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팝과 화려한 캉캉… 눈과 귀 홀리는 ‘붉은 욕망’

박세희 기자 2022. 12. 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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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가득한 무대 위에서 클럽 ‘물랑루즈’의 주인 ‘지들러’ 역을 맡은 배우 김용수(가운데)와 여성 앙상블들이 캉캉 춤을 추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물랑루즈’는 인기 팝송들을 엮어낸 넘버들과 역동적인 춤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CJ ENM 제공
클럽 ‘물랑루즈’의 상징인 풍차 모형이 공연장에 설치돼 있다.

■ 미국 토니상 10관왕… 하반기 최고 화제작 뮤지컬 ‘물랑루즈’

제작비 395억 들인 화려한 공연

반짝이는 의상 · 조형물 등 눈길

공연 시작 전 프리-쇼도 선보여

마돈나 · 비욘세 등 70여 곡 조합

한국어로 노래… 호불호 있을 듯

화려하고 또 화려하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의상, 귀에 익숙한 팝과 역동적인 춤은 공연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쉴새 없이 관객들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한다.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인 뮤지컬 ‘물랑루즈’ 이야기다.

‘물랑루즈’는 무대 디자인에서부터 시선을 빼앗는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1890년대 프랑스 파리에 있던 클럽 ‘물랑루즈’를 그대로 옮긴 듯 빨간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환하게 빛나고 무대의 왼쪽으로는 커다란 코끼리 모양 조형물이, 오른쪽으로는 ‘물랑루즈’의 상징인 풍차 모양 조형물이 위치해 있다.

‘물랑루즈’는 공연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기를 추천한다. 여주인공 ‘사틴’의 드레스룸과 빨간 하트 조형물을 그대로 옮겨온 포토존, 화려한 무대와 조형물들을 공연에 앞서 미리 감상하기에 시간이 모자랄 수 있기 때문. 여기에 더해 본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무대 위에 앙상블 배우들이 올라와 ‘프리-쇼’(pre-show)를 펼치는데 이 시간 역시 놓치기 아깝다. 무대 위 중절모를 쓴 남성 배우들은 담배를 피우며 거드름을 피우고 여성 배우들은 유혹의 몸짓을 펼친다. 여성 배우 두 명은 입에 칼을 넣는 묘기도 선보인다.

“헤이 시스터, 고 시스터, 솔 시스터, 플로 시스터”(Hey sister, go sister, soul sister, flow sister)로 시작하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레이디 마멀레이드’(Lady marmalade)로 공연은 화끈하게 시작한다. 댄서 4명의 춤으로 시작한 무대는 화려한 치맛자락을 휘날리는 캉캉으로 이어지고, “모두의 욕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소개와 함께 관객들은 빠르게 ‘물랑루즈’로 입장하게 된다.

‘물랑루즈’는 매시업(mash-up·여러 곡을 조합해 한 곡을 만드는 편곡 기법) 뮤지컬이다. 원작 영화 ‘물랑루즈’의 명곡들뿐만 아니라 마돈나, 비욘세, 레이디 가가, 아델, 리애나, 시아 등이 부른 세계적인 히트곡들이 한데 어우러지는데, 특별한 이질감이 없다.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Bad Romance)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톡식’(Toxic)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누구나 알 만한 히트곡 70여 곡으로 넘버들을 만들다 보니 그 권리관계를 풀어내는 데만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뮤지컬의 매력은 화려함이다. 사전 제작비만 395억 원에 달하는데 그만큼 볼거리가 넘쳐난다. 지난해 미국 연극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토니상에서 작품상, 연출상뿐 아니라 의상, 무대, 조명디자인상 등 10관왕을 차지한 작품답다. 특히 ‘사틴’의 의상이 무척 화려한데 160분 공연 중 그녀가 갈아입는 의상만 16벌이다.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드레스를 입고 하늘 위 그네에 앉아 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이야기는 원작 영화와 거의 동일하게 진행된다.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무명 작곡가 ‘크리스티안’이 사랑에 빠지지만 물랑루즈의 단장인 ‘지들러’와 ‘사틴’을 탐하는 귀족 ‘몬로스 공작’에 의해 사랑이 위기를 맞고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것까지. 배우 아이비와 김지우가 ‘사틴’을, 홍광호와 이충주가 ‘크리스티안’을 맡아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선보인다. ‘몬로스 공작’은 배우 손준호와 이창용이 연기하는데, 원작 영화보다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다만 이번 공연에서 넘버들은 한국어로 불리는데, 번안곡 특유의 다소 어색한 지점들도 있어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원작 영화에서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함께 부른 ‘컴 왓 메이’(Come What May) 속 ‘컴 왓 메이’가 ‘영원히’로, 시아의 ‘샹들리에’ 후렴구가 ‘다 즐겨봐 내일따윈 없는듯이’로 불리는 식이다. 이야기 진행 과정을 ‘크리스티안’이 관객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는 부분도 이미 원작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관객이 볼 땐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내년 3월 5일까지.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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