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재벌집' 김신록, 변신 신기록을 찢다[★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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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신록(41)이 지난해 넷플릭스 '지옥'에서 소시민 박정자 역으로 사망 고지를 받고 벌벌 떠는 강한 인상을 남기더니 올해는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연출 정대윤, 김상호, 극본 김태희, 장은재, 이하 '재벌집')에서 안하무인 재벌가 진화영 역으로 또 레전드를 썼다.
'재벌집'은 진도준이 흙수저에서 금수저의 삶을 노리며 인생역전을 하는 짜릿함, 순양가 사람들과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수싸움을 하는 과정, 1990년대와 2000년대의 현대사 재조명, 송중기, 이성민, 윤제문, 조한철, 김신록, 김도현, 김남희, 박지현 등 배우들의 열연 등이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25% 이상의 JTBC 역대급 드라마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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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게 굴지마!' 소리를 꽥 지른 저 배우가 '지옥'의 박정자였어?
배우 김신록(41)이 지난해 넷플릭스 '지옥'에서 소시민 박정자 역으로 사망 고지를 받고 벌벌 떠는 강한 인상을 남기더니 올해는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연출 정대윤, 김상호, 극본 김태희, 장은재, 이하 '재벌집')에서 안하무인 재벌가 진화영 역으로 또 레전드를 썼다.
"'지옥'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재벌집'은 찢어지게 부자였는데 이제 찢어지지 않는 역을 맡고 싶어요. 구조적으로 주목 받는 역을 해왔는데 평범하게 퉁쳐지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작품과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라면서 웃는 김신록은 무한 변신 중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 분)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 '재벌집'은 진도준이 흙수저에서 금수저의 삶을 노리며 인생역전을 하는 짜릿함, 순양가 사람들과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수싸움을 하는 과정, 1990년대와 2000년대의 현대사 재조명, 송중기, 이성민, 윤제문, 조한철, 김신록, 김도현, 김남희, 박지현 등 배우들의 열연 등이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25% 이상의 JTBC 역대급 드라마 시청률을 기록했다.
극 중 김신록은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의 삼남매 중 유일한 딸이자 순양백화점 대표 진화영 역을 맡았다. 진화영은 딸이란 이유로 순양그룹의 후계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남편 최창제(김도현 분)를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인물.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진도준과 손을 잡았으나 덫에 걸려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신록은 진화영의 변덕스럽고 불같으면서도 오만한 성격을 열연하며 '재벌집'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진화영이란 인물은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
▶욕망이 큰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욕구'는 그냥 하고 싶은 마음이고 '욕망'은 부족하다고 느껴서 더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더라. 욕망은 반대로 결핍이 크다는 것이겠다. 부족한 것과 바라는 것의 낙차를 보여주고자 역동적인 연기를 하려고 했다. 화장, 스타일링도 공작처럼 과시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화영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입지를 잃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소리 지르고, 애교부리고, 교태부리는 상황을 통해 생존하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진화영은 아들이 아니란 이유로 그룹 승계에서 차별받았다. 여성으로서 이런 처지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는지.
▶진화영은 더 본때를 보여주고 싶고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내가 가진 패가 많지 않았다. 내가 아버지에게 '고명'이 아니라 '메인 디쉬'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겨우 할 수 있었던 게 큰 오빠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내 남편 시장 나갈 때 편 좀 들어달라고 한 것이었다. 진화영이 누군가를 대리로 내세워서 욕망을 실현시키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에서 느껴지는 한계와 답답함이 있었다. 그래서 미치고 팔짝 뛰지 않냐. 연기한 나도 안쓰러움과 답답함을 함께 느꼈다.
-김신록 배우의 실제 형제자매 관계는?
▶딸만 넷에 내가 둘째다. 실제로는 애교보다는 재간둥이 스타일이다. 까불거린다.(웃음)
-실제로 진화영과 닮은 점은?
▶나도 되게 역동적인 스타일이다. 행동한다는 면이 닮았다. 진화영도 사실은 고군분투하는 인물이지 않냐. 진화영은 재벌가에서 태어나서 조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 그게 오히려 치명적인 단점이 됐다.
-진화영의 장면 중 인상 깊었던 것은?
