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금리' 시대에 역전 당한 일상 속 고금리
중도금연체, 법정변제 이율도 대출보다 부담 덜해
쏠쏠했던 증권 CMA도 은행 고금리에 매력 잃어
올 한 해 동안 대출이나 예·적금 등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변동금리가 부쩍 올랐다. 이로 인해 기존 일상에서 고금리 비용을 치르던 제도나 금리 변동이 덜한 금융상품의 체감 부담은 상대적으로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고비용 탓에 외면받다가 높아진 시중 금리 비용에 역전되며 관심을 받기도 한다. 월세가 대표적이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느는 전환이 임대차 시장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관련기사: 6%대 전세대출 금리에 놀란 세입자, 월세로 간다(12월14일)
이런 변화는 고금리 주기가 길어지게 되면 기존 제도나 상품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고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종전과 체감 부담이 달라진 것들은 뭐가 있을까?
신용대출보다 나아진 보험계약대출
대출 가운데서는 보험계약대출이 있다. 이 대출은 가입해있는 보험 보장 혜택은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일정 범위(50~95%)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금리는 변동성이 커진 시중금리에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한 보험의 공시 이율에 연동된다.▷관련 기사: [보푸라기]급할 때 요긴한 보험계약대출…주의점은 (9월 24일)
최근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 같은 신용대출보다 낮아졌다. 20일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6.08~7.27%이지만,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평균 4%대 수준이다. 지난달 현대해상과 삼성화재의 보험계약대출 금리 평균은 각각 연 4.14%와 4.18%였다. 신용대출보다 2%포인트 안팎 낮은 금리다.
이런 배경 때문에 최근 대출이 늘고 있다. 지난 2분기 국내 36개 생명·손해보험사의 가계 약관대출 잔액은 60조525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368억원(0.56%) 늘었다. 은행, 상호금융 등의 신용대출이 고금리 탓에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보험사 대출만 증가하는 모습이다.
중도금 연체이율, 민·상법상 이자율도
2~3년전 분양 당시 설정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중도금 연체 이율도 대출을 받아 내는 것보다 낮아졌다. 이 때문에 중도금이나 잔금 연체가 늘고 있다. 주로 2020~2021년 분양된 아파트들이다. 당시 건설사가 정한 중도금 연체 이자율은 대부분 연 5~6%대인데, 이후 대출 금리가 높아져 연체 이율보다 높아졌다.
현재 수도권 한 공공 분양 아파트는 시중은행 집단대출 중도금 대출 금리가 6.63%인데 반해 연체 이율은 연 6.5%다. 중도금은 연체해도 신용 점수가 떨어지지 않는다. 일정 회차를 넘겨 연체하면 건설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요즘 같은 부동산 냉각기에 건설사가 분양 계약을 깨는 일은 매우 드물다.
채권·채무를 다투는 민사사건에서 법원 판결 확정으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내줘야 하는 이자도 마찬가지다. 민사 법정이자율은 '별도로 이자율이 정해지지 않은' 모든 민사상 채권·채무에 적용되는 기준이자율이다.
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날(통상 소송 시작 시점) 이후부터 확정판결일까지 이율은 민법상 5%, 상법상 6%다. 과거에는 다툼에 나서는 소송 당사자들에게 꽤 부담스런 이율이었지만 고금리 시대에는 일반 대출보다 부담이 덜하다. 판결 선고 이후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소송 촉진 특례법)의 금리가 적용되지만 이에 대한 체감 부담도 과거만큼 과도하지 않아졌다.
줄어든 증권사 CMA 매력
증권사들의 종합자산관리 계좌(CMA)는 매력도가 떨어진 경우다. CMA는 증권사가 소비자가 맡긴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발행어음 등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을 이자로 지급한다. 통상 연 2~3%대(발행어음형 7~8%대)다.
하지만 은행이나 인터넷은행,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물론 수식입출금이 가능한 파킹통장보다 매력도가 떨어져 외면받고 있다. 금리도 낮고 수익도 불확실성이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CMA 잔고는 58조7156억원으로, 올해 초(1월3일, 69조1867억원)에 비해 15.1% 감소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10조원 넘는 잔고가 빠져나간 것이다.
CMA 통장은 예금자 보호대상도 아닌데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일부 증권사 부실 우려가 불거지면서 자금 이탈이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주식시장과 증권업계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금리가 높은 상품을 찾아 적극적으로 가입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CMA 잔고 감소로 이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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