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크리스마스를 훔쳐간 일본은행

오귀환 기자 2022. 12. 2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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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한 기사 제목이다.

WSJ는 이 기사에서 "일본은행(BOJ)의 결정으로 글로벌 시장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늘었다"며 "시장과 중앙은행 간 줄다리기가 계속됨에 따라 더 심한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날 BOJ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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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nk of Japan Steals Christmas”(일본은행이 크리스마스를 훔쳐 갔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한 기사 제목이다. WSJ는 이 기사에서 “일본은행(BOJ)의 결정으로 글로벌 시장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늘었다”며 “시장과 중앙은행 간 줄다리기가 계속됨에 따라 더 심한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날 BOJ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했다. 시장 예상을 깨고 장기금리 변동 허용 폭을 확대하는 조치를 깜짝 발표했다. 발표 이후 미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산타랠리를 기대했던 아시아 증시도 급락하며 금융시장 전반이 요동쳤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시장이 흔들린 이유는 이 정책 변경이 사실상 장기금리를 인상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BOJ는 이날 장기 국채금리의 변동 폭을 기존 ±0.25%에서 ±0.5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지난 2016년 1월 -0.1%로 결정된 뒤 7년 가까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국채금리 변동 폭 확대는 금리 인상 효과를 불러온다.

산타랠리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10년 넘게 초저금리를 고집하던 일본마저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도 악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에도 경기 부양을 이유로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의 확장적 금융 정책을 유지해왔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한 주간(12월 19일 ~ 23일) 1.59%, 코스닥지수도 3.62% 떨어졌다.

시장은 흔들렸지만, 혼란 속에서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도 있다. 발 빠른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BOJ의 금융정책회의가 있던 20일부터 23일까지 일본 닛케이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DAIWA ETF JAPAN NIKKEI225 INVERSE INDEX’를 43만5193달러(약 5억6000만원)가량 사들였다. 엔화 가치 상승과 더불어 금리 인상으로 인한 증시 하락에 베팅한 것이다.

BOJ의 추가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서서히 이뤄지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BOJ 내에서도 일본 경제의 회복 기대감과 물가 상승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BOJ 입장이 변화하면서 가파른 약세를 보이던 엔화는 강세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 보관 중인 엔화. /연합뉴스

엔화 강세를 근거로 달러-엔 환헤지형 투자로 접근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달러 대비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최근 1년 기준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 추종 ETF 중 환노출형이 환헤지형 대비 성과가 양호했다”며 “엔화 강세 전환을 전제로 하면 환헤지형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주요 미국 지수 환헤지형 ETF로는 각각 미국 S&P 500, 나스닥 100지수에 투자하는 ‘iShares S&P 500 JPY Hedged ETF’, ‘Listed Index Fund US Equity (NASDAQ100) Currency Hedge’가 일본 증시에 상장돼있다.

미국에 상장된 일본 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iShares MSCI Japan ETF’와 ‘Invesco CurrencyShares Japanese Yen Trust ETF’, ‘ProShares Ultra Yen ETF’ 등이다. 국내에는 ‘TIGER일본엔선물 ETF’가 유일하게 엔화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상장돼있다. ‘TIGER 일본니케이 225′, ‘ACE 일본 Nikkei(H)’ 등 대표지수 추종 ETF도 있다.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 주신대” 울상인 투자자들을 보면 ‘울면 안 돼’라는 동요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예상치 못한 혼란에 울상 지으며 무너지기보다 다가올 변화에 대한 대응을 생각한다면 산타가 뜻밖의 선물을 전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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