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끝자락에 찾아온 행운"…박지현, 직접 밝힌 '재벌집' 비하인드[인터뷰S]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곤지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활약해온 배우 박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짧지만 굵은 활약으로 매 신 매력적인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덕에 '재벌집' 흥행의 최고 수혜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마친 배우 박지현은 종영을 앞두고 지난 21일 오후 서울 논현동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드라마 종영을 맞은 소회와 비하인드 등을 전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한국 근현대사를 훑으며 치열한 경영권 다툼에 나서는 재벌가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담아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지현은 이번 작품에서 진성준(김남희)와 결혼한 언론사주의 딸 모현민 역을 맡아 매력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속사 내력인 듯 선배 박은빈처럼 이날 마주한 취재진의 명함을 차례로 받아 나서며 뿌듯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한 박지현은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개무량하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여러 이미지들을 많이 갖고 있다. 저의 다양한 모습을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작품에 합류할 당시를 떠올리며 "워낙 대본이 재밌었다. 화려한 캐스팅이었기에 저만 잘하면 이 드라마는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물론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 드라마라는게 사실 아무리 좋은 대본에, 아무리 좋은 선배님들이 하셔도 이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나. 그래서 그런 기대를 크게 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대본 자체가 재밌었다. 그래서 즐겁게 연기를 했던 것 같다.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작가님이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잘 그려주셔서 많은 시청자 분들이 더 재밌게 봐주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지현은 이번 작품에 오디션을 거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역할이 오픈된 오디션이었다. 대본으로 세 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받았다"며 "서민영 검사, 모현민, 레이첼이었다. 세 명을 준비해서 갔지만 감독님이 저에게 현민이만 시키더라. 다른 건 안 되겠고 현민이로 생각을 하시겠구나 싶었다. 한 번 오디션에 바로 출연이 결정났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그 중 가장 하고 싶었던 배역'에 대해서는 "사실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보고 너무 재밌었고, 웹소설도 재밌다는 평이 많았다. 어떤 캐릭터여도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감독님이 하셨던 말씀이 제 전작 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셨다더라. 오디션에서 받은 대본이 공항에서 성준과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그걸 단조롭지 않게 해달라고 하셨다. 그게 아마 감독님이 생각하신 현민이의 연기 톤과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떠올렸다.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합류하게 된 작품인 만큼 박지현은 모현민 캐릭터 준비에 공을 들였다. 그는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준비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전에는 연기에만 노력을 하는 것이 내가 맡은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캐릭터가 강렬해서 전체적으로 욕심났다. 시대극 설정 때문에 더 그랬다"며 "스타일링에 굉장히 참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품 매장에서 그 시대에 썼을 만한 컬러 제품을 사서 메이크업 해주는 분께 전달한 적도 있다. 옷은 빈티지 샵에서 직접 구입했다. 직구를 한 것도 있다. 손톱까지 매번 준비했는데, 많은 분들이 손톱까지는 못보신 것 같아 아쉽긴 했다"며 웃음 지었다.
세심한 노력으로 완성된 모현민 스타일은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진동기(조한철)와 모현민의 대화 신에서 입은 체크 투피스와 모자, 서민영(신현빈)과 화조도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입은 트위드 재킷, 진성준(김남희) 제안을 거절할 때 입은 재킷 등이 모두 박지현이 직접 구매한 옷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애정이 많은 이번 작품에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호흡한 기쁨도 컸다. 박지현은 "대선배님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촬영이 시작되고 함께 연기를 할 때 선배님들의 연기를 감상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현장에서 많이 배웠고 꿈만 같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에 남는 장면이, 김정난 선배님이 커피를 붓는 신에서 제가 커피잔을 빼앗을 때 처음엔 그냥 가져왔다. 선배님이 '현민아 이걸 감추듯이 뺏어봐'라고 가르쳐주셨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괜찮았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그런 작은 디테일을 경험 많은 선배님이 조언해주신 덕분에 현민이 캐릭터도 잘 살고 신도 재밌게 만들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부부 호흡을 맞춘 김남희에 대해서는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신부 대기실 신에서 남희 선배님이 진지한 표정이었다가 나가기 전에 웃음으로 표정을 확 바꾸고 나갔다. 그 장면에서 진심으로 화가 많이 나더라"고 웃으며 "리액션도 진심으로 나왔고, 표정과 감정이 잘 담겼다. 그렇게 표정을 바꾸고 나가는 건 대본에 없었다. 선배님 아이디어여서 그런 점이 되게 놀라웠다"고 밝혔다.
특히 조한철과는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그가 박지현의 데뷔 전 연기 스승이었던 것. 박지현은 "제 연기 레슨을 하셨던 선생님이셨다. 레슨 마지막 날에 '우리 현장에서 만나자'란 말씀을 하신 게 기억난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현장에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얼마 전에 제 생일이었는데 '한철쌤'이 제 이름이 각인된 만연필을 선물로 주셨다. 이걸로 대본 열심히 보고 공부해야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만났을 때 너무 좋았고 영광스러웠다. 저는 계속 '한철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한철쌤은 '이제 무슨 선생님이야. 우린 동료야'라고 하셨다. 그 말에 굉장히 감동 받았다. 되게 뜻깊었던 순간이었다"며 "현장에서도 저를 정말 존중하고 믿어주셨다"고 남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또 한번 새롭게 도약할 힘을 얻은 박지현은 "너무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아 행복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출연한 모든 작품에 같은 마음과 노력,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쌓였기 때문에 지금의 현민이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이 쌓이는 시간의 일부가 돼서 더 좋은 작품 속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재료가 되는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밝혔다.
더불어 "지금까지 시간이 행복하기만 했다면 거짓말이다. 기쁜 적도 있었고, 행복했던 적도 있었다. 그만한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저는 연기가 정말 재밌어서 하는 것이다. 성공이나 돈이나 명예가 우선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9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길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연기할 날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보여드릴 시간이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박지현은 "이 캐릭터를 맡으면서 좋은 선배님들과 호흡할 기회를 얻어 너무 영광이다.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 분들도 저에게 더 관심 가져주시고, 제 이미지에 궁금증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저에게는 20대 끝자락에 찾아온 행운같은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감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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