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18년만 ‘파리의 연인’ 소환한 이유 [TV와치]

박아름 2022. 12. 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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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아름 기자]

이런 결말로 감히 '부부의 세계'를 넘봤나.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극본 김태희, 장은재/연출 정대윤, 김상호)에 대한 관심은 방영 전부터 방영 후까지 용광로처럼 뜨겁다. 송중기의 안방 복귀작으로 주목받았던 '재벌집 막내아들'은 방영 내내 재벌집 막내아들로 회귀한 윤현우(송중기 분)가 선사하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진양철 회장으로 변신한 이성민의 신들린 연기 또한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그리고 역대급 혹평을 가져다준 결말까지, '재벌집 막내아들'은 종영하고도 여러모로 핫하다.

'재벌집 막내아들' 최종회는 순양그룹 접수를 코앞에 두고 진도준(송중기 분)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윤현우(송중기 분)가 현생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됐다. 진도준이 순양가에서 겪었던 일들은 모두 일주일간의 꿈이었을까. 머리에 총상을 입고도 일주일 만에 깨어난 윤현우는 순양그룹 비자금을 찾으러 간 자신을 죽이려 한 범인을 찾으려 했지만 귀국하자마자 공금 횡령범으로 몰리고 말았다.

순양그룹 회장 자리를 노리는 진성준(김남희 분)에게 '키우던 개' 윤현우의 쓸모는 딱 거기까지였다. 비자금의 존재를 진성준에게 보고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을까. 복수는 억울한 사람이 아니라 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란 일침까지 당한 윤현우는 힘을 키우기로 했다.

윤현우는 오너일가가 목숨처럼 여기는 경영권을 빼앗고자 오랫동안 은둔 중인 기업사냥꾼 오세현(박혁권 분)을 찾아가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윤현우는 오세현, '순양의 저승사자'인 검사 서민영(신현빈 분)과 의기투합해 순양그룹 오너 일가를 몰락시키는데 성공했다.

윤현우는 원하는대로 순양그룹 오너 일가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왜 시청자들은 통쾌하다기보단 찝찝하다고만 할까. 최종회를 수놓은 부자연스러운 설정들과 억지로 짜낸 결말 등이 잘나가던 '재벌집 막내아들' 발목을 단단히 잡고 말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얼핏 보면 사이다 결말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고구마 투성이였다. 청문회에서 진도준을 살해한 인물만 밝혀졌을 뿐 정작 윤현우 살해 지시를 누가 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채 답답함만 남겼다.

또한 윤현우가 4-2인 진도준을 죽인 공범이면서 극 초반 진도준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었다고 한 점,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진도준과 윤현우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아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 윤현우가 머리에 총을 맞고도 불사조처럼 멀쩡하게 살아났다는 점,

누구는 머리가 새햐얘질 정도로 늙고 누구는 40대 설정에도 20대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정도로 분장이 어설펐다는 점 등을 두고 개연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순양가 인물들이 두 번이나 트럭으로 밀어 진도준을 죽이려 한 탓에 '트럭집 막내아들'이란 조롱까지 생겨난 상황.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윤현우의 꿈처럼 보여졌다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거대한 실망감을 안겼다. 이는 재벌 2세와의 로맨스가 신데렐라 강태영(김정은 분)의 꿈이었다는 역대급 결말을 남긴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오랜만에 상기시켰다.

송중기는 진도준으로 17년을 살았고, 병원에서 윤현우로 일주일 간 누워있었다. 극 중 윤현우의 내레이션이 열린 결말임을 알렸다. 그것이 꿈이었을까, 회귀였을까, 시간여행이었을까. 지난 생의 기억은 윤현우 만의 몫인걸까. 윤현우도 시청자들도 그 답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성민의 퇴장과 함께 끝난 드라마였을까. 최종회에서는 타이틀롤 송중기가 열일하며 1시간 30분이란 시간을 꽉 채웠지만 윤현우가 왜 회귀한 것인지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진도준으로 빌드업하며 스피디하고 묵직한 전개를 펼쳐온 '재벌집 막내아들'은 황당하게도 공범 윤현우의 '참회'로 급하게 마무리되며,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욕 먹을 작정하고 PPL도 곳곳에 쑤셔넣었다.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던 최종회. 그간의 호평이 아까울 정도다.

오죽하면 진도준이 복수에 성공한 뒤 윤현우가 죽은 곳에 가서 명복을 빌며 끝나는 원작의 결말을 따르는 게 낫다는 의견까지 쇄도하고 있을까. '재벌집 막내아들'은 방영 내내 그 열기가 뜨거웠던만큼 '파리의 연인'처럼 역대급 용두사미 드라마로 불리게 됐다.

한편 이날 방송된 최종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 시청률 26.948%를 기록, 기대를 모았던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인 '부부의 세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사진=JTBC '재벌집 막내아들' 캡처)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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