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19,이젠 '박태환키즈'도 함께!" 훈훈했던 연탄나눔 현장[크리스마스스토리]

전영지 2022. 12. 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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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영 레전드' 박태환(33)이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에 나섰다.

박태환은 지난 3일 박태환수영과학진흥원 직원, 회원들과 함께 오전 9시 인천 서구 석남동 절골마을에서 연탄나눔을 진행했다. 박태환은 지난 2019년 비영리사단법인 박태환 수영과학진흥원(이하 진흥원)을 설립한 이후 지역 사회의 뜻있는 기업인, 체육인들과 함께 소외계층 지원, 체육꿈나무 육성 및 장학금 지원, 선진수영 프로그램 보급을 진행해왔고, 연탄나눔은 이번이 3번째다.

첫 눈이 사뿐히 내려앉은 이른 아침, 추운 날씨에도 김장성 진흥원 이사장, 김교흥 후원회장(더불어민주당의원·인천 서구), 사무국 직원들과 함께 '박태환수영장' 소속 어린이 회원, 팬클럽 '태환전설' 팬 등 80여 명이 집결했다. '박태환 수영과학진흥원' 로고가 새겨진 푸른 조끼를 나눠입고 검은 앞치마, 장갑으로 무장하자마자 연탄 3000장 배달 미션이 시작됐다.

절골마을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홀몸노인 등 연탄 배달이 어려운 고지대 가구에 각 300장의 연탄을 배달하는 작업.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참여는 인상적이었다. 저학년들은 부모님과 동행했고, 5~6학년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했다. 지난해 귤바구니를 내놨던 이성순씨(55)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박태환 원장을 반겼다. "대한민국의 영웅인데 매년 이렇게 와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따뜻한 차와 은행 등을 선물로 건넸다. 박태환의 '완소' 조카 (김)태희-태은이도 매년 그렇듯 올해도 삼촌의 연탄 봉사에 동참했다. 이젠 제법 익숙한 손놀림으로 친구들과 손발을 맞춰 척척 연탄을 날랐다.

나홀로 기나긴 겨울을 나야 하는 김순애 할머니(80)는 "어제 하늘나라로 간 딸을 보러 다녀와서 밤새 울었는데 아침에 이렇게 (박태환 선수가) 와서 연탄을 가져다줬다. 기분이 나아졌다. 너무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257, 258…" 연탄 개수를 또박또박 세던 '스마트' 우찬이(8·채드윅국제학교)는 고사리손으로 쉴새없이 움직이면서도 '좀 쉬라'는 주변에 조언엔 "하나도 안 힘들어요"라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박태환수영장에 다닌 지는 1년쯤 됐다. 자유수영이 제일 재밌다"고 했다. "할머니, 이 연탄으로 추운 겨울 잘 버텨주세요." 친손자같은 우찬이의 기특하고 살가운 인사에 할머니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고… 아이고…"를 연발했다.

인천 현송초등학교 5학년 동급생인 (김)준형이(11)와 친구 6명도 이른 아침 연탄봉사에 동참했다. 농구학원을 함께 다닌다는 이들은 "박태환수영장을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함께 오게 됐다"고 했다. "친구들이 작년에도 봉사활동을 했는데 우리도 봉사의 기쁨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준형이는 "연탄이 생각보다 무겁긴 했지만 함께 하니 금방 끝났다.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함께 온 (서)옥신이(11)은 "박태환 선수가 직접 오시는 줄 몰랐다. TV에서 보던 분과 함께 봉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웃었다. "이 연탄이 마을주민들에게 잘 나눠져서 따뜻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잊지 않았다.

3년 전 첫 연탄나눔 때 중간에 섰던 박 원장은 능숙한 움직임으로 1열에서 흐름을 주도했다. 박태환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수영을 했던 '절친 선배' 박하나씨가 '환상의 투톱'으로 활약했다. 박태환과 2인 1조, 가장 안쪽에서 연탄을 쌓아올리는 궂은 일을 담당했다. 박하나씨는 "태환이와는 25년 넘는 인연이다. 태환이 덕분에 봉사활동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게 돼 뜻깊다"면서 "태환이가 너무 잘하고 있다. 내년엔 수영 후배들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표했다.

박태환 수영과학진흥원장이 연탄봉사 후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쏘고 있다.
지친 아이들의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 때쯤 박태환 원장의 "열심히 하면 아이스크림 쏜다!" 공약에 아이들이 '와!' 환호했다. '회원님'들의 손과 발이 분주해졌다. 정오 무렵 3000장의 연탄 배달이 모두 끝나고, 박 원장이 절골마을 앞 편의점을 접수했다. 세상 꿀맛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아이들과 "먹고 싶은 거 다 고르라"던 박 원장의 얼굴에 행복의 미소가 가득 번졌다.

박태환은 "새벽에 눈이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많이 안쌓여서 다행히 잘 마무리했다"며 미소 지었다. '박태환 키즈'들의 참여율이 높았다는 말에 "생각 외로 많이 와서 놀랐다. 기특하고 대견하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내년에도 하냐고, 내년에도 꼭 오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이 힘이 되고 든든했다"면서 "정말 하나도 안 힘들었다. 어린 친구들과 함께 하니 날은 춥지만 마음은 정말 따뜻했다"며 웃었다.

박태환은 절골마을 이웃들을 향해 "작은 마음이지만 이 연탄을 때시면서 따뜻한 겨울 보내셨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잘 준비해서 또 오겠다"고 약속했다. 팬들을 향한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다들 연말 잘 보내시고,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기쁜 새해 맞으시길 바란다. 올해 저도 많은 일이 있었다. 새해엔 몸도 건강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일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

3년차가 된 박태환수영장에 다니는 국제학교 학생 등 '박태환 키즈'들이 최근 크고 작은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입소문을 이야기하자 박태환이 "우리 아이들이요?"라며 반색했다. "아이들이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듣고 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수영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즐겁게 하다 보니 결과도 따라오는 것같다. 새해엔 더 많은 친구들이 즐겁게 수영할 수 있도록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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