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합] "나 좀 멋있었다"…35살 치열했던 변요한에게 준, 36살 변요한의 응원(청룡영화상)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설명이 필요 없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역대 가장 쿨하고 멋있었던 수상 소감 중 하나였다. "받을 줄 알았다"라는 배우 변요한(36)의 이유 있는 당당함은 확고한 신념과 모든 것을 쏟아낸 노력의 밑천이 뒷받침된 멋진 자신감이었다.
물오른 연기력으로 전성기를 맞은 변요한에게 전쟁 액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김한민 감독, 빅스톤픽쳐스 제작)은 정점에 오른 전성기를 증명해낸 인생작이다. '한산'에서 해상과 육지 전투에서 모두 능한 왜군 수군 최고 사령관으로 변신한 변요한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대담함과 잔혹함, 실전을 통해 다져진 탁월한 지략을 갖춘 안타고니스트를 완벽히 소화했다. 캐릭터를 위해 무제한 체중 증량에 나선 것은 물론 일본에서 실제 사용하던 사극톤(고어)을 현지 검수를 받으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러한 변요한의 고군분투 덕분에 '한산'은 올해 여름 개봉해 726만명의 관객을 뜨겁게 사로잡았고 더불어 2022년의 마지막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 의미 있는 남우조연상의 영광까지 거머쥐며 연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만끽했다.
청룡영화상 수상 이후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변요한은 "수상 이후 집으로 돌아가 사흘간 트로피만 닦으며 지냈다. 이후 사흘 정도 밖에서 축하를 정말 열심히 받기도 했다"며 "메시지로 연락이 많이 왔는데 성격상 답장을 바로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축하 메시지에 답장하느라 손목이 시큰거린다. 손목에 침이라도 맞으러 한방병원 갈 뻔했다"고 특유의 재치를 드러냈다.
그는 "남우조연상 축하 이후 특히 가장 기뻐한 분은 설경구 선배다. 본인이 '자산어보'(21, 이준익 감독)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때보다 내 수상을 더 좋아하시고 기뻐해 주시더라. 너무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축하를 받으니 배로 더 행복했다. 부모님도 방송을 보고 너무 기뻐하셨다. 수상 직후 통화를 했는데 나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멀쩡하게 통화하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우시느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시더라. 부모님 모두 내게 '고생했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 해달라'라는 덕담을 해주셨는데 그게 참 뭉클해지더라"고 곱씹었다.
'한산'은 2014년 여름 극장에 개봉해 1761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스코어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세운 '명량'(김한민 감독)의 후속작이자 프리퀄이다.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은 명량해전이 발발하기 5년 전,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 달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렸다.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수많은 전투 중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해전을 장엄하고 압도적인 규모로 스크린에 펼쳐 여름 스크린을 완벽히 제패했다.
변요한은 "청룡영화상으로 '한산'의 피로가 싹 풀렸다. 2년 전 팀 '한산'과 함께 한 전쟁터 같았던 현장들이 떠올랐다. 모두 열심히 치열하게 했는데 그 확신의 결과가 청룡영화상이 됐다. '한산'은 숙제 같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많이 계산하려고 하지 않았다. 계산한다면 클리셰 덩어리의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워낙 내가 좋아한 김한민 감독과 박해일 선배가 계셨기 때문에 그분들 믿고 그냥 내 할 일을 하면서 가면 됐다. 혹여 '한산'을 통해 내가 혹평받고 관객에게 버려진다고 하더라도 내 감성과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렇게 죽어라 했더니 작품이 끝나더라"고 웃었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변요한은 호명 직후 무대 위에 올라 "받을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상소감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많은 배우와 스태프가 정말 전쟁같이 찍었던 작품이었다.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찍고 싶지 않다. 차라리 군대를 한 번 더 갔다 오겠다. 그 정도로 작품에 큰 애정이 있었고 많이 즐겼다. 연기가 너무 재밌고 즐겁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 하고 싶다"라는 솔직하고 재치 있는 소감을 전해 많은 선·후배의 박수를 받았다.
변요한은 화제를 모은 '당당 소감'에 대해서도 첨언했다. 변요한은 "청룡영화상이 끝난 뒤 집에 돌아와 시상식 모니터링을 정말 열심히 했다. 혹여 내 소감에서 딕션이 이상했나? 눈동자가 너무 흔들렸나?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체크하려고 했다. 그게 수상자의 애티튜드라고 생각해 모니터를 철저하게 분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인적으로 내 수상소감이 정말 만족스럽다. 만약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받을 줄 알고 있었다'라는 소감을 멋들어지게 했을 것이다. 이 말은 나의 치기 어린 자만이 아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진심이었다.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과 동료들, 팬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런 응원과 지지에 보답하는 말이 '받을 줄 알고 있었다' 아닐까 싶다"고 자신했다.
'한산' 촬영을 군대에 빗대 보는 이들에게 많은 웃음을 안긴 변요한. 그는 "대한민국 육군 제5보병사단 병장으로 만기 전역해 예비군 훈련까지 다 끝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군대와 잘 맞았던 대한민국 건아다. 군 생활을 정말 재미있게 했는데 이번 청룡영화상 수상에 오랜만에 함께 군 생활한 행보관님도 연락이 왔다. 행보관님이 전화 와서 너무 축하를 해줬고 후임들과 통화도 시켜주셨다. '한산' 개봉 당시 행보관님이 '한산' 추천을 주변에 많이 해주셨다. 유독 군인 단체 관람이 있었는데 아마 행보관님 입소문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곱씹었다.
