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과의 싸움서 발견한 오아시스"…콤부차에 꽂힌 이 남자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박동휘 2022. 12.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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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유일의 콤부차 '애디드콤부차'
'유기농 창업가' 최정휘 대표 "'것(gut, 腸) 헬스'가 대세"
글로벌 콤부차 시장 4조원 규모, 매년 급성장
홍차 발효액에 통과일 넣어, 마이크로바이옴 음료로 주목


한꺼번에 종양이 세 군데에서 발견됐다. 담낭, 폐, 후두….‘목회의 길을 걸으라’는 부친의 말을 뿌리치고, 30대 초반부터 유기농 사업에 매진한 결과는 너무 참혹했다. 천보내츄럴푸드라는 유기농 전문 기업을 만들어 매각했으니 사업엔 성공했지만, 그의 몸은 세 번의 전신마취 수술로 만신창이가 됐다. 고립과 단절만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빛이었다. 그때 오아시스처럼 콤부차를 만났다. 최정휘 애디드바이옴 대표(사진)의 얘기다.

요즘 최 대표를 만나본 사람들은 ‘얼굴빛이 돌아왔다’고 입 모아 말한다. 그는 2017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로지 ‘쉼’을 위해 하와이로 갔다. 3년 만인 2019년 귀국했다. 최 대표는 25일 “종양 제거 수술을 하면서 설상가상으로 터진 허리 디스크도 완쾌됐다”며 “콤부차를 포함한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이라는 거대 시장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사업에 뛰어들게 했다”고 말했다.

 콜라 대신 콤부차”…미국 주류 사회를 뒤흔든 ‘음료 혁명’

콤부차는 주로 홍차를 발효한 원액에 과일을 배합한 음료다. 홍차 대신 녹차를 쓰기도 한다. 효모를 넣어 차를 약 3주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초산, 젖산(유산균), 구연산, 포도당, 비타민, 폴리테롤 등 장내 유익균이 만들어진다. 처음 접한 이들은 시큼하고 쿰쿰한 맛 때문에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맛을 보강하기 위해 자몽, 망고 같은 향이 강한 열대 과일이 첨가된다.

콤부차의 연원에 관해 구글은 한반도 삼국시대 기원을 가장 유력한 설(說)로 기술해놨다. 본래 콤부차는 북유럽, 시베리아, 만주 등 주로 북반구 사람들이 위장약으로 먹던 음료였다고 한다. 진시황도 불로장생의 약으로 즐겨 먹었다는 전설도 남아 있다. 한반도에 콤부차가 들어온 건 삼국시대다. 고구려를 거쳐 신라로 유입됐다.

신라의 김무라는 왕실 의사는 콤부차를 활용해 위장을 고치는 명의였는데 이 소문을 듣고 당시 일본 왕실의 부름을 받았다. 자칭 천황의 위장병을 고치게 되면서 김무의 일본식 발음인 콤부에 차(茶)를 붙여 콤부차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 등 영미권에서도 이 이름 그대로 콤부차로 부른다. 알고 보면 콤부차는 K음료의 원조였던 셈이다.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콤부차 시장은 약 3조7000억원 규모다. 최 대표는 “전체 시장의 9할이 미국”이라며 “할리우드 배우 등 미국 주류 백인들의 건강 음료로 입소문이 나면서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발효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콤부차의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콤부차는 전 세계 어디서든 획일적인 맛을 내는 콜라 등 탄산음료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음료다. 나라별로, 제조사별로 맛이 조금씩 다르다. 홍차 잎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생물이 저마다 달라서다. 최 대표는 “애디드콤부차는 다른 제품과 달리 설탕을 쓰지 않고 알코올을 완전히 제거해 남녀노소 맛있게 마실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가 만든 발효 열풍, "콤부차는 K푸드 원조

최 대표가 콤부차를 만난 건 ‘몸이 보내는 신호’ 덕분이었다. 하와이로 이주한 첫해 여름의 어느 날, 최 대표는 집 앞에 있는 홀푸드마켓에 아침 먹거리를 사러 갔다. 늘 그랬듯이 샐러드를 접시에 한가득 담고 계산대로 가려는데 몸에 딱 붙는 운동복 차림의 여성들이 줄지어 무언가를 집어 들고 있었다. 콤부차였다. “종류가 40여 개는 돼 보이더라고요. 콤부차가 400~500개쯤 대량으로 음료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구매 줄에 따라서 서게 되더군요”

그때부터 최 대표는 공부하듯 콤부차를 찾아다녔다. 깊게 팔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코스트코에 가보니 PB인 커클랜드로 콤부차가 있더라고요. 코스트코가 커클랜드로 만들 정도면 시장성이 엄청나다는 방증이죠” 최 대표는 눈에 보이는 미국의 거의 모든 콤부차를 모두 마셨다.