▶두 모습에서 공감이 갔다. 하나는 아버지가 우리를 살인교사범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첫째 오빠에게 들었을 때 눈물이 맺힌 연기를 했는데, 모니터링을 하면서 저렇게 연기하는 게 맞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진화영이 진도준과 백화점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장면에서 즉흥적으로 얘기를 하며 신이 만들어졌는데, 송중기 배우와 지장을 찍는 장면을 상의하면서 만들었다.
-진화영의 모습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시청자들이 회차가 갈수록 누구 같다고 반응을 주셨다. 언론에 노출된 재벌들의 이미지를 참고했지만 특정 인물을 염두하고 연기한 건 아니었다.
-극 중 주식 얘기가 많이 나왔다. 실제로는 주식을 어느 정도 해봤나.
▶주식, 코인, NFT를 조금씩 해봤는데 '있었는데 없었습니다'가 됐다.(웃음)
-진화영이 소리 지르는 신이 많아서 목이 아팠겠다. 목 관리를 따로 좀 했는지.
▶'재벌집' 촬영이 지난 8월에 끝났는데 공연과 촬영이 겹친 한 달 동안 몸이 좀 안 좋았다. '재벌집'은 1년 가까이 길게 찍었다. 화영이 아빠를 쫓아가는 신은 그 안에서 한 달 차이로 촬영을 했다. 또 화영이 아버지에게 1400억을 빌려달라고 하는 신도 몇 주의 기간을 두고 촬영했다.
-'미모의 재발견'이란 반응도 있다. 재벌가의 화장, 옷 등의 스타일링은 어떻게 했는지.
▶나도 그렇게 진한 화장은 처음 해봤는데 의외로 어울리는 면도 있었다. 의상과 헤어가 적용되면서 탄력 받은 부분이 있었다. 진화영은 메이크업을 본 촬영 전에 감독님과 컨펌했다. 드라마 분장팀에서 분장해줬는데 시대 고증이 1번이었고 진한 스모키 화장과 아이섀도우, 눈썹에 신경썼다. 스타일링은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했는데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 스트릿 브랜드를 시도했다. 명품 스타일말고 중저가 브랜드 의류도 믹스매치했다.
-'재벌집' 방영 시기에는 본방사수를 했나.
▶보통 본방사수를 했고, 촬영이 늦게 끝나도 신발을 벗어던지면서 본방사수를 하려고 했다. 현장에서 못 본 신들이 많았는데 TV를 보면서 '저 부분을 저렇게 연기했구나'라면서 매번 감탄하면서 봤다. 최근에 이필옥(김현 분) 여사와 진윤기(김영재 분)가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김현 배우가 느낌을 표현해 주시는데 단단하게 버티면서 장면을 소화해 주시는구나 느꼈다.
-김도현 배우와 부부연기 호흡은 어땠나.
▶1년 가까이 찍었는데 척하면 척하고 호흡이 맞았다. '다리 주물러주는 거 어때?', '업히면 어때?'라고 물어보면서 촬영했다. 찰떡 같이 알아듣는 파트너였다. 풍성한 리액션을 해줘서 최창제 역으로 김도현 배우를 만난 게 행운이었다. 우리가 대화를 하면서 정보를 노출해야 하는 신이 많았는데,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만든 대사들이 있었다. 엘리베이터 일부 신에서 문이 안 열려서 내가 '얼씨구?'라고 했더니 남편(김도현)이 '절씨구?'라고 하더라.(웃음) 그런 재치를 뽐내기 위한 애드리브라기보다는 상황을 구체화시키고 현장에 맞게 대본을 적용시킨 애드리브가 많았다.
-주연 송중기 배우는 현장에서 어떤 느낌이었나.
▶송중기 배우는 어떤 장면을 연기할 때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려고 한다. 장면을 함께 만들기에 되게 좋은 파트너다. 어떤 제안을 하면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서 몸으로 나서는 사람이다. 소파를 옮기자, 테이블을 붙이자, 서류를 깔아놓자는 등의 의견을 주면서 현장을 활성화 시킨다. 좋은 주연배우라 생각한다.
-배우들끼리 친목을 도모한 단톡방이 따로 있었는지.
