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된 AI, 사회적 활용방안 고민해야"
안면 인식 등 기술 발전에만 관심
부작용 따른 책임은 모두가 외면
극단적 문화 담론 형성 가로막혀
공감 이끌 사회적 리더십 나와야
“지금 우리는 어디서나 인공지능(AI)이 쓰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AI를 4차 산업혁명으로만 바라봅니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죠. 이제는 AI의 사회적 활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고 이를 논의할 수 있는 대화 창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병호(사진)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Human-inpsired AI & Computing 연구소) 교수는 25일 서울 안암동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AI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담론 형성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이공계 교수로서는 드물게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고 이를 위한 생태계 조성을 강조해온 AI 전문가다.
최 교수가 가진 문제의식의 시작은 기술, 특히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과거 인간이 풀 수 없었던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데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기억력의 한계, 불안한 정보 처리, 육체적 한계 등은 AI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패턴 인식 기술의 발전은 스토킹 패턴을 인식해 범죄 사전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고 바이오헬스 분야의 발전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연결됐다. 강원도에서는 특정 지역에 사는 노인들의 패턴을 분석해 심정지를 일으켰을 때 구급차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한 상태라고 한다. 최 교수는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는 만성적인 것으로 더 이상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AI의 급진적 발전이 가져오는 부작용이다. 코로나19 극복의 선두에 섰던 바이오 헬스 분야의 기술 발전은 생화학 무기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더구나 AI는 수많은 분야에서 파고들어 눈에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의 특별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부지불식간에 인간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에서 적용하고 있는 안면 인식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지금 AI는 인류를 몇 번 몰살시킬 수 있는 무기를 만들 수 있고 ‘빅 브러더’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현실화하지 않은 것은 단지 인간이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AI를 이용만 하고 인간의 문제를 방치한다면 인류는 더 무서운 현실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사회에 미치는 기술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기술, 더 나이가 돈벌이 수단으로만 인식할 뿐 책임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사회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인문·사회학자들은 기술을 모른 채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만 관심을 갖는다. 정부도 산업으로만 접근할 뿐이다. 인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AI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이 이뤄지기 힘든 이유다. 최 교수는 “기술이 사회로 나오면 결국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책임 의식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담론 형성을 위한 논의 창구’를 제시했다. 어떤 것이 사회문제이고 그것을 누가 어떻게 해결할지 등 당면한 숱한 과제를 치열하게 논의해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담론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나는 선, 너는 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접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문제만 해도 사용자는 AI를 경영 효율성과 노동 유연성으로만 바라보는 반면 노동계나 시민단체는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으로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는 공동체나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극단적”이라며 “AI의 문제를 과학자들에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술적 리더십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sk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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