이어 "수상 소감 때 군대를 다시 가겠다고 한 건 '한산'의 무게감이 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군대였다. 군장이 엄청난 무게이지 않나? '한산'의 와키자카 갑옷 무게도 정말 무거웠지만 아직은 군장이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마음의 짐은 '한산'이 더 컸다.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이해해야 했고 감정적인 싸움을 해야 했다. 게다가 조선이 아닌 왜군 캐릭터이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왜군보다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낫다고 생각했다. 여러 의미가 포함된 소감이었다. 또 그만큼 '한산'을 후회 없이 쏟아냈다. '한산'에서 보여준 것 이상을 못 할 것 같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는 한계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소감을 그렇게 말 한 이유도 있다. 36살의 변요한이 봤을 때 35살 가장 치열했던 변요한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청룡영화상 이후 공개되는 심사표 역시 변요한은 쿨하고 솔직했다. 변요한은 "청룡영화상은 기명 투표이지 않나? 그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시상식으로 권위를 갖는 시상식이다. 거짓말 안 하고 심사표 공개만 기다렸다.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신 심사위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다. 또 아쉬운 부문은 무엇인지 알고 싶고 다음 작품에서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기 명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으로 지난 2011년 단편영화 '토요근무'로 데뷔한 변요한. 영화 '감시자들'(13, 조의석·김병서 감독)과 tvN 드라마 '미생'(14, 정윤정 극본, 김원석 연출)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영화 '들개'(14, 김정훈 감독) '소셜포비아'(15, 홍석재 감독),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15, 김영현·박상연 극본, 신경수 연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18, 김은숙 극본, 이응복 연출), 영화 '자산어보'(21, 이준익 감독) '한산'까지 쉼 없이 달린 결과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한 변요한이다.
하지만 지금의 변요한이 있기까지 그저 꽃길만 걷지 않았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변요한은 "지금은 시간이 지나 괜찮아졌지만 사실 고백하자면 '미스터 션샤인' '자산어보' 직전 많이 아팠다. 그래서 2년여간 작품을 쉬면서 집에서만 은둔 생활하기도 했다. 마음도 몸도 너무 아파서 어떤 작품도 할 수 없었다. 집에서 쉬면서 못 봤던 작품이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유일한 일이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더는 연기를 못 할 줄 알았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아마 슬럼프였던 것 같기도 하고 번아웃이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2년을 보냈고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고 했던 게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상태에서 시도했던 작품인데 그 작품으로 '아픈 와중에도 할 수 있는 건 연기밖에 없다'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산어보'에서는 완벽히 전과 달라진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한산'으로 내 다짐이 이어졌고 청룡으로 좋은 상도 받게 됐다. 이 상을 계기로 정신과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데뷔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품에 안게 된 청룡영화상에 대해 '효도'라고 표현한 변요한은 "어떻게 보면 청룡영화상은 부모님 꿈의 장소이기도 했다. 연기를 직업으로 삼은 아들을 둔 부모로서 매년 연말 청룡영화상을 보며 '우리 아들이 저 자리에 섰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셨다고 한다. 덕분에 효도를 제대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청룡영화상 수상 이후 왠지 모르게 가족이 더 화목해진 느낌이다. 트로피를 중심으로 가족이 뭉치는 일이 많아졌고 더 애틋해진 기분이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다들 아시겠지만 나는 이렇게 큰 영화상에서 수상이 거의 처음이었다. 청룡영화상만 시상자로 참석한 것까지 네 번 정도 참석했는데 수상의 인연은 없었다. 그래도 그동안 시상식 초대만으로 굉장히 고마웠다. 연기 경력이 얼마 안 된 배우임에도 예쁘게 봐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았다. 열심히 하는 나를 마치 알아봐 주는 것 같아 감사했는데 수상의 영광까지 줘서 더 특별한 것 같다. 사실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지만 지금 기분은 신인상을 받은 것과 같다. 그래서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사실 수상 호명 직후 울컥하기도 했는데 곧 있으면 불혹의 나이가 되지 않나? 절제하려는 절제미(美)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솔직히 상을 받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늘 내 연기가 불안하고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청룡영화상에서만큼은 앞으로 변요한을 위해 불안함 보다 더 확신을 주고 싶어 당당한 소감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주변 친구들 중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는 배우들이 많다. 정말 열심히 하고 포기하지 않는데 원하는 만큼 기회를 못 가져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에게 나를 통해 말해주고 싶다. '야, 나두' 했으니 다음에는 '야, 너두'라고 말이다. 내 모습을 보며 좋은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변요한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지만 결코 예쁜 짓만 하는 배우는 아닐 것이다. 배우라는 특권 아래에 스크린 안에서 자유롭게 말썽을 부릴 수도 있고 아주 가끔 고집도 부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 2022년의 변요한을 자평하자면, 나 좀 멋있었던 것 같다. '한산'이, 그리고 청룡영화상이 나를 멋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내가 멋있는 사람이었구나 많이 느꼈다. 살면서 한 번쯤 이런 멋진 감정을 느껴보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이런 잊지 못할 감정을 갖게 해주고 느끼게 해줘서 감사하다. 2023년의 변요한도 멋져질 수 있게 더욱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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