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고명딸’ 김신록, “진화영을 보며 ‘조심할 것이 없는 사람이 되면 안되겠다’고 생각”[인터뷰]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26.9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25일 종영했다(비지상파 유료가구·닐슨코리아 집계). 이는 JTBC 드라마 사상 <부부의 세계>에 이어 최고시청률 2위 기록이었다.
이 드라마는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며 재벌가를 장악하는 이야기였다. 방송 전 이 드라마는 ‘송중기의 드라마’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성민과 탄탄한 조연들’의 드라마로 불렸다. 탄탄한 조연진 맨 앞에는 재벌집 ‘고명딸’ 진화영 역을 맡은 김신록이 있다. 그를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극중 진화영은 자식을 믿지 못하는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이성민)의 고명딸이다. 아버지는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오빠 둘은 서로 피튀기게 경쟁한다. 가부장적 집안에서 ‘딸’이 설 자리가 없어도 진화영은 회사를 차지하려고, 남편을 정계에 진출시키려고 갖은 방법을 다 쓴다. 주식투자 실패로 순양백화점을 진도준(송중기)에게 빼앗기고서도 오빠들의 권력 관계에서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김신록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진화영은 욕망이 큰 캐릭터이기 때문에 액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연기하기에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한 인물이 뭔가 강렬하게 원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기본적으로 흥미롭다”고 했다.
진화영은 역동적이다. 아버지에게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리고 서울시장이 된 남편에게 징징대며 업히기도 한다. 주식투자에서 실패한 돈을 메우기 위해 무릎을 꿇고 슬라이딩해서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든다. 감정의 진폭도 크다. 진도준을 향해서도 ‘너는 우리와 달라’라며 살기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비서격인 임 상무에게는 공금으로 주식투자하라고 버럭 소리를 내지른다.
김신록은 진화영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형제들과는 경쟁, 남편과는 주도권 싸움을 해야 하는 위치”라며 “딸로 태어나 맺는 남자 가족과의 관계에서 어떤 것이 부족하다고 느껴 더 바라고 욕망하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부족한 부분과 바라는 부분의 차이에서 오는 역동성이 잘 드러나면 좋을 것 같아 움직임, 소리, 감정의 폭을 크게 설계했어요. 조심할 게 별로 없는 사람, ‘내가 난데!’라는 느낌으로 순간순간을 만들었죠. 애교 부릴 때도 남들과 합의되지 않은 애교였어요.”
이런 이유로 진화영은 배우 김신록에게 “조심할 것이 없는 사람이 되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남겼다.
진화영의 화려한 패션이나 진한 눈화장을 두고는 ‘진짜 재벌집 딸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다들 ‘재벌가 어디 누구 같다’고들 말씀하시는데 그 인물이 계속 바뀌더라”라며 웃었다. “언론에 공개된 여러 (재벌가) 여성들의 이미지 단상만 참고했고 기본적으로는 (드라마 인물 간) 관계에 더 충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드라마에서 가장 신경썼던 관계는 ‘부부사이’였다. 흙수저 남편 최창제와의 ‘케미’는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혼하지 않고 나이들어서도 엘리베이터에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일반적인 부부들처럼 세월에 따라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였어요. 김도현 배우(최창제 역)와 대화하면서 둘의 관계를 보여줄 장면을 만들었어요.”
“연극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라는 것” 아버지 따라 소극장
지금도 연기론 책을 꺼내서 보는 ‘공부하는 배우’
“다음에 평범한 인물 해보고 싶어”
대중적 인기는 이제 막 시작이지만 김신록은 연극계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배우다.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했다.
그의 연기 인생은 아버지로부터 시작했다. 연극 무대에 선 적이 있는 아버지가 김신록이 중학생이던 시절 소극장에 데려갔다. 아버지는 “연극을 배우라는 게 아니라 인생을 배우라는 것”이라고 했다. 배우의 꿈을 꾼 건 그때부터였다.
30대 초반,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금 지원으로 외국의 유명 극단에서 연기 훈련에도 참여했다. 그는 “외국에서 탐색하고 공부하고 훈련한 시간이 지금의 큰 자산”이라고 떠올렸다.
2020년부터 TV에도 본격 출연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지옥행이 결정되고 남은 가족을 위해 지옥행 시연 생중계를 수락하는 박정자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옥>으로 그는 올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받았다.
배우 김신록을 설명할 때 ‘공부’ ‘강렬한 연기’ 두 단어를 떼놓기 어렵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그는 여전히 공부를 한다. 지난여름 촬영 스케줄이 겹치지 않을 땐 연기론 원서 강독 스터디에 참여했다. 최근 읽는 책은 . 메소드 연기론에 관한 원서다. 최근에 대학원 때 공부했던 연기론 교과서도 꺼냈다.
그의 대학원 석사 논문은 “머리로 연기한다는 말만큼 배우를 좌절시키는 말도 없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에게 진화영은 머리로 한 연기인지, 동물적 감각에 의존한 연기인지 물었다. “20대 때 연기하면서 ‘머리로 연기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걸 구분지어 공부했던 시간들을 벗어나면서 연기가 훨씬 풍성하고 자유로워졌어요. 머리와 가슴, 이성과 감성을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진화영은 머리냐, 몸이냐 나눌 수 없어요.”
tvN <방법>의 신들린 무당 석희, <지옥>의 찢어지게 가난한 박정자, <재벌집 막내아들>의 부유하나 결핍 있는 진화영까지. 하나같이 개성이 강한 캐릭터다. 석희와 박정자, 진화영을 넘어 김신록은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에 출연한다. <형사록2>와 <스위트홈2>도 차기작으로 검토 중이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평범하지만 스스로 삶을 들여다봤을 때는 특별한 인물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맡은 캐릭터를 열심히 분석해내는 배우 김신록, 그의 목표는 ‘사람과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연기 자체가 사람을 다루는 일이고 삶을 살아내는 일이잖아요. 계속해서 사람과 삶을 궁금해하고 이해하고 싶어요.”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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