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메아리 美IRA' 현대차·기아 '초비상'…"내년 타격 본격화"

권혜정 기자 이장호 기자 2022. 12. 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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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8월부터 보조금 제외…판매량 감소
'年20만대 제한' 풀려…美테슬라·GM 등엔 '날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이장호 기자 = 지난 8월 미국에서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에서 전면 제외된 지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해당 법안의 수정 등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했지만 미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IRA 시행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는 대전제 조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해 법안 발효와 동시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가량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현대차와 기아 등은 특히 내년부터 혹독한 풍파를 맞게 됐다.

당초 내년부터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에 따라 미국 현지 업체인 테슬라와 GM, 포드 등의 보조급 지급에도 제한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으나 미 재무부가 관련 규정 발표를 내년 3월로 연기하면서 해당 규정의 효력도 미뤄졌다. 또 내년부터 '연 20만대 보조금 제한 쿼터'가 풀리면서 미국 현지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판매에 날개를 달게 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IRA 시행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실시할 전기차 세액공제 정책의 핵심 요건인 배터리 부품과 핵심 부품에 관한 세부 규정 발표를 내년 3월로 연기했다. 미 재무부는 IRA 시행과 관련해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조건의 추진 방향을 이달 31일까지 공개하고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관련 요건에 한해 세부 규정을 내년 3월 공지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광물 및 배터리 구성과 관련한 법안의 효력은 내년 3월 이후에 적용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8월 발효한 IRA 법안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또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부품 요건과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절반 이상 사용하면 7500달러의 절반인 3750달러를,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하면 나머지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에 필요한 북미산 제조·조립 부품의 비율은 2024년 50%에서 2025년 60%, 2026년 70%, 2027년 80%, 2028년 90%, 2029년 100%로 매년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핵심 광물의 미국·FTA 체결국 채굴·가공 비율도 2024년 50%에서 2025년 60%, 2026년 70%, 2027년 80% 이상으로 상승한다.

당초 미 재무부는 이달 말 IRA 배터리 관련 세부 규정을 발표, 내년부터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에 따라 미국 현지 전기차 업체들 역시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 재무부의 발표 연기로 관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기차도 3월 전까지는 세액공제 수혜 대상이 된 것이다.

내년부터 '연 20만대 쿼터'라는 전기차 보조금 규정이 풀리는 것도 테슬라와 GM, 포드 등 미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엔 호재다. 테슬라와 GM 등은 보통 연간 누적 2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함에 따라 보조금 대상에서 탈락되는 차량도 적지 않았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과는 반대로 현대차와 기아는 '비상'이다. 지난 8월 IRA 발효 이후 미국 현지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배터리 광물·부품 발표 연기, 물량 제한 해제 등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 자동차업체의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이오닉5, EV6 등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현대차와 기아는 보조금을 위한 대전제 '북미 최종 조립'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 8월 IRA 발효 즉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가며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점유율 2위까지 올랐던 현대차·기아는 IRA 발효에 따른 여파를 이미 겪고 있다. IRA 발효 전인 지난 6월 2853대를 기록했던 아이오닉5 판매량은 8월 1516대, 9월 1306대, 10월 1579대, 11월 1191대로 꾸준히 줄고 있다. EV6의 미국 현지 판매량도 지난 6월 2567대에서 8월 1840대, 9월 1440대, 10월 1186대에서 11월 641대로 뚝 떨어졌다.

차량 출고시점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차량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IRA가 발효된 8월17일 이전 계약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재고도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내년부터는 그 피해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IRA 발표 직후부터 1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재무부의 발표 연기와 물량 제한 해제에 따라 테슬라 등 미국 현지 업체들은 내년 1일부터 보조금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위치에 놓였다"며 "이미 기세가 미국 업체들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내년에는 이런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출에 집중하는 현대차와 기아로선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료사진) ⓒ News1 임세영 기자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전기차 공장 조기 준공 및 기존 공장의 전기차 생산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IRA 법안 수정 등에 대해 미온적인 미국 정부의 태도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연산 30만대 규모 전기차 공장은 2025년 상반기나 되어야 가동된다. 앞으로 2~3년 간의 보조금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공장, 조지아공장 등에서 전기차를 이르면 연말부터 생산하기로 했으나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우리 정부와 함께 '북미산 최종 조립' 요건의 3년 유예를 지속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배터리 관련 세부지침을 연기하면서 해당 요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 등 개정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북미 조립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 상업용 친환경차의 보조금 혜택 범위 확대를 노리고 있다. 상업용 친환경 자동차의 범위를 보다 광범위하게 해석해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 공유 기업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렌터카, 리스 차량을 포함시켜달라는 것이다. '소매 판매'로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자 '도매 판매'로 판매량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 재무부에 가이던스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포함시켜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IRA 관련 해결책 마련을 위해 각종 대응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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