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금 지켜내려면 일본 이상으로 개혁해야…쉽지않은 과제"

조민정 2022. 1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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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연금개혁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는 지난 20일 "한국의 연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본 이상으로 강도 높은 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인상, 수급연령 상한 등 여러 방안이 언급되는 가운데 겐조 교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하면 수급연령 상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일본이 2004년 도입한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추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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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연금전문가'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교수 인터뷰
"연금액 삭감도 필요하면 해야…전략적 접근 중요"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 (도쿄=연합뉴스) 2004년 일본 연금 개혁에 참여했던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2.12.26. [보건복지부 제공]

(도쿄=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일본의 연금개혁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는 지난 20일 "한국의 연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본 이상으로 강도 높은 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겐조 교수는 일본 도쿄를 방문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동행 취재 기자단을 만나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를 언급하며 보험료율 인상뿐 아니라 국고지원을 위해 세금 인상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국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인상, 수급연령 상한 등 여러 방안이 언급되는 가운데 겐조 교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하면 수급연령 상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일본이 2004년 도입한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연금은 '저축이 아닌 보험'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연금개혁을 성공시킬 해법이라고 봤다.

2시간여에 걸쳐 이뤄진 겐조 교수와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 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20년 넘게 9%에 머물러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나.

▲ 한국도 저출산이 심각한 데다 곧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으로 안다. 연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고 세금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은 이미 기초연금을 30만원씩, 전액 국고로 지원해 지급하고 있다.

▲ 개혁이 쉽지 않겠다. 대통령도 단임제라 연금개혁을 하기에는 더 어려운 환경으로 보인다.

-- 일본이 연금개혁을 할 때도 저항이 컸을 텐데, 어떻게 개혁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나.

▲ 당시만 해도 연금개혁 방안이라는 것이 보험료율 인상, 연금액 삭감, 수급연령 상향 이렇게 3가지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저출산, 고령화 등 재정 관련 사회지표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 구조를 도입하면서 수급연령을 건드리지 않고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길이 열렸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연금이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라고 관계자들에게 이야기했고 관련 데이터도 공개했다. 다른 국가들의 보험료율이 우리보다 얼마나 높은지도 적극적으로 알렸다.

-- 거시경제 슬라이드는 어떤 역할을 하나.

▲ 일본은 2017년까지 보험료율을 18.3%로 올린 뒤 더는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러나 보험료율이 고정된 상태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계속되는 상황이 되므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원의 범위 안에서 연금 지급액을 충당할 수 있도록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급 개시 연령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한국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도가 정착되는 데 시간은 걸릴 것이다.

이기일 복지1차관과 만난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교수 (도쿄=연합뉴스) 2004년 일본 연금 개혁에 참여했던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오른쪽 가운데)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겐조 교수 옆에는 왼쪽부터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 겐조 에이코 아시아대학 경제학부교수. 2022.12.26. [보건복지부 제공]

-- 고령화로 수급자가 늘어나면 연금액은 줄어드는 구조인데, 반발은 없었나.

▲ 사실 처음에는 이 구조를 이해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회가 이 제도를 이해하는데 10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연금제도는 우리의 다음, 또 그다음 세대까지 이어져야 하므로 수급자가 계속 연금을 많이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다음 세대에 조금 더 물려줄 것인지 결정을 해야 했다. 한국도 이미 연금을 받는 사람의 연금이 조정될 수 있다는, 어려운 결정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연금이 지속가능하려면 이 이상의 방법이 없다는 걸 알려야 한다.

--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면 국민의 신뢰가 생긴다. 지속가능성과 신뢰가 있다면 연금액이 많고 적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된다.

--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정치력이 연금개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 고이즈미 전 총리는 법률을 통과시킬 힘이 있었다. 이 연금개혁의 의미를 이해했느냐보다도 힘이 있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의 관심사는 '저출산이 이어지면 보험료를 어디까지 올려야 할까'였고 보험료율을 18.3%로 올린다는 것은 이해하고 찬성했지만, 거시경제 슬라이드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금액이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 연금개혁을 앞둔 한국에 조언한다면.

▲ 연금은 '장수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험'이라는 점을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다. 자동차보험에 들었다가 사고가 안 나서 보험금을 못 받았다고 화내는 사람은 없지 않나. 연금 개혁은 연금을 두고 '손해'를 이야기하는 경제학자와의 싸움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전략을 세심하게 잘 짜야 한다. 그런다면 2∼3년간 준비해 개혁을 이뤄나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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