▶모두 들어있는 단톡방은 사실 없고, 개인적으로 연락한다. 최근엔 내가 이성민 선배님에게 '아버지 죽어서 어떡하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님이 영화 '대부'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하시더라.
-'재벌집'이 김신록 배우에게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까.
▶'지옥'에 박정자인 줄 몰랐단 반응이 많았다. '지옥'을 마치고선 '내 인생의 2막을 열어준 작품이었다'고 했는데, '재벌집'은 계속해서 배우로서 변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을 심어준 작품이었다.
-2004년 데뷔해 19년 차 배우가 됐다. 2005년 영화 '연애의 목적'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했고 2020년부터 드라마 '괴물', '지옥' 등에서 주목 받았다. 매체 연기를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2013년에 단편 영화를 찍었는데 그때 현장에 '방법'의 김용환 감독님이 놀러왔다. 이후에 감독님이 '방법'을 찍을 때 나에게 연락을 주셔서 주인공의 엄마이면서 드라마를 열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인데 할 수 있겠냐고 말해주셨다. 내가 새로운 제안이 들어오면 해보는 편이어서 출연하게 됐다. '방법'을 쓴 연상호 감독님이 인연이 돼서 그 다음 작품 '지옥'도 찍었다. '괴물'을 통해서도 '재벌집'을 하게 됐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방법'이었다.
-인기의 척도는 광고와 패러디인데 실감하는지?
▶숏폼에서 진화영의 대사 '주제넘게 굴지마!'라고 패러디한 분이 있던데 너무 재미있었다. 광고는 '화장을 지워도 아름답다'라는 콘셉트로 화장품 광고를 해도 좋겠다.(웃음)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인데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됐나.
▶내가 대학교 때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다. 어릴 때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가 연극을 좀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나에게 연극쪽에 데리고 다니면서 '연기보다 인생을 배워라'고 했다. 대학교 졸업 후에 대학로에서 데뷔했다. 동아리에서 연극을 잘하는 줄 알았는데 첫 연극 때 민폐를 끼쳤다. 그때 작품에 한양대 출신들이 많았는데 대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줬다. 거기선 연출, 연기, 무대 제작 등을 배웠는데 이후에 한예종 연기과를 다녔다. 그리고 2012년에 졸업과 동시에 국가에서 영아트프론티어 차세대 예술가 지원금을 받아서 유럽의 극단을 찾아다니면서 공연하는 시간도 가졌다. 영국 극단에서 '시티 트레인'이란 메소드를 접하고 더 배우고 싶었는데, 그 극단이 2013년에 처음으로 실기학교를 만든다고 해서 한국에서 월세 보증금을 빼서 그 학교를 다녔다. 그러면서 '방법'도 하게 됐다.
-서울대에서의 전공을 포기하고 연기를 한 것에 대해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았는지.
▶아버지가 먼저 빌미를 제공했다.(웃음) 실효성이 전혀 없는 반대를 하셨고 너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해주셨다. 아버지는 내가 31살 때 돌아가셔서 매체 연기를 한 걸 보지 못했다. SBS '토지'연기를 잠깐 할 때 본 정도다. 내가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 부모님이 공연을 보러 오신 적이 있다. 배우가 많이 나오는 공연이었고 당시 이정은 선배님, 김주령 배우가 같이 출연했다. 그때 아버지, 어머니가 광주에서 떡을 해왔는데 식혜를 그때 사오신다고 1부를 못 보셨다. 그런데 나는 1부에 많이 나왔다.
-이정은, 김주령 배우와 여전히 친분을 갖고 있는지.
▶김주령 배우님은 저희 회사에 왔다. 이정은 선배님은 올해 청룡시리즈어워즈 시상식에서 오랜만에 봤는데 나란히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같이 앉아있으면서 선배님은 나한테 '지옥 너무 잘 봤다'고 했고, 나는 선배님한테 '소녀심판 잘 봤다'라고 서로 말해줬다. 내가 호명되니까 선배님이 '내가 된다고 했지?'라면서 축하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붙고 싶은 수식어가 있는지? 앞으로 배우로서 붙고 싶은 수식어는?
▶이전엔 '믿고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늘 변신 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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