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열차' 코레일, '유지보수 능력' 도마 위

김노향 기자 2022. 12.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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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잇단 사고에도 유지보수 왜 코레일 몫?] ① 20일 새 열 차례 사고에도 '철도 기득권' 언제까지

[편집자주]국토교통부 산하 철도 공공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시설물 유지보수 업무와 관제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이다. 현재 코레일이 관장하는 유지보수의 부실로 수년째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애당초 철도 시설물을 건설한 국가철도공단이 관련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보수정부마다 시도된 철도 민영화를 빌미로 이번에도 유지보수권 이관이 민영화의 포석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유지보수권이 철도공단뿐 아니라 민간 업체에도 이관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수년째 반복된 코레일의 안전사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시설물 유지보수 권한의 구조적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지옥 열차' 코레일, '유지보수 능력' 도마 위
(2) 코레일 유지보수비 '재정 부담'… 4년 새 34%↑

#. 2022년 12월15일 오후 퇴근 시간. 서울 용산역에서 노량진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1호선 전철이 한강철교 위에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500여명은 두 시간 동안 차량에 갇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열차 출입문 개·폐기의 불량으로 추정됐다. 수도권 전철 열차는 출입문이 열리면 자동 제어장치가 작동해 멈추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해당 열차가 사고 이전에도 개·폐기 오작동 신호를 여러 번 나타냈지만 신호가 정상화되면 다시 출발하는 등 무리한 운행을 했고 결국 사고가 난 것이다.

수년째 반복된 코레일의 안전사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시설물 유지보수 권한의 구조적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선로 건설을 담당하는 국가철도공단 등 다른 공공기관으로 해당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코레일은 수도권과 광역시 등 대도시뿐 아니라 교통취약지역의 교통복지 기능을 담당해 적자 운영이 지속되고 있는데 부채와 영업손실이 해마다 늘어나 인건비 감축을 추진하며 유지보수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4년여 전인 2018년 12월에는 20일 사이 이틀에 한 번 꼴로 10차례의 철도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 중엔 작업자 부상과 사망 등 인명피해도 발생해 '지옥열차'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2022년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응천(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갑) 의원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제38조 '철도시설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문장의 삭제가 골자다.


10년 만에 재점화 '철도 유지보수 논쟁'


철도공단은 17년 전인 2005년 정부의 철도경영 합리화를 명분으로 코레일 전신인 철도청으로부터 분리됐다. 철도공단은 철도 운행사인 코레일과 SR로부터 선로 사용료를 받고 있다. 유지보수와 관리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이는 SR도 마찬가지다. SR 역시 차량 정비나 유지보수 등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해 자체의 운행 잘못이 아닌 경우 코레일이 사고 수습을 해야 하는 구조다.

코레일은 이에 더해 열차 운행을 통제하고 지시하는 '관제권'도 갖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7월 SRT 운행 사상 최초로 일어난 대전 조차장 탈선 사고에서 관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만약 선로를 설치한 당시의 부실시공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철도공단이 책임져야 하지만 설치 이후 선로의 유지보수 잘못으로 판단되면 코레일이 사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2018년 12월 발생한 10건의 사고 중에 강릉발 KTX 탈선을 놓고 사고 원인이 어느 시점에 발생했는지 공방이 벌어진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로를 건설한 철도공단이 유지보수를 맡거나 코레일과 철도공단을 통합해 설치와 유지보수를 모두 책임지도록 해야 하는데 코레일과 노조는 철도공단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당초 코레일과 철도공단을 분리한 경영효율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도 철도 관제권을 코레일에서 철도공단으로 이관하려는 움직임이 수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철도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들도 철도 운영사가 아닌 시설물 관리자가 관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3년에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KTX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을 명분으로 철도 관제권 이관을 추진했으나 시행령 입법예고를 해놓고도 기획재정부 반대로 결국 백지화됐다. 당시 국토해양부가 추진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은 코레일의 철도 관제권을 철도공단으로 이관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래픽=이강준 디자인 기자


공공기관 이해관계 대립 논란


이 같은 논란엔 두 기관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현재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코레일 직원은 8000여명으로 정규직 직원 수(3만1300명)의 25.6%에 달한다. 공공기관 알리오에 따르면 코레일의 정규직 직원 수는 2017년 2만7575명에서 2022년 3분기 3만1300명으로 13.5% 증가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적자 운영으로 코레일은 2022년 상반기 2948억원의 영업손실(매출 2조7773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코레일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부채는 19조3182억원으로 2017년(14조506억원) 대비 37.5% 증가했다.

코레일의 유지보수 인력 상당수가 철도공단으로 이동할 경우 조직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적지 않은 인원이 이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유지보수 인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철도공단으로 업무가 이관되길 희망하는 응답률이 높았다"면서 "노조 입장에선 직원 4분의 1이 빠져나가면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축소는 예산권 약화 등 다른 문제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은 최근 인건비 감축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의 2023~2027년 중·장기 경영목표에 따르면 매출 대비 45.0%를 차지한 인건비 비중을 37.0%로 낮출 계획이다. 이는 코레일이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E)을 받은 것과 무관치 않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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