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 올해도 빛났으나 내년이 더 기대되는[2022년 축구결산②올해의 영플레이어]
K리그 샛별 오현규(21·수원 삼성)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소속팀을 살려내고 등번호 없이 월드컵에 입성한 오현규는 이제 더 큰 꿈을 꾼다.
오현규는 2022시즌 K리그1에서 가장 뜨거운 영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수원 삼성이 가장 크게 휘청거렸던 여름부터 득점 행렬을 이어가며 ‘소년 가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골 가뭄에 시달렸던 수원은 오현규의 득점포에 힘입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열린 FC서울과의 이번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에서 오현규가 멀티 골을 터트리는 장면은 신성 골잡이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전 두 번의 슈퍼매치에서 모두 졌던 수원은 이날 3-1로 이기며 설욕에 성공했다. 이날 득점으로 오현규는 네 경기 연속 득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수원 유스 출신인 오현규는 시즌 마지막까지 팀의 ‘해결사’였다. 수원이 끝내 시즌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FC안양과의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몰렸을 때, 오현규의 ‘한 골’이 수원을 살려냈다. 1차전 무승부에 이어 2차전 연장전까지 동점을 기록하며 승부차기까지 갈 뻔했지만, 오현규가 연장전 종료 직전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번 시즌 오현규는 리그 36경기 13득점 3도움을 기록했고, 라운드 베스트 11에는 5번이나 선정됐다. 소속팀이 ‘암흑기’를 통과하는 와중에도 오현규의 존재감은 빛났다. 저돌적인 돌파와 빼어난 결정력으로 수원 공격의 핵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리그에서의 활약상에 힘입어 지난 10월 오현규는 처음으로 A대표팀에 소집되며 태극 마크를 달았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출정식이었던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27분 조규성과 교체돼 들어가 ‘초고속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오현규는 카타르행 비행기에도 올랐다. 손흥민의 안면 골절상으로 인한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오현규는 ‘대기 1번’ 선수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오현규는 끝내 월드컵 무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벤치에서, 훈련장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카타르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동고동락한 오현규는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경기 전 공을 주워 오는 볼보이 역할도 자처했다.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한국이 2-1로 이긴 직후 오현규가 그라운드로 달려와 손흥민에게 우루과이-가나전 중계 화면을 보여주며 “아직 안 끝났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전 세계로 송출되며 이번 월드컵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로 회자됐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지난 7일 입국 후 기자회견에서 “현규가 나 때문에 카타르에 와서 희생했는데, 막내인데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현규도 월드컵 멤버라고 생각한다”면서 오현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현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가 있는 내내 형들이 다치지 않고 대회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쉬움은 없다. 이 경험이 내게는 또 다른 꿈을 꾸게 해줬다”라며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기약했다.
이제 오현규는 수원에서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그는 “내년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면서 “득점왕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또 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게, 꼭 상위권에서 이번 시즌과는 다르게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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