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한 청바지를 캔버스 삼아… 그리고, 불태우고, 찍고

장재선 기자 2022. 12. 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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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의 데님을 표백해 캔버스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이를 불태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캔버스에 다시 담는다.

태국 출신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36)의 '역사회화' 연작의 제작 과정이다.

전시에 맞춰 서울에 온 작가는 "청바지는 서구 자본주의 상징이기에 그걸 불태워버리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작가가 불태워버린 그림의 재가 기름이 되어 보는 이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역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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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국제갤러리 제공

태국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역사회화’ 개인전 내달 29일까지

청바지의 데님을 표백해 캔버스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이를 불태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캔버스에 다시 담는다. 태국 출신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36)의 ‘역사회화’ 연작의 제작 과정이다. 불에 탄 그림의 물감과 재, 사진이 결합해 기묘한 미감을 주는 작품은 창조와 파멸의 우주 순환 구조를 이야기한다.

방콕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영국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3관에서 회화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영상과 퍼포먼스, 회화, 설치 등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그는 지난해 국제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전시에 맞춰 서울에 온 작가는 “청바지는 서구 자본주의 상징이기에 그걸 불태워버리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서구에서 활동하는 비서구권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뚜렷이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중시 여겨온 영성(靈性)에 관심이 깊다는 그의 작품을 보면 만해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의 한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작가가 불태워버린 그림의 재가 기름이 되어 보는 이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역설이 흥미롭다. 전시장 바닥도 재를 표현한 검은색으로 꾸몄는데, 작가의 기도문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태초에 발견이 있었다 / 잠을 방해하는 새로운 악몽 / 혼란에 질서를 부여할 필요 / 우리는 외면당한 기도를 통해 이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 격변 너머에 광휘 있고 / 통합에 대한 향수 / 애도의 땅에서 / 공기에, 잡을 수 없는 것에, 당신을 맡긴다 / 유령은 갖지 못한다, 아무것도’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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