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문학에서 엿보는 통치이념…고궁박물관 과학문화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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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과학은 첨단 기술 그 이상이었다.
특히 천문을 살피고 역법(曆法·천체의 주기적 현상을 기준으로 세시를 정하는 방법)을 정하는 일은 통치행위로서 왕의 책무이기도 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을 비롯한 조선시대 과학문화유산 45건을 전시한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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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시대에 과학은 첨단 기술 그 이상이었다.
특히 천문을 살피고 역법(曆法·천체의 주기적 현상을 기준으로 세시를 정하는 방법)을 정하는 일은 통치행위로서 왕의 책무이기도 했다. 백성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었다.
조선 왕실의 유물을 보존·관리하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새롭게 단장한 '과학문화'실을 공개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을 비롯한 조선시대 과학문화유산 45건을 전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앞서 과학문화 상설전시실을 6개월에 걸쳐 개편했다.
새로 단장한 과학문화실의 주제는 '관상(觀象)과 수시(授時)'다.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절기, 날짜, 시간 등을 정해 알리는 일을 '관상수시'라고 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전시실은 농업 중시 이념과 맞닿은 통치 행위의 하나인 관상수시를 조명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세종 재위 중인 1442년 농업에 활용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측우기와 측우대(측우기의 받침대)를 제작한 이후 그 전통이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국보 '창덕궁 이문원 측우대' 등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고대부터 왕권의 상징물로 여겨졌던 천체 관측기구인 '혼천의'(渾天儀), 통치자를 상징하는 북두칠성과 28수 별자리를 새긴 '인검'(寅劒) 등의 유물은 조선 왕실의 통치와 천문의 관계를 보여준다.
조선 왕실의 천문 사업을 보여주는 전시물도 있다.
천문 사업을 담당한 조직인 '관상감' 관련 유물, 천문학서인 '천문류초'(天文類抄), 역서인 '칠정산(七政算) 내편'과 '칠정산 외편' 등을 볼 수 있다.
1772년 관원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헌서'(時憲書·조선 후기에 사용된 역서로 오늘날의 달력에 해당함) 등에서는 중요한 일정 등을 적어 놓은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의 천문 수준을 보여주는 유물을 한 자리에서 관람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와 '지평일구'(地平日晷), 현재 완전한 형태가 남아 있지 않은 물시계 '자격루'(自擊漏)의 부속품인 항아리, 부표, 주전(동력 전달 및 시각 조절 장치) 등이 있다.
돌에 새긴 천문도 가운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을 다룬 영상도 주목할 만하다.
매시 정각, 15분, 30분, 45분에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각석의 내용을 생생하게 비추는 영상이 상영된다.
박물관은 관람객들이 과거 과학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
예를 들면 혼천의, 측우대, 앙부일구, 자격루의 수수호 등 4개 유물은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모형을 뒀다.
박물관 관계자는 "측우대를 전시한 공간에서는 빗소리를, 자격루를 관람하는 곳에서는 시각을 알리는 북소리와 종소리를 들으며 유물을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7일부터 과학문화실을 관람할 수 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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