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안 마시고 고기도 안 먹는데 고지혈증이라고?

서애리 2022. 12.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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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넘으면 그동안 건강하던 신체에서 여기저기 고장 신호를 보낸다. 만성질환 중 하나인 고지혈증은 40대 이상에서 흔히 발병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30대에서도 간혹 고지혈증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고지혈증이 나타나는 젊은 층은 정상 체중에 식습관이나 운동량도 남들과 비슷해 영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땐 '가족성 고지혈증'을 의심해야 한다.

운동 좋아하는 2030대에서도 고지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르고, 운동 좋아하는 젊은 층에서 고지혈증이 나타나는 이유
고지혈증이란 혈액 중 지방의 양이 정상 수치보다 많은 상태를 말한다. 혈액 내의 지방질은 보통 콜레스테롤이라 부르는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저밀도 콜레스테롤 및 고밀도 콜레스테롤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지방질이 비정상적으로 과다한 경우를 고지혈증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고지혈증 환자 중 20~30대 환자는 3.5%를 차지한다. 나이가 듦에 따라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가 증가하는데, 젊은 층에서도 이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대에서 나타나는 고콜레스테롤 유병률은 6%(남 8.9%, 여 3.1%), 고중성지방혈증은 12.55%(남 20.9%, 여 4.2%)이다.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고지혈증의 가장 큰 원인은 콜레스테롤 대사 과정에서 작용하는 효소의 유전적 결함이다. 일명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FH)으로, 단일유전자 돌연변이 질환 중 제일 흔하다. 구체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련된 ▲LDL 수용체(LDLR) 유전자 ▲아포지단백(APO) B 유전자 ▲PCSK9 유전자에 이상이 발생해 LDL 콜레스테롤 대사에 문제가 생긴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흡수, 분해하는 기능에 문제가 있는 유전질환인 셈이다. 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으로 대개 저밀도 지질단백(Low-density lipoprotein, LDL) 수용체의 부족이나 결함으로 인한 지질단백의 대사장애를 초래하는 선천 질환이다. 유병률은 약 500~1,000명당 1명꼴이고, 국내에는 약 10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색 피부 발진이나 결절 황색종일 때 의심해봐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혈액 검사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90㎎/㎗ 이상으로 나오며, 정상 수치(130 미만)보다 2배 이상 높다. 또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약 10배까지 높으며, 젊은 나이에 생긴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족성 고지혈증 환자의 60% 정도에서 팔꿈치, 무릎, 손발의 관절부, 아킬레스건 등에 황색의 피부 발진이나 결절이 생기는 황색종이 발생한다. 특히 아킬레스건 황색종은 환자에게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각막 주변부에 가늘고 회색빛이 돌거나 눈꺼풀에 노란 지방 축척이 발견되기도 하고, 흉통(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족성 고지혈증은 환자나 가족 중에 저밀도 지질단백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있거나, 신체검진 상 힘줄황색종(Tendon xanthoma) 또는 각막환(Arcus cornealis)이 있는 경우, 50~60세 이전에 심근경색을 앓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이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고, 이때 임상 양상, 콜레스테롤 수치 그리고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각종 진단기준을 적용해 진단에 이르게 된다.

적정 체중 유지와 정기적 콜레스테롤 수치 확인 필요
가족성 고지혈증 증상은 이르면 10대 후반부터 나타나며, 비만 정도, 식습관, 운동량과는 관계없이 발병한다. 비만, 식습관, 과음, 당뇨병 등 2차적인 원인에 의한 고지혈증은 치료 시 2~3개월간 식사 조절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게 되는데, 수치가 내려가지 않을 경우 약물 치료를 한다.

유전에 의한 고지혈증은 좀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콜레스테롤은 약 30%가 음식으로 섭취되고, 70% 정도는 간에서 만들어진다. 탄수화물과 당분을 많이 먹으면 간에서 지방으로 만들어 저장하는데, 그때 자동으로 콜레스테롤을 생산하게 된다. 결국 동물성 기름과 버터와 같은 포화지방산은 전체 칼로리의 10%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기본이고, 탄수화물과 과일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채소와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만하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과체중이라면 점진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몸에 축적되어 있는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일주일에 3~4회 30분~1시간 정도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가족 중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이 많다면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고지혈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꾸준히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주치의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사 김원용 원장(홍익병원)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비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지혈증이 나타났다면, 유전적 가족성 고콜레스테롤 혈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전체 인구의 0.2% 정도에서 나타난다"라고 밝혔다. "이런 경우 병원 진료와 함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는 등 식이 조절이 필요하며, 포화지방산보다는 불포화지방산 섭취가 도움이 된다. 또한 식이조절을 함에도 160 이상으로 LDL이 계속 측정되는 경우 일차적으로 스타틴 계열 약제를 매일 섭취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원용 원장 (홍익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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