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리포트] 한반도가 냉동고 된 이유, 세 가지 한파 원인 겹쳤다
[뉴스투데이]
올겨울은 시작부터 강추위와 폭설이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한반도는 냉동고에 들어간 것처럼 변했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주 미국의 지구관측위성이 촬영한 한반도 주변 영상인데요.
경상도와 동해안 일부를 제외한 전국이 흰 눈으로 덮였습니다.
1973년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이번 한파는 50번의 겨울 중 역대 10위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합니다.
올 겨울이 시작되기 전 기상청은 12월이 예년보다 추울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기상청은 크게 세 가지 근거를 들어 그렇게 예측했는데요, 첫 번째는 태평양의 수온입니다.
현재 태평양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례적인 라니냐 현상으로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서 파란색으로 보입니다.
반면 북태평양은 고온 현상이 계속돼 짙은 붉은색입니다.
태평양의 이런 수온분포는 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12월에 차가운 북풍이 더 많이 불게 합니다.
두 번째는 북극해 얼음 감소, 세 번째는 유라시아 대륙이 예년보다 많은 눈으로 덮인 현상입니다.
이것은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인 11월 눈을 분석한 영상입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예년보다 더 많은 눈이 쌓인 곳인데, 만주와 시베리아의 광범위한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차가운 북풍이 차가운 눈을 만나, 더 강력한 한파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현상은 이 중 두 번째, 북극해 얼음 감소 현상입니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기온은 계속 올라가는데, 겨울에는 강추위가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90년대 서울에서는 1년 중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이 6일 정도였습니다.
2001년 이후에는 8일로 늘었고, 2011년 이후에는 12일로 늘어났습니다.
지구의 기온은 올라가지만 한반도의 겨울, 특히 12월은 더 추워졌습니다.
원인은 바로 이 지도에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구의 겨울철 기온변화를 보여주는데요.
우리나라와 동아시아는 파란색으로 겨울이 더 추워졌습니다.
그러나 시베리아 서쪽 북극해는 기온이 급상승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시베리아에 고기압이 발달하고 이 고기압이 편서풍을 뒤틀어 동아시아로 북풍을 몰고 옵니다.
지구는 더워지고 있지만, 지구의 모든 부분이 골고루 더워지는 게 아닙니다.
저위도와 중위도보다 북극의 기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일컬어 전문가들은 ‘북극 증폭’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바로 이 ‘북극 증폭’ 현상이 지구온난화에도 추위를 혹독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만듭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북반구의 많은 지역에서 그런 한파를 겪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도 올겨울 혹독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데요.
MBC 기후환경팀은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영국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기상전문가와 화상으로 연결해 올겨울 상황을 물어봤습니다.
[매튜 테일러/영국 BBC 기상전문가] (지금 영국은 많이 춥죠?)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국은 지금 정말, 정말 춥습니다. 한파가 길게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번 한파는 영국에서는 2년 만에 가장 강력한 한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례적으로 포근하던 겨울이 갑자기 돌변한 것도 비슷합니다.
[매튜 테일러/영국 BBC 기상전문가] "올가을 기온은 역대 3위로, 기록적으로 포근한 가을이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기온이 급강하하더니 영하 16도까지 떨어졌어요. 정말 놀랍도록 급격한 기온 변화였습니다. 날씨가 급변하는 모습이 영국이나 한국이 정말 비슷하네요. 올해 영국에서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기후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북반구를 강타하고 있는 이번 추위는 예년 겨울보다 더 큰 충격으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튜 테일러/영국 BBC 기상전문가] "영국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몇 배로 뛰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이렇게 강추위가 밀려오면 모두가 난방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건 어디나 마찬가지군요. 안녕히 계세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심각한 경제난과 에너지 위기 그리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며 올겨울 한파와 폭설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새해에는 지구에서의 삶이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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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today/article/6439412_357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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