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서 펼쳐낸 ‘능동 축구’… 올림픽 中 텃세 속 ‘불꽃 투혼’ [2022 되돌아보는 스포츠]

서필웅 2022. 12.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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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영광의 시간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포르투갈 강팀과 한조
움츠리지 않고 준비된 전술 펼쳐
부상·체력고갈 속 원정 16강 달성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 2개 등 종합 14위 그쳤지만
한국 스포츠 저력에 국민들 박수
도쿄 이어 스포츠 문화 발전 확인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 벌써 2022년이 끝자락에 닿아있다. 다만, 시간은 그저 흘러만 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감정을 남긴다. 이는 2022년 한국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 12개월의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이는 팬들에게 저마다의 감정으로 남았다. 때로는 감격하고, 때로는 자부심과 기대감을 느끼고, 때로는 슬퍼했던 2022년 스포츠의 시간을 이 감정들을 통해 되돌아본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황희찬이 지난 3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한국 스포츠팬들은 2022년 겨울 느꼈던 영광과 환희의 감정을 영원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 축구가 11월 개막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원정 16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덕분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4월 열린 조추첨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한조가 됐고, 이후 많은 팬이 16강행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포함해 유럽 빅리그를 호령하는 슈퍼스타들이 가득한 포르투갈부터, 루이스 수아레스, 에딘손 카바니 등 베테랑과 페데리코 발베르데, 다르윈 누녜스 등 신성들이 신구 조화를 이룬 우루과이는 너무나 강력해 보였다. 그나마 1승 목표로 삼았던 아프리카의 가나도 귀화라는 비밀카드를 활용해 전력을 빠르게 보강했다.

하지만, 한국은 우루과이와 1차전 0-0 무승부에 이어 가나와 선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터진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극적인 결승골로 2-1로 승리하며 1승1무1패로 끝내 조별리그 통과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단순히 한번 승리로 만든 목표 달성이 아니기에 축구팬들이 느끼는 감격은 더 각별했다. 우루과이전에서 한국은 비록 무득점으로 무승부에 그쳤지만 경기력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남미 전통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주도권을 잡은 채 90분을 보낸 것. 벤투 감독은 2018년 취임 후 강팀 상대로 움츠러들지 않고 준비된 전술을 펼쳐나가는 ‘능동적 축구’를 표방하며 팀을 이끌어왔다. 축구팬들뿐 아니라 국내 축구전문가들조차 반신반의했던 이 능동적 축구가 이날 그라운드에 펼쳐져 결실을 보았다. 여기에 가나전에서는 0-2로 밀리는 비관적인 상황에서 2-2로 동점을 만들어내는 저력까지 보여줬다.

이렇게 내용이 충실했던 첫 두 경기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포르투갈전에 나섰고, 끝내 결과까지 잡아냈다. 손흥민(30·토트넘)이 대회 직전 안와골절 수술을 받아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수비 기둥 김민재(26·나폴리)와 ‘돌격대장’ 황희찬 등도 부상으로 100% 가동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낸 쾌거다. 그렇기에 브라질과 16강전에서 부상과 체력고갈 등 여러 여파로 1-4로 무너졌지만 선수들도, 팬들도 활짝 웃으며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이 2월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5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포효하는 모습. 베이징=뉴시스
이보다 10개월 전 느꼈던 영광의 감정도 아직 한국 스포츠팬들의 가슴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지난 2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졌던 것. 이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종합 14위에 올랐다. 순위만으로는 아쉬울 수도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대회를 지켜본 국민은 아쉬움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개최국 중국이 대회운영과 판정 등에서 극심한 텃세를 부리는 중에도 투혼을 보여주며 따낸 메달들이기 때문. 쇼트트랙 최민정(24·성남시청), 황대헌(23·강원도청)의 금메달뿐 아니라 은메달, 동메달도 한국의 저력을 보여준 소중한 결과물이었다.

게다가 이제 우리 국민은 이미 금메달을 향한 집착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선수들의 선전에 손뼉 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진정한 스포츠팬의 모습을 보여줬고, 덕분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지난해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한국 스포츠 문화의 발전을 보여준 대회로도 남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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