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깜깜, 내 걱정은 그거”… 노동문학 고전 ‘난쏘공’ 조세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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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 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그러다 1975년 '칼날'이라는 작품으로 문학계로 돌아와 '뫼비우스의 띠' '은강노동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등 12편의 연작을 엮어 1978년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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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올 4월 코로나 감염
의식 잃은 채로 말년 보내
“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 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1978년 출간 이후 44년이 지난 지금까지 320쇄, 148만 부를 발행한 노동 문학의 고전. 일명 ‘난쏘공’으로 유명한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조세희(사진) 소설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별세했다. 80세. 지병을 앓고 있던 조 작가는 지난 4월 코로나19에 걸리며 의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채 크리스마스 저녁에 눈을 감았다.
고인은 1942년 8월 20일 경기 가평에서 태어나 보성고,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를 다니고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돛대 없는 장선’이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으나 잡지 기자 등으로 일하며 한동안 소설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1975년 ‘칼날’이라는 작품으로 문학계로 돌아와 ‘뫼비우스의 띠’ ‘은강노동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등 12편의 연작을 엮어 1978년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출간했다.
‘난쏘공’으로 반향을 일으키며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고인은 이어 소설집 ‘시간여행’(1983)과 사진 산문집 ‘침묵의 뿌리’(1985)를 펴냈다. 또, 1990년대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하얀 저고리’를 잡지에 연재했으나 끝내 책으로 내지는 않았다.
이후 고인은 새로운 소설을 쓰는 대신 1997년 사회 비평지 ‘당대비평’ 편집인을 맡기도 했다. 또 카메라를 들고 노동자와 농민 등의 집회 현장을 찾아다니며 방대한 분량의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난쏘공’이 나온 지 20년이 넘어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고인은 ‘난쏘공’이 몇 번의 위기를 맞았어도 “죽지 않고 살아 독자들에게 전해졌다”고, 자신이 작가로서는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발간 30주년을 기념한 한 인터뷰에서는 아직도 이 책이 읽힌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하고, 세상이 깜깜하기 때문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빈소는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8일, 유족으로는 부인 최영애 씨와 아들 중협, 중헌 씨가 있다.
■ 한국사회 산업화의 모순 고발… 문학 최초 ‘300쇄’
조세희 소설집 ‘난쏘공’은…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
난장이로 상징되는 가난한 노동자 가족을 통해 산업화 이면에 가린 삶을 그려낸 ‘난쏘공’은 1978년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처음 보여졌다. 1996년에 100쇄를 넘겼으며 2000년부터 조세희 작가의 아들 조중협 씨가 대표로 있는 ‘이성과힘’으로 출판사를 옮겨 출간을 이어갔다. 2007년 발행 부수 100만을 넘겼고, 2017년 문학작품으로는 처음으로 300쇄를 찍어 화제가 됐다. 올해 7월 320쇄를 돌파했다.
단편 12편으로 구성된 이 연작소설집은 1970년대 민감한 사회문제였던 빈민과 노동자의 삶을 연작 형식으로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장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산업화에 가려진 한국 사회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학가 신입생들의 필독서로 사랑받았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출제됐다.
2008년 발간 30주년을 맞아, 동료와 후배 문인들이 조 작가의 문학세계를 되짚어보는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을 출간한 바 있다. 당시 고인은 ‘난쏘공’ 집필 계기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으니 내가 써야겠다는 사명감만 있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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