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이태원 참사 2차 가해는 '비뚤어진' 영웅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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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보름 뒤인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는 시민분향소가 설치됐다.
이태원 참사 2차 가해로 송치된 피의자는 현재까지 8명이다.
도 넘은 2차 가해의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영웅심리에 취한 손쉬운 가해자적 시선은 국민정서에도 악영향을 끼치므로 2차 가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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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이태원 참사 발생 보름 뒤인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는 시민분향소가 설치됐다. 분향소 입구부터 영정 사진을 놓는 제단까지 거리는 '5m'에 불과하다.
희생자 어머니는 영정사진을 놓기 위해 입구부터 걸었다. 제단까지 '5m'에 불과해 10초면 닿을 수 있지만 여성은 10여분이 걸렸다.
숨진 자식을 이대로 보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제단을 향해 걷다가 눈물을 쏟아냈고 몸을 가누지 못해 부축을 받으며 겨우겨우 걷다가 '10여분'이 걸렸다.
분향소 설치 1주일인 22일, 유족은 여전히 '5m'를 힘겹게 걷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유족의 발걸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그만해라, 지겹다" "희생자들이 놀러 갔다가 그런 것 아니냐" "국민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 등 유족을 향한 비난 글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 지면에 차마 옮기기 힘든,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2차 가해도 적지 않다.
경찰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앞서 14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피의자 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태원 참사 2차 가해로 송치된 피의자는 현재까지 8명이다.
피의자들은 처벌받겠지만 2차 가해로 받은 유족의 상처는 아물기 쉽지 않다. 유족 A씨는 "희생자들이 왜 그곳에 갔는지가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물어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책임자들, 그 책임을 희생자에게 돌리는 시각에 참담하다"고 털어놨다.
도 넘은 2차 가해의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익명 공간에 숨은 비뚤어진 영웅심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영웅심리에 취한 손쉬운 가해자적 시선은 국민정서에도 악영향을 끼치므로 2차 가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고 진상 규명도 중요하다. 그러나 남은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전제돼야 한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수사기관과 정치권이 할 수 있지만 유족의 회복을 돕는 것은 평범한 우리들도 할 수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고 슬픔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이태원에 불어닥친 한파만큼이나 유족들에게 가족을 잃은 단장(斷腸)의 고통은 여전히 크다. 이들이 '힘겨운 발걸음'을 할 때 기댈 수 있는 포용력이 우리 사회에 절실하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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