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광주전남] ⑤ 새해에 바라는 우리 이웃의 목소리들
참사 유가족 등 지역 내 각계각층이 전하는 계묘년 소원
[※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세는 다소나마 줄었지만, 숨 돌릴 틈 없이 찾아온 경제 위기에 힘들었던 2022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광주·전남에서는 최악의 가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 여전히 지역민의 평온한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피우고자 각계의 노력은 부단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분야별 지역 주요 현안 추진 상황과 전망, 광주시·전남도민의 바람을 담은 5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차지욱 기자 = 신축 중이던 아파트가 붕괴한 참사로 시작된 올 한 해는 핼러윈 악몽까지 겹치며 안전이 무너진 한 해로 기록됐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무너진 안전, 무너진 경제, 무너진 일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새해 소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태원 참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악성 댓글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또 다른 생채기를 냈다.
유가족 김영백(61) 씨가 새해 소망으로 꼽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지키는 것과 잘못한 일을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 등은 공동체를 살아가며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들이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인데 그런 아픔도 모르고 (악담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그냥 저희를 특별한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시는 이런 불안한 일이 없으면 좋겠다"며 재발 방지와 안전 사회를 위한 사회 시스템 마련을 희망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유가족 역시 '안전은 기본'이라며 기본이 지켜지는 새해를 소망했다.
화정아이파크 희생자가족협의회 안정호 대표는 "도시가 점점 고도화·집중화돼 가는데 위험을 경고해 줄 사회시스템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며 "기본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대형 사고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너져 있는 건물을 계속 마주하고 있는 건 또 다른 고통"이라며 "내년에는 최소한 사고가 발생한 201동만이라도 철거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본을 바라는 건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상징과 같은 양금덕(93) 할머니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서도 4년 넘게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손해배상은커녕 사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양 할머니는 "매번 올해는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내년이면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있다"며 "죽기 전에 사과 한마디 듣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외교부도 왜 (일본에) 사과하라고 한마디를 못 하느냐"며 "정부든 우리 국민이든 당당하게 일본을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5·18 역사 왜곡에 맞서 5·18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지역민의 열망도 높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5·18 헌법 전문 수록은 여야 의견이 이미 일치됐다"며 "내년에는 여야 의견이 일치하는 헌법 전문 수록만이라도 원포인트로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5·18은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내년에는 유엔에서 K-민주주의 위상에 걸맞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될 텐데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과 역할이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다 고물가까지 겹치며 팍팍한 경제 사정이 이어졌지만, 이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은 '희망'을 언급했다.
광주 양동시장에서 25년째 장사를 하는 김용목(53) 씨는 "올해라고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작년이나 재작년보다는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한 해였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오르면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사는 손님들도 곤란해진다"며 "내년에는 코로나19는 물론 전쟁도 종식되는 평화로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언어치료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최수연(24) 씨도 코로나19 종식으로 일상을 회복하길 바라는 모두의 마음을 대변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상호작용이 부족해 언어 발달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 마스크에서 해방되고 좀 더 활발한 사회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역 최전선에 있는 광주 북구보건소 신용각(33) 주무관은 "처음보다 시스템이 많이 갖춰지긴 했으나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면 여전히 인력 보충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전염병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필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임혜원(16) 양도 "고등학생이 되면서 시간을 내지 못한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여가 생활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내년에는 꼭 시간을 내서 어머니와 클래식 연주회를 다니고 싶다"고 소박한 일상의 소망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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