미국의 콤부차는 알코올이 약간 들어가 있는 성인용 건강 음료다. 원리는 생맥주와 비슷하다. 발효된 원액을 필터로 거른다. 저온 살균하더라도 일정량의 효모가 살아남아 생맥주처럼 쌉싸름한 맛을 낸다. 최 대표는 알코올을 완전히 제거하고, 맛을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든다면 미국 시장도 뚫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귀국 후 최 대표는 장내 미생물을 공부하기 위해 서울대에서 관련 최고위 과정을 이수했다. ‘셰프들의 선망’이라고 불리는 발효 음식의 대가인 르네 레드제피의 『노마 발효 가이드』도 탐독했다. 레드제피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다.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는 이미 전 세계 어디에서나 거의 똑같은 맛을 낸다. 차별화가 안 된다. 시간과 지역마다 고유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발효 식품이 대세가 될 것이다’. 이것이 레드제피의 지론이다.

최 대표는 기능성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발효 방법을 바꿨다. 발효학 분야에선 국내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계명대팀과 협업해 현미를 활용한 대안을 고안해냈다. “일반적인 콤부차는 효모에 설탕이나 사탕수수 등의 당을 넣어요. 에디드콤부차는 통현미라는 전분을 당으로 전환하는 특허를 활용합니다. 현미 원당이 만들어내는 유기산이 항균력 측면에서도 훨씬 우수하다는 것도 입증했어요”


맛 측면에서도 애디드콤부차는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코스트코코리아에선 콤부차 딱 한 종류만 판매하고 있는데 그게 에디드콤부차다. 이마트도 자사 브랜드인 피코크 콤부차 외 타사 제품으로는 최 대표가 만든 것만 판매 중이다. 올리브영, GS25, 현대백화점, 쿠팡, 마켓컬리 등에도 입점돼 있다. 올 5월에 출시해 불과 반년 만에 이룬 성과다. 매일유업, 풀무원, 해태 썬키스트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콤부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시판 중인 콤부차 종류만 30여 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디드콤부차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것 헬스(장내 건강)가 식음료 판도 바꿀 것

국내 출시와 함께 미국 시장에도 곧바로 도전장을 냈다. 연 매출 3조원이 넘는 대형 유통업체로 성장한 미국의 H마트에 입점시켰다. 최 대표는 “미국 코스트코를 비롯해 홀푸드마켓 등과의 입점 협상 중”이라며 “최근엔 국내 대형 식품회사가 애디드콤부차의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을 감안해 투자 제안해서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애디드바이옴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타고난 사업가 기질과 ‘올가닉 스피릿(organic spirit)’을 누구나 인정하기 때문이다. 부친의 권유로 신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재학 시절 영어 회화 교재를 직접 만들어 서점에 팔았다. “선교하려면 영어가 필요할 것 같아 시중에 있는 거의 모든 교재를 공부했는데 패턴이 비슷한 게 많았어요. 불필요한 걸 빼고 공통분모를 찾아서 나만의 새로운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서점 주인과 협상해서 이익 분배율을 정해서 팔았죠. 수익이 꽤 쏠쏠했어요”

첫 직장은 삼육어학학원에서 교재를 만들고, 강사를 관리하는 사무직이었다. 목회의 길은 일찌감치 접었다. 직장 생활도 기질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길이 유기농 유통이었다. 충북 제천으로 귀농해 인근 원주까지 영역을 넓혀 유기농을 사들여 서울에 팔았다.

친환경으로 키운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일도 했다. 대형 백화점을 판매처로 뚫을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돈은 벌었지만, 이 일로 그는 늘 괴로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생물을 죽여서 돈을 버는 일이 몸이 아플 정도로 맞지 않았어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세브란스 병원의 인요한 박사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밥퍼 목사(최일도)에게 모두 기부하고 때려치우라고 하더군요. 그 길로 유기농 사업에 전념했습니다. 남은 고기는 기부하고, 일부는 귀농 때 도움을 줬던 농민들과 함께 마을 잔치로 썼죠”

연쇄 창업가이자 반도체, 2차 전지, 바이오,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엔젤 투자자로도 활약 중인 최 대표는 “앞으로 것 헬스(gut health)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히포크라테스가 모든 병의 원인은 장에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미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콤부차 뿐만 아니라 것 헬스를 위한 다양한 영역에 진출할 계획이에요”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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