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 유전병·유산 등 고민되면 PGT가 도움이 됩니다”
시험관 시술과 똑같은 과정으로 수정
염색체·유전자 검사로 정상 배아 선별
1995년 국내 도입 후 시행 건수 증가세
PGT 검사 A·SR·M 등 3가지로 나뉘어
A는 염색체의 수·SR은 구조 이상 진단
M은 유전병 가진 배아 찾아낼 수 있어
PGT 검사로 유산율 줄고 임신률 높여
한 개 배아만 이식 쌍둥이 임신도 막아
만혼 등 영향 100% 정확성은 못 갖춰
이런 부부에게 착상 전 유전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PGT)는 유용한 방법이다. PGT는 말 그대로 시험관아기 시술로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에 정상 배아를 선별·이식하기 위해 시행하는 염색체·유전자 검사다. 과거에는 현미경으로 배아의 형태로만 판단했지만, 이제 염색체나 유전자 이상을 직접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강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검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시험관 시술과 같은 과정을 밟는다.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수정 한 후, 수정된 배아에 대해 배양 5, 6일째에 태반이 될 세포 5∼8개를 생검(배아에서 세포를 떼어내 검사)하는 것이다. 생검한 세포의 DNA로 염색체 또는 유전자 검사를 해 정상 배아를 선별적으로 이식한다.”
―PGT 검사를 통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나.
“PGT 검사는 크게 PGT-A, PGT-SR, PGT-M 검사로 나뉜다. PGT-A는 염색체의 수적 이상을, PGT-SR는 염색체의 구조적 이상을, PGT-M은 유전병을 가진 배아를 진단할 수 있다.”
―어떤 산모가 염색체 수적 이상(PGT-A) 검사를 받아야 하나.
“주로 습관성 유산이나 반복착상실패를 겪었거나, 38세 이상의 고령 산모나 과거에 염색체 이상이 있었던 환자, 정자의 질이 매우 저하된 환자가 대상이다. 검사를 통해 염색체가 3개인 다운증후군, 파타우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 등을 가려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염색체의 수적 이상도 알 수 있어서 배아 이식당 임신율을 높이고 유산율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유산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PGT-M을 통해 7000∼8000종의 유전병 중에서 국내에서 허용된 200종의 유전병에 대해 PGT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듀센씨 근이영양증, 샤르코 마리 투스 병, 신경섬유종, 마르판 증후군, 혈우병 등이 있다.
―염색체 구조적 이상(PGT-SR) 검사는 누가 받아야 하나.
“부부에게 염색체 전좌(Translocation·염색체 2개에서 절단된 절편이 서로 다른 염색체에 붙는 경우), 역위(Inversion·한 염색체 안에서 절단된 절편이 180도 뒤집혀서 붙는 경우) 등 구조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 받게 된다. 유산이 반복돼 병원을 찾은 부부 중 5∼8%는 혈액검사를 통해 염색체 구조적 이상을 발견한다. 2∼3번 연속 유산이 되거나, 기형아, 발달·인지 장애아 출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부부 염색체 검사를 해서 구조적 이상이 발견되면 PGT-SR 검사를 진행한다.”
―부부의 염색체 구조적 이상이 배아 비정상과 직결된다는 의미인가.
“염색체 전좌가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검사를 해보면 배아의 약 20%만 정상 또는 균형 전좌로 이식이 가능하고, 80%는 비정상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 이런 비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의 경우 임신이 안 되거나, 임신하더라도 유산하거나 기형아를 출산하게 될 확률이 높다.”
―발달·인지 장애 판별이 가능한 것인가.
“PGT-SR가 예방할 수 있는 발달·인지 장애는 염색체 불균형 전좌로 인한 발달·인지 장애에 한정된다. 발달·인지 장애의 많은 경우는 염색체 문제가 아니다. 즉, PGT로 모든 발달·인지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검사 결과가 모호한 경우는 없나.
“PGT-A나 PGT-SR 검사 결과 18∼22% 배아에서 ‘모자이시즘’이 발견된다. 모자이시즘 배아는 정상 염색체 수를 가진 세포와 비정상 염색체 수를 가진 세포가 섞여 있는 배아를 뜻한다. 과거에는 모두 폐기했지만, 2015년 이탈리아에서 모자이시즘 배아를 이식한 모든 태아가 정상 염색체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이후 모자이시즘 배아 이식이 보편화됐다. 임신 진행 과정에서 세포분열을 거치며 비정상 세포는 스스로 고사, 없어짐을 확인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기 때문이다. 모자이시즘 배아를 이식하면 정상 염색체를 보유한 배아보다는 임신율이 다소 떨어지지만, 임신에 성공하면 거의 다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게 된다.”
―PGT 받는 사람의 목표를 고려하면, 사실상 100%가 아니지 않나.
“PGT는 배아의 일부분에서 불과 몇 개의 세포로 적은 양의 DNA로 하는 검사이므로 100% 정확하진 않다. 정상 배아 이식이 우선이지만, 우리나라는 만혼 추세로 고령 환자나 난소 기능 저하 환자의 경우 정상 염색체를 보유한 배아만 찾긴 어렵다. 아기를 갖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모자이시즘 배아를 이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모자이시즘 배아를 이식하면 임신 후 반드시 양수검사를 통해 모자이시즘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성공한 사례를 들려달라.
“(선천적으로 면역이 결핍된)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가진 아기 2명을 출산했지만 모두 사망한 과거력이 있는 여성이 있었다. PGT-M 검사로 유전병이 없음을 확인하고 PGT-A 결과 염색체 모자이시즘이 있는 배아를 이식했다. 양수검사에서 유전병과 모자이시즘이 없는 건강한 태아를 확인해,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검사 과정에서 배아가 손상될 가능성은 없나.
“그동안 배아 세포를 떼어내는 생검 과정에서 기형아 유발 등 아기에 손상을 주는지 아닌지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3일 배양 생검보다 5일 배양 생검이 세포 채취율이 낮고 배아의 손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진단 정확도도 높다. PGT를 한 배아로 태어난 아기의 저체중아 빈도, 미숙아 빈도, 기형아 발생률은 PGT를 하지 않은 그룹과 통계적으로 유사하다. PGT 안전성이 인정됐다는 의미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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