에서만 자음을 쓰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나무를 이용해 생활하는 유인원들이 땅에 서식하는 유인원보다 다양한 소리를 접할 기회가 많아, 음성 레퍼토리에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라메이라 교수는 “숲에서 생활하는 오랑우탄은 긁는 소리, 딸깍하는 소리, 때리는 소리 등 풍부한 소리의 레퍼토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라메이라 교수는 수목 생활을 하는 유인원이 구강 구조가 발달한 점도 자음을 많이 쓰게 한 차이를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랑우탄은 열매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손과 발로 나무를 지탱하고, 입술과 턱을 이용해 열매를 먹는다. 대표적으로 입술만 사용해 오렌지 껍질을 벗길 수 있는데, 이는 입술과 혀, 턱을 정교하게 제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영장류와 달리 구강이 발달하면서 자음 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도 함께 발달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수목 생활을 하는 유인원의 이런 특성이 인간 조상의 언어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메이라 교수는 “나무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깊다”며 “최초 인류는 나무가 있는 곳에 머물면서 다른 지역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언어의 기원에 관한 논의는 언어학과 유전생물학에서 오랫동안 진행된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 언어 사용이 꼽히면서,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됐다. 앞서 2018년 영국에선 뇌의 특정 영역 크기가 언어 발성 능력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올해 8월에는 인간과 유인원 사이 후두 구조가 달라 언어 능력에 차이를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과학계는 자음이 수목 생활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크리스 페트코브 뉴캐슬대 교수는 과학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에서 “자음의 수목 생활 기원설은 실험해볼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가설”이라며 “인간은 현재 나무에 살지 않기 때문에 자음이 지속되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고 자료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DOI : https://doi.org/10.1016/j.tics.202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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