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방 ‘재벌집 막내아들’, 시청자는 왜 열광했나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2. 12. 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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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사진 ㅣ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오랜 기간 늪에 빠졌던 JTBC 드라마를 통쾌한 한 방으로 보란 듯이 멋지게 구해냈다.

상반기 히트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치고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중년 남성까지 TV 앞으로 불러들이며 신드롬급 인기를 모았다.

25일 종영한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26.948%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 시청률을 기록했다. 28.4%로 종영한 ‘부부의 세계’ 기록은 넘지 못했다.

이 드라마는 주 3회 편성, 배우들의 열연, 복수극이 주는 통쾌함 등이 어우러져 국내와 아시아권에서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까지 이례적으로 동시 공개됐으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전역 및 미주 포함 50여 개국 이상에서 1위를 기록하며 열풍의 중심에 섰다.

# 송중기·이성민 만나니 시너지 폭발

송중기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열었다, 방영 전부터 쏠린 큰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듯 흡인력 있는 연기력과 시대를 초월하는 비주얼로 극을 탄탄하게 이끌었다.

진도준이 된 송중기는 캐릭터 그 자체였다. 윤현우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내면을 지닌 진도준의 입체성을 단단한 내공으로 소화했다. 매회 계속되는 순양가(家)의 승계 싸움에서 ‘전생의 기억’을 무기로 승리를 쟁취하는 진도준의 모습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앞서 송중기는 이번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이성민 형님”을 꼽았는데, ‘진양철’ 역의 이성민과 보여준 케미와 시너지는 최고였다. 복수를 위해 진양철을 향해 불같이 달려들다가도, 진양철의 고독과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손자 진도준의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을 불러모았다.

이성민은 매순간 감탄을 불러모으는 연기력으로 송중기와 함께 드라마 흥행을 이끌었다.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 고집스런 입매, 경상도 사투리 등으로 캐릭터를 완성했고 자신의 병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특히 섬망 연기는 정점을 찍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 주3회 편성 신의 한 수…‘인생 리셋’ 복수극이 주는 통쾌함

주3회 편성은 신의 한 수였다. 몰입도를 극대화 하고자 금,토,일 주3회 방송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내걸었는데, OTT에 익숙해진 요즘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읽은 전략이었다.

주인공이 인생 2회차를 사는 이 드라마는 1987년부터 현재까지 30여 년의 세월을 16부작 안에 녹여내며 휘몰아치듯 전개했다. 재벌가 이야기에 굵직한 근현대사를 녹여 현실과 판타지를 절묘하게 버무렸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했다.

KAL기 폭파사건, YS·DJ 단일화 실패,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닷컴 버블 등 1980∼1990년대 정치·경제 상황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등장해 실제 인물과 기업을 유추하는 재미도 있었다. 분당 땅을 사고, 미국 IT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등 진도준의 투자 신공은 통쾌함을 줬다.

또, 대기업 오너 일가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재벌가 순양그룹이 삼성을 연상케하고 라이벌로 나오는 대영그룹은 현대를 떠오르게 했다.

진양철이 첫 사업인 정미소로 순양을 키웠다는 설정은 이병철 회장이 마산 협동정미소로 사업을 시작한 점과 닮았다. 진양철 회장이 초밥 밥알 개수를 물어보는 에피소드는 실제 이병철 회장의 일화로 알려졌다. 또, 아진자동차를 인수하려던 순양그룹이 경쟁에서 밀린 후 ‘빅딜’에 나서는 장면은 기아자동차 인수전과 그 이후 삼성 대우의 협상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여기에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인생 리셋’ 욕구와 맞물려 폭발력을 보였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절망과 현실의 고통을 어루만지며 인생을 재부팅하는 판타지를 통해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했다.

# 배우들의 친 열연

‘재벌집 막내아들’은 미친 연기력의 집합체였다. 캐릭터와 일체화된 배우들의 연기 향연장이었다. 조연 배우들의 불꽃 튀는 하모니는 이 드라마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순양가 3남매로 출연한 배우 윤제문, 조한철, 김신록 등은 무능하고 철없는 재벌 2세 역을 내공 있는 연기력으로 촘촘하게 보여줬다. 배우김남, 김도훈, 김현과 박지현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진도준 서민영(신현빈)의 멜로라인은 스토리 전개에 탄력을 주지 못하고 겉도는 분위기였다. 일부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멜로라인과 키스신에 대해 개연성이 부족하고 설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시대적 배경에 맞지 않은 소품과 대사는 ‘옥의 티’로 지적됐다. 진양철 회장의 유언이 담긴 영상을 USB로 확인하는 것은 CD를 주로 사용하던 2002년과 배치된다는 의견이 나왔고, 3화에서 3남매의 티타임에서 등장한 찻잔은 2019년 출시된 제품으로 극중 1990년대 배경과는 달랐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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