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록 "진화영의 애교와 윽박은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었죠"
"역동적으로 표현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진화영이 괜한 욕심을 보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빠들과 달리 자신에게는 그냥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갖은 술수와 애교를 부리며 고군분투하는 거예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서 애틋한 모성과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강렬하게 표현해낸 배우 김신록이 이번에는 철없는 재벌집의 딸 진화영으로 변신해 신스틸러(시선을 강탈하는 배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신록은 "진화영은 욕망이 많은 인물"이라며 "욕구와 욕망은 다르다"고 짚었다.
"욕구가 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욕망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바라는 마음이에요. 진화영은 항상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거죠. 게다가 재벌집이다 보니 바라는 것도 커요. (웃음)"
진화영은 재계 1위 회사를 일군 순양그룹 회장 진양철(이성민 분)의 막내딸로 태어난다. 싹싹하고 애교가 많아 오빠들보다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고명딸이지만, 진화영은 자신이 '구색 맞추기 장식용 고명' 신세라는 것에 분개하며 오빠들처럼 '메인 디쉬'가 되겠다'고 이를 간다.
김신록은 "진화영은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오빠들 사이에서 자기 자리를 확보하기 고군분투한다"며 "살아남기 위해 눈물, 애교, 윽박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렇게 분투하는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인물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도도하다가도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애교를 부리고, 품위를 지키다가 순간 화를 참지 못해 사람들 앞에서 노발대발하는 등 진화영이 등장하는 순간들을 최대한 극적으로 설계했어요. 극적인 상황들의 충돌이 인물에게 역동성과 입체성을 부여했죠"
순양그룹의 회장을 꿈꾸던 진화영은 욕망에 눈이 멀어 어리석은 판단을 반복하고, 결국 조카 진도준(송중기)에게 순양백화점을 빼앗겨 순양 일가에서 입지를 잃는다.
진도준의 계략에 넘어가 1천4백억 원을 뉴데이터테크놀로지에 투자한 진화영은 미친 듯이 오르던 주식이 하루아침에 폭락해 돈을 몽땅 잃게 되고, 결국 아버지를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며 눈물로 읍소한다.
김신록은 "이 장면이 이성민 선배님과 일대일로 맞붙은 유일한 장면"이라며 "시작과 동시에 공기가 달라질 정도로 에너지 있는 선배님의 연기 덕분에 저는 수혜를 입은 입장"이라고 공을 돌렸다.
무릎 꿇고 빌던 진화영은 진양철이 냉정하게 등을 돌리자 몸을 날려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데, 원래 대본에 적혀있기로는 '민망한 듯 주저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비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김신록은 "순간 정말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점프해서 몸을 던졌다"며 "이성민 선배님이 만들어주신 현장의 분위기에 올라타 연기하다 보니 대본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남편 최창제 역할로 호흡을 맞춘 김도현 배우에게도 "오빠가 진화영의 성격을 받아주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가난한 고시생 시절 진화영과 과외 선생님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최창제는 아내의 변덕과 응석을 군말 없이 받아준다. 진화영은 남편을 시종처럼 부리면서도 남이 그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발끈해서 나서며 남편을 치켜세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장단이 잘 맞는 진화영-최창제 커플에 대해 김신록은 "사랑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둘의 관계도 분명히 사랑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화영은 집안에서 뜻대로 되는 게 없는데, 공주처럼 떠받들어주고 예뻐해 주는 최창제를 만나 안정감을 느끼고 살았을 것 같다"며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미워하며 지지고 볶고 앞으로도 잘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한 김신록은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잔뼈 굵은 배우로, 지난해 '지옥'을 통해 대중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김신록은 "다음에는 너무 가난하거나 부자인 캐릭터 말고 평범한 상황에 놓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며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평범하다고 퉁쳐지면서 살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다 특별한 것처럼, '알고 보니 특별한'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세간에 이름이 알려지면서 김신록은 '학벌 좋은 배우'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한 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 석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연기를 배우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나 실기 학교를 1년 동안 다니기도 했다.
"우리 집이 네 자매인데, 어릴 때 부모님이 제가 구구단 외는 걸 좋아하시는 걸 보고 '내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건 이거다!' 하는 마음에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요. (웃음) 공부 열심히 했고 잘했다는데 나쁠 건 없지만 '학벌 좋은 배우'라는 수식어 말고 다른 수식어가 붙을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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