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출석 박희영 용산구청장, 취재질 질문에 묵묵부답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간부들을 상대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사례이다. 이들의 구속 여부가 서울시·행정안전부 등 ‘윗선’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1시20분쯤 법원에 도착한 박 구청장은 ‘휴대전화 교체 등 증거인멸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느냐’ ‘경찰이 지자체에 사고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최 과장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김유미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오후 2시부터 진행됐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축제 준비를 부실하게 하고 참사 발생 이후 늑장 대처해 354명의 사상자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4월 용산구의회를 통과한 ‘춤 허용 조례’(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있다. 이 조례 탓에 이태원 골목 주변 클럽 등지에서 나온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참사 당일 초동 대처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 터다. 박 구청장은 특수본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도 있다.
최 과장은 구청에서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주무 부서 책임자인데도 사전 조치를 부실하게 하고, 미흡한 사후 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가 있다. 참사 당일 밤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현장에 가지 않고 귀가한 혐의도 있다.
특수본은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참사 발생 시 구호기관으로서 대응할 책임이 용산구청에 있었다고 본다.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 등 참사 1차 책임기관 실무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입건한 특수본은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 등 소방 간부들의 구속영장도 조만간 신청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 등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서울시·행안부 등을 상대로 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수본 수사는 앞서 구속한 경찰관 4명의 책임을 묻는 선에서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가 된다. 이들이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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